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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이제는 하나로 뭉쳐 일본보다 더 발전할 때
유동환(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r 23 2023 04:17 PM
최근 토론토 한인사회에 합류한 신참 이민자가 친목모임에서 친일파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나이 지긋한 고참 이민선배가 “듣기 싫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친일파가 무엇인지 잘 아는데 또다시 언급해서 논란이 되면 오히려 괴롭다는 뜻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민 반세기를 이 땅의 공기를 마시며 살아온 필자는 나이가 5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신참 이민자의 친일파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는 이승만 ‘건국 국부’와 박정희 ‘경제 국부’를 비롯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기여한 기업인들 모두가 친일파 또는 토착왜구라고 일갈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옥석 구분 대신 이렇게 모두 한통속으로 치부해도, 또는 매도해도 되는지 궁금했다.
나는 학창시절 역사를 배우면서 한국을 식민지로 만들고 우리말과 문화를 모두 말살시키려 한 일본을 증오할 수밖에 없는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잊었는지 ‘어떻게 하든지 일본을 앞서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 기억은 없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은 못난 우리 조상 탓이라는 반성하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매국노’라는 단어와 ‘친일파’라는 단어는 사실상 같은 의미지만 ‘친일파’라는 낱말보다는 ‘매국노’라는 이야기는 기억에 강하게 남았다. 친일파들이 나라를 주름잡았기 때문에 지배계층의 양심을 찌르는 친일파라는 단어 대신 매국노라는 말을 더 자주 쓴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나는 한일협상 반대를 위한 6.3데모 때는 청와대 언덕 밑까지 밀고가서 죽기살기로 시위하다가 최루탄이 터지며 경찰이 몰려오자 쫓겨나왔다.
1971년 캐나다 이민 후 사업을 벌이면서 자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제서야 한일협정을 체결해서 국가재건사업에 필요한 거금을 마련하려던 경제국부의 심정이 이해가 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은 정부지원과 기업인들의 수출실적 및 새마을운동의 성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국민총생산액으로 보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인은 세계 어디를 가도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한민족의 노력과 근면은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연간 이익금이 일본 모든 전자회사들의 이익금을 모두 합친 액수의 두배가 되고 2022년 추정되는 구매력에 의한 국민 개인소득(PPP)은 한국이 5만3,051달러, 일본이 4만8,813 달러를 기록했다. (위키피디아)
해방 57년 만에 소득면에서는 우리를 지배하던 일본을 앞섰다. 이게 보통 일인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도 남는 쾌거가 아닌가.
한국민이 앞으로 개인소득을 두배로 올리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도 약해질 것이고 그들이 조상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들이 미국에게 꿈쩍 못하는 것을 보면 장래 그런 상황도 기대할 수 있겠다.
독도 영유권을 포함하여 징용문제, 위안부 문제, 한국인 학살 등 비인륜적 문제에 대해 사과를 모르는 일본 정치인들과 지난 역사문제를 현명하게 다루면서 방탄소년단BTS을 포함하여 세계를 휩쓰는 한류의 힘으로 일본의 젊은이들과도 하나가 된다면 한일 장래는 낙관해도 될 것이다.
삼성이 일본 전자회사들이 호령하던 세계시장을 점령한 것은 전자상품 무역전쟁에서 완승한 쾌거였다. 일본 전자업계 경영진들은 비통한 패배감을 삼키며 삼성의 경영방법을 모방한다.
우리의 다음 수순은 경제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일본과 손잡고 협력해야 할 차례가 아닐까.
살벌한 격투기에서도 승리한 선수는 쓰러진 선수를 일으키고 용기를 북돋는다. 쓰러진 선수에게 욕을 한다면 그는 관중의 미움을 살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창피한 역사를 들추고 또 들추면서 친일파 토착왜구를 운운하며 위안부 소녀상을 세계에 진열해서 일본에 창피를 주는데 전력하는 것이 반드시 한국에 이로울까. 이렇게 우리 조상들의 무지한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가?
따라서 필자는 위안부 보상은 그들의 존엄을 위해 정치적 도구가 아닌 개인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일본제국주의가 저지른 전쟁범죄였지만.
보릿고개로 배고픈 국민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일본 경영이나 일본 정치를 배운 사람들을 등용하고 일본인들이 두고 간 공장 및 산업자산, 일본자금 등을 사용했다 해서 통째로 몰아 친일파라고 부르는 것은 우물안의 개구리나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우물 밖에서 볼 때 돈이나 아이디어는 주인이 따로 없다. 수단 방법 없이 사용하는 사람이 주인이다. 개방된 시장을 향하는 자유 자본주의 원칙이다.
1979년 등소평이 미국을 방문한 후 미국의 자본주의 사상을 도입하여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룩할 때 중국민이 그를 친미주의라고 반대했던가. 그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중국민을 설득시켜 중공은 현재 G2 경제대국이 되었다.
.앞으로는 친일파 운운하면서 국민을 가르는 것보다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경영개선을 화두로 해서 세계시장을 이끌어 가는 현실성있는 한민족이 되는 지혜를 키우자.
유동환(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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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