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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떠난 빈 자리
(故 박성민 시인을 추모하며)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Apr 14 2023 12:57 PM
이경목 목사(세계선교교회)
박성민(사진) 시인이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인은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님의 방’을 포함한 여러 권의 시집과 단편소설집 ’캐비지 타운’ 등을 출간한 캐나다 한인사회의 대표적 문인이었습니다.
40년 전 토론토 대학교 로버트 도서관에서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학교 앞의 밥차에서 구입한 덮밥으로 끼니를 때우며 책을 읽고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시를 썼습니다. 그에게는 시가 일용할 양식이었고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습니다. 외로운 삶을 살았지만 은둔의 예술인을 자처하며 자기만의 성에 갇혀 지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며 예술과 인생, 때로는 정치에 대해 뜨겁게 토론하며 즐겁게 친교를 다졌습니다.
박성민 시인은 생계를 꾸리기 위해 직장에서 일하고 비즈니스를 하기도 했지만 본업은 언제나 문학이었습니다. 평생을 한결같이 시를 쓰는 일에 몰두하며 한눈 팔지 않았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타협하는 법 없이 명실공히 전업 작가의 길을 꿋꿋이 걸어왔습니다. 지난해 가을, 시인의 고등학교 선배 윤상민 교수의 전시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해서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시를 쓸 수 있게 되었다”며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으며 어린애처럼 좋아했습니다. 그러던 그가 지난 달 초 통화에서 기침이 떨어지지 않아 밖에 나갈 수 없다고 하는 말을 하길래 감기 정도로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황망히 우리 곁을 떠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시인 박성민이 우리 곁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으나 이제 그가 떠나고 난 빈 자리가 얼마나 큰 지 우리들은 곧 알게 될 것입니다. 시인이 떠난 적막한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그의 웃는 얼굴과 다시는 들을 수 없는 그의 웃음 소리를 우리는 한없이 그리워할 것입니다.
하지만 고인이 남긴 수많은 시를 통해 우리는 그의 숨결을 느끼며 영원히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박성민 시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2023년 4월12일 장례예배 추도사)
이경목 목사(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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