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파양(罷養)
소설가 김외숙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Nov 09 2022 01:16 PM
-파양-
입양을 하면서 생겼던 양자 관계를 청산하는 법률행위.
지금 고국에서는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로 받은 전직 대통령이 양육비용 때문에 파양한 일이 연일 SNS를 달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으로부터 받은 선물이었다.
청와대 뜰에서 선물 받은 개와 함께 한 자상한 그분의 모습을 접했을 때 내가 한 생각은 ‘개 팔자가 정말 상팔자 맞네!’ 였다. 주인을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둔 데다 극진한 사랑까지 받으니 가히 사람이 부러워할 팔자였다.
그런데 그 개들이 대통령의 반려견이 되어 정든 지 수 년째일 텐데 느닷없이 파양했다니 ‘뭐야?’ 하는 반응부터 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그 개들은 알고 보니 사료비로 매달 35만원, 의료비로 15만원, 전문사육사 고용비 200만원이란 돈을 쓰고 있었다. 반려견을 두지 않아서 개 주인들이 더러 그토록 큰돈을 주고 개 전문사육사를 두기도 한다는 사실은 나는 이 일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정든 개 세 마리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참으로 이해 불가한 내용의 기사를 접하노라니 전직 대통령께서 파양의 의미를 쓰신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재작년이었던가?
그 때 조국에선 양부모의 폭행으로 너무나 가엾게 세상을 떠난 한 어린아이로 공분이 일고 있었다. 부모 품에서 자라지도 못한 아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폭행에 시달리다 눈을 감은 그 아이, 그 가혹한 양부모의 행태에 대한 분노였다.
그 공분이 대한민국을 흔들더니 급기야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까지 오르게 되었는데 그때 기자회견 때 한 그분의 말의 어느 부분이 또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바로, ‘입양아와 마음이 맞지 않으면 취소나 아이를 바꿀 수 있다.’란 의미의 말이었다. 파양을 에둘러 한 말이었다. 그러니까 만일 대통령이 입양한다면, 입양한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대통령은 아이를 다시 돌려주거나 다른 아이로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그 양부모는 그 아이에게 폭행을 저질렀고, 대통령은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대한민국의 모든 생명의 가슴에다 사무칠 언어의 폭행을 저지른 셈이었다. 그래서 국민은 실망하고 분노한 것이었다.
입양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나 예상 밖이어서 놀랍고 실망스러웠지만 설마, 진심 아닐 거야, 라며 결론을 내렸었다, 사람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일한 분이었으니까.
이제 전직 대통령이 된 그분은 가치로 따질 수 없던 선물이었던 생명을 두고 계산을 하다가 파양을 한 것 같다. 어린아이를 파양할 수 있다고 한 그분이 정든 개에도 같은 심정을 보인 것이다.
이제야 다시 생각해 보니 이것이 바로 우리의 전직 대통령이 가진 생명에 대한 가치관인 것 같았다.
왜 이렇게 씁쓸할까?
왜 이렇게 부끄러울까?
파양된,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대통령의 반려견, 곰이와 송강이, 다운이보다 대통령이, 사람이 더 딱하면 안 되지 않겠는가?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소설가 김외숙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전체 댓글
원스맘 ( cya71**@gmail.com )
Nov, 10, 11:59 PM사실관계를 먼저 여쭤볼께요. 전직 대통령께서 입양을 하셨습니까? 입양을 해야지 파양도 하는것이구요.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은 알고 계신지요? 전직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 가진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함부로 논하시기에 앞서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인하시고 개인 의견을 문학적 표현이나 얇은 미사여구로 포장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어이없네요.
원스맘 ( cya71**@gmail.com )
Nov, 11, 12:03 AM개인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건 당연하지만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지하지 못하고 한사람을 평가한다는게 얼마나 잔인하고 몰염치인지 각성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