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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란 무엇인가?
- 미디어2 (web@koreatimes.net)
- May 30 2022 08:38 AM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pollical philosophy)을 가르치고 있는 마이클 센델(Michael Sandel) 교수의 저서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가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번역서로 발간되었는데 2백만부 이상이 팔렸고 지금도 스테디 셀러(steady seller)라고 한다. 인문학 서적이 잘 안 팔리는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빠져드는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 사회에는 불의가 만연하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이 정의를 갈망하며 그 해법을 이 책에서 찾아보려고 하기 때문은 아닐까?
나는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하여 영어 원서를 구입하려고 내가 살고 있는 미시사가의 대형 서점에 들러서 문의했더니 없다고 한다. 미시사가 도서관에는 한 권 밖에 없는데 누가 빌려 갔다고 한다. 그 후 나는 서울에 가서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구입할 수 있었다. 영문 서적을 캐나다에서 구하지 못하고 한국에서 구했으니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샌델 교수가 하버드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의 ‘정의(Justice)’ 강의는 하버드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좌 중 하나라고 한다. 나는 책을 읽은 후 한국 교육방송 EBS가 몇 주에 걸쳐 방영한 샌델 교수의 강의 DVD를 시청하기도 했다. 강의실에서는 샌델 교수가 일방적으로 주입식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된 주제에 대해 학생들과 함께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기발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고 열띤 공방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래서 책보다 강의 DVD가 더 흥미진진하다.
샌델 교수는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여러 사건들을 사례로 제시하고 학생들과 함께 정의의 의미를 탐구한다. 제시된 사례들의 대부분은 법정까지 간 사건들이다. 이 사례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내포하고 있다. 부실한 경영으로 부도 위기에 몰린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여한 것은 옳은 일이었나? 피부색에 근거한 대학입학 우대정책은 정당한가? 대리모(代理母)를 생모로 인정할 것인가? PGA 골프시합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걸어 다니며 경기를 하는데 걷기 장애가 있는 선수에게 예외적으로 카트 타는 것을 허용해야 하나? 국가가 동성(同性)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하나?
위와 같은 의문들이 어떤 논리로 어떻게 귀결되었는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제러미 벤덤(Jeremy Bentham), 존 스튜엇 밀(John Stuart Mill),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존 롤스(John Rawls)등의 이론이 소개되고 장단점이 분석된다. 샌델 교수에 의하면 정의에 관련해 제시된 기존의 이론은 다음과 같이 셋으로 요약된다고 한다.
- 정의는 공리(公利)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목적으로 하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의 견해이다.
- 정의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는 자유의지주의(libertarianism)와 진보적 평등주의(liberal egalitarianism)의 견해이다.
- 정의는 미덕(virtue)의 함양과 공동선(公同善)을 추구하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공리를 최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만으로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려면 우리들 모두가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 함께 사유(思惟)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의견의 불일치를 포용하는 공공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득, 권력, 기회의 분배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원칙이나 절차는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정의는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공정한 분배와 올바른 가치판단이 정의의 요체라고 주장한다.
샌델 교수는 어려운 정치 철학 이론을 매우 평이한 문장으로 설명하여 그의 저서 ‘정의’는 일반인도 읽는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의 저서는 독자들이 정의의 의미에 대해서 숙고하는 계기가 된다.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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