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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
신강용(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Sep 13 2022 04:46 PM
고등학교 때 도덕시험에 국민교육헌장을 쓰라는 문제가 달랑 나왔다. 헌장을 선포한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모두 외우라고 했지만 끝까지 외우는 놈은 거의 없었고 나는 절반도 채 외우지 못했다. 교실 뒷벽에 크게 써붙여 놓았으니까 모두들 흘낏흘낏 돌아보면서 썼는데 나는 돌아보지 않고 아는 만큼만 써냈다. 그런데 절반만 쓴 내가 만점을 받았다. 요것이 도덕시험이라는 걸 간파한 내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이 얘기는 내가 정직했다든지 상황판단을 잘했다는 자랑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헌장 선포를 헐뜯으며 다 외우지 못하면 종아리를 맞았다는 등의 음해성 거짓말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내가 다닌 서울사대부고는 국립학교다. 우리는 1962년까지 군복에 목총을 들고 교련을 배웠다. 1년동안 제식훈련은 물론 각개전투, 분대전술 등 논산훈련소에서 받는 훈련중 실탄사격을 빼고는 거의 다 배웠다. 그만큼 우리 학교는 국가의 방침과 지시를 충실하게 따랐다. 그런 환경에서도 도덕시험에 국민교육헌장을 반밖에 쓰지 못한 내가 만점을 받을 만큼 외우라고 권고는 했을망정 강요는 물론 종아리를 때리는 일은 결코 없었으니 외우지 못하면 체벌을 받았다는 말은 순전한 음해다. 걸핏하면 체벌을 가하던 일부 새디스트 교사들의 매질을 마치도 전체의 분위기인것처럼 과장한 거다. 아마도 '반공 민주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의 길이 우리의 삶의 길'이라는 대목 중 '반공'을 싫어한 무리들이 헌장을 헐뜯었을 것이다. 허무맹랑한 광우병 선동처럼---.얼마나 많은 우민들이 광우병 선동에 휘둘렸었던가!
우리나라는 6.25의 폐허에서 빨리 벗어나 요즘에는 원전이니 해수 담수화플랜트 등 첨단산업 수출에 전투기, 탱크 등 방산무기수출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超선진국화 하고있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속적인 발전을 이룬 배경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는 어려서부터 '우리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자---'하는 '우리의 맹세'를 외치며 자랐다. 그래서 우리는 '新大韓 국방군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하는 노래를 부르며 전장으로 뛰어들었고 여자들도 '님께서 가신 길은 영광의 길이옵기에/ 이 몸은 돌아서서 눈물을 감추었소----'라고 노래 부르며 공산침략자들을 격퇴하는데 모두 동참하였다.
그 후 우리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으로 일으켜 세웠다. 이렇게 세계역사에 유례가 없을만큼 빠른 재건과 부흥이 가능했던 것은 철저한 교육열과 투철한 국가의식 때문이다. 논밭을 팔고 소를 팔아 아들 딸들을 학교로 보냈고 이러한 교육은 산업현장에 필요한 막대한 지식과 기술을 공급하였다. 교육열이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었지만 어느 나라도 우리만큼 빠르고 충실한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우리에게는 교육열 위에 투철한 국가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국가의식은 우리의 맹세를 외치며 전장으로 뛰어들었던 것처럼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띄고 이땅에 태어났다'는 국민교육헌장의 정신이 은연중에 우리에게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국민교육헌장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그 내용에는 이의가 없다. 다만 헌장선포의 맥락이 일본 명치유신의 교육칙어와 닮았다는 것 때문에 거품을 물며 헐뜯는다. 비판하는 말 중에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부' 라는 링컨 대통령의 연설문이 등장한다. 미국 대통령의 말은 인용해도 되고 일본의 교육칙어는 따라하면 안된다는 아이러니다.
인간은 인식의 능력으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인식 때문에 인간은 세뇌에 취약하다. 그러나 세뇌가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죽음으로써 나라를 지키자'라는 '우리의 맹세'에 세뇌되어 전장으로 뛰어든 것처럼 '스스로 국가건설에 참여하고 봉사하는 국민정신을 드높인다'라는 국민교육헌장이 은연중에 우리의 인식에 스며들어 세계역사에 유례가 없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래서 이 헌장을 외우라고 했던 것이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뛸만큼 훌륭하고 아름다운 국민교육헌장을 새삼 되새기고 이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기리 넘겨주어 超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힘찬 발걸음을 이어가자!
*이 글은 본사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신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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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