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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는 죄악" 대 "여성 자신의 결정"
미국 판결, 세계적 논란거리 제공
- 박정은 기자 (edit1@koreatimes.net)
- Jun 28 2022 02:55 PM
캐나다는 허용하고 비용도 보조 한국, 선진국 중 낙태율 1위 불명예
남자가 아이를 낳는다면 과연 낙태권리가 폐지됐을까.
미국 연방 대법원이 50년 만에 여성의 낙태권은 헌법이 준 권리가 아니라고 판결, 임신중절을 희망하는 미국 여성들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됐다. 대법원은 각 주정부가 낙태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고 판결, 이제까지 연방정부의 낙태자유 원칙을 뒤집었다. 따라서 각 주별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이 제정될 수 있다.
왜 미국의 보수적 대법관들(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들)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고 여성의 낙태권을 박탈했는지.
이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며 대법원 판단을 정면 비판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에서 나오는 소식은 끔찍하다”며 “낙태에 대한 법적 권리를 잃게 될 수백만 명의 미국 여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는 현재 여성과 의사가 결정하면 주 정부는 비용까지 지원한다. 국가가 낙태를 규제하는 법령을 모두 폐기했다. 이것은 트뤼도 총리의 부친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가 "국가는 개인들의 침실에 관여할 일이 없다"는 유명한 말로 낙태제도 자유화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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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캐나다의료협회Canadian Medical Association는 여성들에게 낙태를 선택할 경우 임신 20주 전에 시술할 것을 권하고 20주를 넘기면 의사의 결정에 따를 것을 권고한다.
따라서 캐나다에선 다른 의료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낙태시술 또한 국가가 보조한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주의료보험OHIP에서 전액 보조한다. 단 뉴브런스윅주에서는 낙태 시술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이 없다.
그렇다면 캐나다의 낙태율은 어떤가. 낙태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없앤 후 캐나다의 낙태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2014년 1000명 가임기(임신가능) 여성당 11.6명이 낙태시술을 한 것으로 보고돼 오히려 낙태를 규제하는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들보다 낙태율이 낮다. 우려하던 낙태의 '남용'은 없었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30세 여직장인 신모씨는 “낙태가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국가에서 규제를 하니 반발심이 든다”면서 “아기를 낳을 수 없는 개인사정이 있는데 왜 여성만 이런 규제 하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고 심신이 피폐해져야 하나”라며 날을 세웠다. '범죄자 취급'이라는 것은 불법적 낙태시술을 말한다. 마캄 거주 그레이스 김씨도 “아이에게 우편물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더니 가져온 우편물 안에 낙태반대 홍보물이 들어있었다. 끔찍한 사진이 들어 있어서 더욱 거부감이 들었다”며 성토했다.
이어 “낙태를 못하게 규제해도 어차피 수술을 선택한 사람은 어떻게든 다 한다. 원정 낙태가 힘들면 불법 약물남용과 무허가자의 시술 등 2차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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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법원의 판결은 내용을 불문, 세계적 영향력 때문에 파급되기 쉽다.
런던 성김대건 한인성당의 김기정 사무장은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생명은 소중하므로 낙태는 절대 반대라는 게 성당 공식입장”이라며 “피치 못할 사정도 있겠지만 모든 생명은 다 존중받아야 한다. 인간이 자의적으로 생명을 없애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명백한 죄”라고 거듭 말했다.
미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간호사 출신 백경자(젬마)씨는 “가톨릭 신자로서 일반적 임신에 대한 낙태는 반대하지만 강간·근친상간·기형아 가능성 등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엔 낙태를 허용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 판결은 결국 가난한 여성에게 큰 짐이 되는 판결이다. 가령 강간에 의한 임신으로 중절을 원하는데 원정 낙태를 갈 경제력이 없는 경우 그의 고통스런 삶은 누가 책임지나? 여성이 자기 몸을 자기가 통제하도록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백경자씨는 1970년부터 2016년 은퇴할 때까지 토론토 대학병원에서 산부인과 간호사로 근무했다.
한편, 한국은 2019년 4월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째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OECD 개발국가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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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기자 (edit1@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