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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산업자본주의의 그림자, 기후위기
만물의 영장 아닌 만물의 하나로 전환돼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Mar 26 2023 08:23 PM
정필립 | 토론토 생태희망연대 대표 prime9414@gmail.com
지난 150년 간 인류는 위대한 진보를 경험했다. 인류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이 기간에는 기술 혁명, 과학 혁명이 일어났고 정치와 경제 모든 분야에서 그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생산품을 쏟아냈다. 봇물이 터진 것이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의 바탕에는 ‘최소 투입 최대 생산’으로 표현되는 효율성이 있었다. 그리고 더 빨리, 더 많이 만들어 내어 판매하고 보급했고 그 만큼 폐기물의 양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이 조금이라도 낮은 것은 곧바로 더 좋은 효율성을 가진 프로세스와 산업에 자리를 내줬고 지금도 모든 분야에서 이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그 결과 인류는 참혹한 두차례의 세계 대전으로 파괴된 문명을 재빨리 회복했고 국제적 안전망을 갖춰 나가며 생산성을 높였다. 특히 넘쳐나는 생활 용품은 멀쩡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임에도 더 효율적이고 더 멋지며 더 편리한 제품으로 바뀌었다. 농업혁명에다 유전자 조작기술 농산물인 GMO의 등장으로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인구를 모두 영양실조로부터 구할 수 있는 능력도 갖게 됐다. 선진국 사람들의 식탁은 중세 이전 황제의 식탁에 견줘도 부족하지 않은 음식으로 채워졌다. 후진국이라 하더라도 영양실조 인구 비율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호모사피엔스의 전성기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 인류는 이제 지구 생태계 전체의 일 부분으로 인정하고 지구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빛에는 그림자가 함께 있다. 우리는 그 그림자를 100년쯤 늦게 발견했고 그림자가 주는 의미를 알아채는 데는 또 이삼 십년이 걸렸다. 그러고도 애써 의미를 축소 해석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재난급 날씨가 세계 곳곳에서 더욱 많이 일어나며 그로 인한 국제 정치 경제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음에도 이것에 대한 긴급성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자신과 상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느라 자신의 세금이 쓰이는 것에 불만을 갖게 된다.
인류는 지금까지 최소 투입을 통해 부를 생산해 냈지만 앞으로도 그런 방식이 통한다는 생각은 고쳐져야 한다. 지속 가능하지가 않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값싸고 무궁무진해 보이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다 못해 아예 멈춰야 한다. 더 이상 석유나 천연가스를 뽑아 내거나 석탄을 캐내는 일을 멈춰야 한다.
그러자면 석유회사, 정유회사 석탄 광산 기업 등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한다. 그 곳에서 일하고 관련 기업에서 일해온 수많은 노동자는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익숙한 길을 떠나는 집단의 조직적 반발이 엄청날 것이다.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효율적인 생산 방식이 아니라 저탄소 생산 방식을 찾아 나서야 한다. 석탄을 불태워 얻던 전기도 수력, 풍력, 태양광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신재생에너지는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는 ‘간헐성’이라는 단점이 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고압 송전선을 더 길게 연결해 국가간 신재생 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주고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이미 공기중에 나와있거나 석유 석탄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해 저장하는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연구비가 지원돼야 한다.
인류는 이제 지구 생태계 전체의 일 부분으로 인정하고 지구 전체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산업자본주의가 아닌 생태주의가 21세기 위기에 처한 지구의 생명들을 지켜내는 기본 정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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