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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0차 당대회의 평가와 미래
정종욱 전 주중대사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Oct 28 2022 04:42 PM
어느 정도 예측은 했지만 그래도 실제 결과는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반응도 대체로 놀라움과 걱정 그 자체였다.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발표된 중국공산당의 새 지도부에 대한 평가를 두고 하는 말이다. 5년 주기로 새 지도층을 뽑는 게 주목적인 의례적 행사인 당 대회가 이번 20차 대회처럼 큰 주목을 받고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중국은 물론 미중 관계와 한반도의 앞날을 걱정하게 한 것도 중국공산당 101년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확인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새로운 황제가 태어났다는 말이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정도로 시진핑의 권력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권력 구조의 정점에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구성원 7명 중 시진핑을 제외한 나머지 6명은 하나같이 시의 최측근이자 부하들이다. 24명으로 구성된 정치국도 다르지 않다. 경제 전문가가 한두 명뿐이고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협력을 중시하는 합리적 인물이나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중시하는 대화파 인물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그동안 미국과 대화를 주도해온 왕치산이나 양제츠나 루허 같은 온건파들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 이념적 대결과 강경 투쟁을 주장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전사형 지도자들이 새 지도부의 대외정책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덩샤오핑의 정치적 유산도 말끔히 정리되었다.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3연임 금지 조항이 한쪽으로 치워졌고 집단지도제는 그 흔적도 찾아보기조차 힘들어졌다.
특히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들의 모습은 더 이상 지도부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공청단 출신의 상징이었던 리커창과 왕양은 물론 오랫동안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던 후춘화 부총리가 정치국에서 탈락했다. 내년 봄에 열릴 인민대표대회를 보아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매장된 셈이다. 공청단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시진핑의 정치적 가솔이라는 의미의 시자준이 아니면 앞으로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부에 진입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황제는 임기가 없다. 장기집권이 아니라 종신집권이다. 마오쩌둥은 83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당 주석으로 종신 집권했었다. 시진핑이 마오처럼 종신 집권할 것이라고 가정하면 그는 앞으로 14년 동안 권좌에 머물 수 있다. 올해 69살이니까 2030년 대 중반까지 집권 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진핑이 강조하고 있는 초강대국을 향한 중국몽의 실현과정에서 2030년 대 중반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35년이 되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강대국이 되어 ‘위대한 중화인민의 부흥’이 사실상 달성된다는 게 시진핑이 말하는 중국몽의 핵심이다.
공식적으로는 공산당 정권이 수립 100년이 되는 2049년이 중국몽이 완성되는 해이고 2035년은 그 중간 단계적 성격을 갖지만 2035년이 되면 중국몽의 달성 여부가 사실상 판가름 난다. 그게 시가 10년 전 총서기로 취임 직후부터 줄곧 강조해온 꿈이기도 하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대만을 둘러쌓고 전쟁위기가 고조될 가능성이다.
대만 해방은 시진핑에게 위대한 중국의 부흥을 완성하는 마지막 카드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퍼즐이다. 대만 해방이 없는 강대국을 향한 중국몽은 미완성일 뿐이다. 마오쩌둥이 혁명을 성공시켜 공산국가를 건설했고 덩샤오핑이 홍콩과 마카오를 되돌려 받는 일을 해냈지만 시진핑은 대만 해방 이외에는 내세울 게 없다. 금년 중이라도 중국의 대만 군사 작전이 가능하다는 미국의 한 해군 제독의 말을 그냥 넘길 수도 없다.
시진핑 천하의 중국이 갈 길은 이번 대회에서 대체로 그 방향이 들어났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시진핑을 코너로 몰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지금의 국제질서 속에서도 중국의 평화적 굴기가 가능하고 중국몽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한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왔다.
정종욱 전 주중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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