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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라서 위험한 기후변화
정필립의 기후변화 칼럼 <2>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05 2023 08:26 PM
지구 기온상승을 늦출 마지막 기회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 좀 더 엄밀히 말해 산업혁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 든 1850년 이전에 비해 1. 1도가 올랐다. 그런데 마치 종말이라도 온 듯 전세계는 온통 난리 법석이다.
▲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됐던 유엔 인간 환경 회의 전체 회의 장면. AFP=연합뉴스
1970년대에만 해도 기후변화는 생소한 주장이었다. 아주 소수의 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했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UN 차원에서 1972년 제 1차 지구정상회담을 열고 인간환경의 보존 및 향상을 위한 원칙을 제시하며 첫 걸음을 뗐다. 유엔은 20년 만에 ‘지구온난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밝히며 지구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로 규정했다. 이런 대응은 온실가스 농도가 기후 변화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과학자들의 합의가 폭넓게 이뤄지면서였다.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점점 기후변화를 입증해 내고 그 원인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라는 연구 결과가 많아지면서 1997년 기후변화협약인 쿄토의정서가 채택됐다. 그럼에도 반론도 남아 있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등 다양한 조직들이 탄생(1988년)했음에도 온실가스의 영향에 대해서는 이견과 음모론이 있었고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교토의정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보고서를 낸 IPCC에 따르면 평균기온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자연적인 것과 인류의 활동 두가지다. 자연적인 기후변화는 지구의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 공전궤도의 변화, 태양의 흑점활동의 변화, 대규모 화산폭발, 지상과 바다 식물의 광합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자연 조건 변화로 지난 80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은 최대 10도 이상 오르내렸다. 지난 13만년 전에는 심지어 지금보다 기온이 2도 이상 높았지만 대 멸종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인류 활동으로 인한 변화는 온실 가스의 발생으로 인한 것이다. 이산화탄소, 메탄 등은 지구에서 빠져나가려는 복사열을 붙잡아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가시광선의 형태로 에너지를 얻고 적외선인 복사의 형태로 그만큼 내보낸다. 온실가스는 가시광선처럼 파장이 짧은 에너지는 통과시키지만 복사열처럼 파장이 긴 에너지는 붙잡는다. 따라서 온실가스가 많을수록 복사돼 우주로 나가야 할 에너지가 지구에 쌓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후변화의 원인이고 현재 그 에너지는 1초에 히로시마에 터진 원자폭탄 5개의 열량만큼 지속적으로 지구에 붙잡히고 있다. 다행히 에너지의 대부분은 바다가 흡수해 주지만 그만큼 기상재해의 형태로 발산하게 된다. 그래서 폭풍과 가뭄, 이로 인한 대형 산불 등으로 인류의 문명을 위협한다.
이렇게 온실가스를 배출해 내다가는 이번 세기 안에 4-6도 상승도 가능하다. 문제는 변화의 방향이 아니라 속도다. 지금의 상승 속도는 지구 역사상 그 어떤 시기보다 가파르며 이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생태는 붕괴되고 식량부족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며 일상처럼 일어나는 기후재앙에 인류 문명 자체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20만년 전 지구에 등장한 현생 인류는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가 높은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별 것 아닌 2도 같지만 이는 체온이 2도가 올라간 것에 비유된다. 2도가 오르면 해열제를 먹어야 하고 그래도 떨어지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이제라도 탄소배출을 급격히 줄이는 방법 뿐이다. 많은 비용이 들고 수많은 반대가 따르지만 그 외에 다른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마저 평균 기온이 2도 이내로 올랐을 때나 가능한 처방이기에 더욱 다급한 상황인 것이다. 그 선을 넘으면 지구는 스스로의 활동으로 온실가스를 내뿜는, 기후 급변의 방아쇠가 당겨져 인간의 노력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정필립 | 토론토 생태희망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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