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주간한국
"내가 먼저 피 흘린다" 김익상 자원하다
약산 김원봉의 의열단 창단과 구국투쟁 <13>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13 2022 08:36 AM
조선총독부 폭탄사건 <3> "1주일 후 성공하고 돌아올 테니 술상 차려 놔라"
“우리가 먼저 피를 흘려야만 하겠다.” 라는 김원봉의 말은 김익상을 크게 감동시켰다. 그는 즉석에서 의열단에 가맹하였다. 그리고 동지들이 지금 총독부 폭파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을 알자 그는 ‘우리라기보다 우선 내가 먼저 피를 흘리자고 결심하고 그 중대하고도 어려운 소임을 자원하여 맡았다.
이리하여 김익상은 그의 젊은 인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바칠 각오를 한 것이다.
서울로 떠나는 바로 그 전날 밤이었다. 동지들 가운데 몇 사람이 그의 마음을 한번 시험해 보자고 가만히 말을 꺼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의 충정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단신 폭탄을 몸에 지니고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총독부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동지들은 그의 담력을 한번 시험해 보고자 했다. 이 임무는 송호라고 하는 동지가 맡았 다. 송호는 많은 동지들 가운데에서도 그 생김새나 말솜씨나 모두가 우락부락하고 험상궂기로 이름난 사나이였다.
▲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주민센터 입구에 세워진 김익상 의사 본적지 터 표석.
그날 밤이 깊어 주변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할 때 송호는 문득 벌떡 일어나 세상 모르고 곤히 자는 김익상의 배를 타고 앉았다. 그리고 “이놈아!” 하고 벽력같은 소리를 질렀다. 그때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뜨는 김익상의 얼굴에다 송호는 총부리를 겨누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네가 이놈, 오랫동안 왜놈 밑에서 고용살이를 하던 놈 이 당치 않게 혁명운동을 한다니 무슨 속셈이냐? 필시 왜 놈의 간첩으로 우리 동정을 살피러 온 것이 분명하니 너를 죽일 수밖에 없다. 죽어도 내 원망을 하지 말라.”
그러나 김익상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태연자약하였다. 그는 한번 껄껄 웃고는 말하였다. “실없는 장난 그만두고 어서 내려앉게, 갑갑하이.” 동지들은 그의 담력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그러나 그는 오직 그렇듯 담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반일 사상, 애국정신은 김익상 동지처럼 철저할 수가 없었소.”
8·15 후 귀국한 의열단장 약산은 생전의 김익상 동지를 생각하며 눈물지었다.
1월 10일 김익상은 마침내 큰 뜻을 품고 북경을 떠났다. 북경역 플랫폼에는 약산 이하 동지들이 모두 나와 민족을 위한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떠나는 동지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장사 한번 떠나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동지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물론 농으로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 속에는 무한한 감개가 들어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게, 이제 일 주일이면 내 넉넉히 성공하고 돌아올 것이니 술상이나 잘 차리고 기다리게.”
김익상은 이렇게 답하면서 껄껄 웃었다. 이때 그는 학생복을 입고 있었다. 본래 일어가 능한 그는 이번 길에 일본학생으로 행세하려는 것이었다. 몸에 지닌 폭탄과 권총이 각각 2개, 폭탄 하나는 사타구니에다 차고 나머지는 모두 트렁크 속에 숨겨 넣었다. 그는 봉천을 거쳐 안동에 이르렀다. 이제 압록강 철교만 건너 서면 고국 땅이다.
국경의 경계는 엄중하였다. 만약 조선인이란 것이 발각되면 가장 엄밀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한번 조사를 받게 되면 트렁크에 숨겨 가지고 오는 폭탄과 권총은 당장 발각될 것이 틀림없었다. [계속]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