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멀고 험한 영어 정복의 길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Jul 29 2022 03:28 PM
나와 같은 이민 1세대가 캐나다에서 겪은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 한 분이 나는 언어 장벽을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궁금하다며 그 이야기를 써 보라고 권유하였다.
요즘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영어를 배우지만 구세대에 속하는 나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중고교에서는 문법과 독해만을 집중적으로 가르쳤기 때문에 6년간 영어를 배우고도 나는 영어 회화를 하지 못하고 영어로 글을 쓰지도 못했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여 균형 잡힌 영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였다. 내가 다닌 대학에는 미국인 교수들이 여럿 있어서 그들의 영어 강좌를 많이 수강하였을 뿐 아니라 그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또 글쓰기 지도를 받은 결과 졸업할 즈음에는 영어로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원어민 선생이 많지 않던 당시 한국에서 미국인 교수들로부터 영어를 배운 것은 나의 큰 행운이었다.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된 나는 대학 졸업 후 영어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을 물색하다가 미국의 유수 은행 서울지점 직원 공개 채용 시험에 응시하여 여러 차례의 영어 인터뷰를 통과하고 취직하였다. 영어가 공용어인 이 은행에 근무하는 동안 미국인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어 회화와 글쓰는 실력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 은행에서 5년간 근무한 나는 국제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1975년에 캐나다로 이주하였다. 국제금융계의 선두 주자인 미국 은행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몬트리올은행(Bank of Montreal)에 특채 되었던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영어를 제법 잘 하는 축에 들었는데 캐나다에 도착한 후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거나 생활한 경험없이 한국에서만 영어를 배운 사람이 겪는 영어 구사력의 한계를 실감했다. 내가 원어민들의 구어체 영어(colloquial English)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고, 또한 캐나다에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표준 영어와 다른 방언이나 액센트로 말을 하여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누가 어떻게 말하던 영어로 하는 말은 전부 알아들어야 하는데 내 귀가 영어에 완벽하게 틔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캐나다인들과 자주 어울리며 그들의 언어습관을 관찰하고, TV도 열심히 시청하고, 영어 신문과 잡지를 구독하고, 특히 틈나는 대로 영어 소설을 읽으며 내가 구사할 수 있는 영어 어휘의 양을 늘리고 관용적 영어 표현을 익혔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고 나니 영어로 인한 불편은 대부분 사라졌다.
나는 수십년간 캐나다에서 살며 줄곧 영어로 직장생활을 했다. 또한 자유기고가로서 서울에서 발행되는 영자 신문 The Korea Times에 오랫동안 칼럼을 썼고 영문 서적 두 권을 미국에서 발간하고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영어는 아직도 완전 습득이 안되는 외국어이다. 나는 지금도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내가 영어를 모국어처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 것 같다. 영어 정복의 길이 이처럼 멀고 험하다.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