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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입니까
이태원의 밤이 되신 여러분!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Nov 08 2022 04:18 PM
최봉호 | 시인·칼럼니스트
당신들의 일상엔 쉼표가 없는 나날이었지요, 그 쳇바퀴 같은 틀에서 한 순간만이라도 벗어나 젊은 혈기를 마음껏 구가하고 싶었지요, 그것뿐이었지요,
다만 그것뿐이었지요, 다른 욕심은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지요, 그 소박한 소원을 누군가가 좁디좁은 지옥의 골목으로 내몰아 옴짝달싹도 못하게 조여 매고 압박했지요
그렇게, 하나뿐인 당신들의 귀한 생명이 선채로누운채로엎어진채로, 속수무책으로 참담하게억울하게분하게원통하게 짓밟히고 부러져서 이태원의 밤이 되었지요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미래였던 여러분!
하늘이 노랗도록 하늘을 향해 기도하다가 하늘이 된 여러분!
여러분께서 비명으로 남겨놓고 떠난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도 지금 하늘이 노랗게 숨이 막혀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게 나라입니까? 정녕 이게 나라가 맞습니까? 이게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나라입니까? 이게 자유, 인권,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대접하는 나라가 맞습니까? 이게 우리가 간절히 원하던 나라가 맞습니까?
금기사항인 이 같은 질문에 앞서 여러분께선 대한민국의 엄연한 주체였지만 추최자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당신들의 생명과 안전은 그 좁디좁은 골목이 책임질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기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들께서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112, 살려주세요! 112, 살려주세요! 112, 살려주세요! ...... 살려주세요!” 비명을 외쳤지만, 들었어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참다못한 골목이 소통의 폭이 무능하고 전무했던 사실을 그대로 자백했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당신들께서 믿고 의지했던 나라도 의무도 책임도 그날 당신들과 함께 이태원 골목에서 압사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참사를 사고로 고치고, 희생자를 사망자로 고치고, 근조리본을 뒤집어 달랬더니 세상이 지금 막 뒤집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를 책임지고 있다는 상.중.하는 여전히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불통의 녹음기를 작동시켜놓고 버티고 앉아있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난장판이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나 몰라라 하는 나라, 이게 사람이 사는 나라입니까 지옥이지, 불통이 소통인 나라, 이게 민주국가입니까, 독재국가지! 울분이 터집니다! 분통이 터집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생명과 자유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여러분!
살아서도 죽어서도 대한민국의 희망이고 미래인 여러분!
여러분께서 풀지 못하고 떠난 젊음의 혈기가 오늘도 이태원의 밤으로 통곡하고 있습니다. 그 비통한 현실위에 꽃 한 송이로 흐느끼는 마음 또한 주체할 길이 없습니다.
부디 새로운 나라에서 여러분의 희망과 미래를 마음껏 펼치소서! 그리하여
다시는 이태원 골목 같이 대책이 없는 나라로 복귀하는 실수를 범하진 마시옵소서!
*선채로누운채로엎어진채로, - 참담하게억울하게분하게원통하게: 의도적으로 붙여서 당시 이태원의 비참했던 상황을 글자로 형상화 시켰습니다.
최봉호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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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