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지면보기
  • 핫뉴스
  • 문화·스포츠
  • 이민·유학
  • 부동산·재정
  • 자동차
  • 오피니언
  • 게시판
  • 업소록
  • English News
  • 광고문의
  • 기사제보
  •     Tel: (416) 787-1111
  •     Email: public@koreatimes.net
  • LOGIN
  • CONTACT
  • briefing
  • LOGIN
  • CONTACT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HotNews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화려한 개막
  • HotNews 이재명, 24일차에 단식 중단
  • HotNews 다단계수법 M코인 한인사회 침투
  • HotNews 해외가상자산 첫 자진신고 총 131조원
  • HotNews "지하철이 내 오아시스…최고의 휴양지"
  • HotNews 돼지심장 넣은 환자, 수술 후 회복단계
  • HotNews 헤이즐 매켈리언 노선 내년 말 완공되나?
  • HotNews 여권 없이 여행 가능한 전세계 3명은?
  • HotNews 신발로 직원 때리고 사표 강요
koreatimes logo
  • 핫뉴스
  • 문화·스포츠
  • 주간한국
  • 이민·유학
  • 부동산·재정
  • 자동차
  • 오피니언
  • 게시판
  • 업소록

Home / 오피니언

팥시루떡

박윤희/수필가


Updated -- Apr 28 2023 10:40 AM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Apr 28 2023 10:14 AM


토론토에서 남서쪽으로 400여킬로 떨어진 소도시 윈저.

그 낯선곳에 아들이 첫집을 사서 이사가던 날,나는 정성스레 팥시루떡을 했다.내 생애 팥시루떡을 제물로 바칠거란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30년간, 7번의이사를 하면서 무언가를 소원해 본 적이 있었던가. 단언컨대 ‘없다’

너른 쟁반에 팥을 펼쳐놓고 알갱이 대부분과 다르게생겼거나 찌그러진것 그리고 갈라진 틈이 생긴 팥을 샅샅이 살피며 솎아낸다. 두루두루 다른 팥과 잘 어울리는 순정한 팥만을 골라깨끗이 씻어 냄비에 앉힌다. 1시간여, 낮은불에서 팥을 익히면 팥이 익으며 물기가 날아간다.

그때 익은 팥을 나무젓가락으로 살살 저으며 마저 물기를 날리고 한꼬집의 소금과 약간의 설탕을 넣어 숟가락으로 톡톡 쳐 알갱이를 부드럽게 부수어 팥고물을 만든다. 준비해둔 찹쌀가루에 물과 약간의 소금과 설탕을 섞어 흐르도록 걸쭉한 반죽을 한다. 여기는 서양, 캐나다가 아닌가. 시루가 없으니 베이킹 쟁반에 팥고물을 한켜 깔고 찹쌀반죽을 부어 평평하게만든 후, 남은 팥고물을 마저 부어 골고루 찹쌀반죽을 덮는다.

포일을 덮고 화씨380도에 45분을 굽고 포일을 벗긴후10분여뜸을들인다.

유독 신비롭고 고른 팥시루떡이 되었다. 베이킹 쟁반에 구운 찹쌀팥떡을 나는 굳이 팥시루떡이라 부른다. “시루”라 이름 지어주면 절로 신령한 느낌이 난다.

여느때의 나는 팥시루떡을 하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잘라 이웃과 나눈다. 하지만 이번엔 단 한개의 팥고물도 허투루 떨구지않고 붉은색 찬합에 담았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 엄마가 만들어 주신 금빛보자기로 찬합을 묶었다. 보자기를 묶으며 많은 기원을 함께 담았다. 아들아이의 건강과 새로운 이웃과의 화합과 장시간 오고 갈 길위에서의 무사고를 빌었다. 이 사소한 팥알갱이들이 아들을 지켜줄거라 생각하는 나를 어리석다 여기기는커녕 장하다여기며 그 의식을 치루었다.

윈저로 가는길, 남편이 운전하는동안 나는 조수석에 앉아 시루떡을 담은 찬합보자기를 꼭 안고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다. 그건 내 기원의 전부였으므로 소중히 다루어져야 마땅했다.

아이 집에 도착해 서둘러 먼저 집에 들어갔다. 마치 조왕신을 섬기듯 부엌으로 들어가 싱크위에 시루떡이 든 찬합을 놓고 기도하듯 쓰다듬었다. 아들과 남편이 한번에 몇개씩의 짐을 갖고 들어와 짐을 부리고는 잠시 앉으려는 순간, 나는 두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소리내 기도를 했다. 내가 믿는 하나님에게.

서로  손을 잡아 둥그렇게 띠를 두른 모습은 평소엔 하지 않는 모양새라 그자체만으로도 숭고한기분을느꼈다.소리내어 기도할 때, 아이가 콧물 훌쩍이는 소리를 냈다. 오로지 자신의 안녕과 건강을 기도하는 엄마의 기도에 아들은 무슨생각을 했을까?

예전 신랑신부 혼인날에 신붓집에서는 함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추어 북쪽으로 향한 곳에 돗자리를 깐 다음 상을 놓고 그 상을 붉은색보로 덮은 뒤 팥시루떡을 그 상위에 얹는다.

함이 들어오면 함을 시루위에 놓고 북향재배한 후에 함을 연다. 이때 사용하는 떡이 봉채떡이다. 붉은 팥고물은 재액을 막아준다고 믿음이다. 귀신이 붉은팥을 싫어한다고 믿어 고사떡으로도 흔히 쓰는 이유다. 결혼전, 아버지는 떠들썩한 함진아비들을 허용하지 않으셨다. 신랑은 불만없이 홀로 함을 들고 반듯하고 의젓한 모습으로 현관문 앞에 서있었다. 의관정제하신 아버지가 사위를 집안으로 들이셨을 때는 이미 엄마가 새벽부터 손수 준비한 시루떡이상위에 올려져 있었다. 

아버지는 사위가 지고온 함을 두손으로 장히 공손하게 받아 시루위에 올려두시고 지그시 눈을 감으셨다. 여린 잿빛 한복을 입은 엄마는 서둘러 앞치마를 풀어 옷매무새를 다듬으시고 시루를 향하여 두손을 모아 비비며 무언가를 빌었다. 그모습은 마치 순결한 아부같았다. 곡진한 엄마의 속언어를 알지 못하지만 엄마의 기원이 무엇이었을지는짐작하고도 남는다. 

엄마는 돌아가실때까지 크리스천이셨다. 밤마다 잠자리에 앉아 자녀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기도하시던 엄마는 그날 그붉은팥에게 마귀가 틈타지 않는 딸의 평탄한 결혼생활을 기원하셨을거다. 내려오는 오랜 풍습을 경시할 용기가 엄마에게는 없으셨으리라. 나는 엄마의 기원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냈는지 아직은 답을 말할 수없다.

남편과 아들이 함께 기도를 마친후, 보자기를 풀고 찬합의 뚜껑을 열어 훤히 보이는 팥시루떡을 힐끗 보았다. 하나님이 아들을 위해 모든일을 하시겠지만 자네도 할일을 하라는 지엄한 의미였다. 아들에게 바치는 이모든 의식의 주체가 나 일바에야 의식을 받는 상대가 많으면 어떠하랴. 부처님의 공덕에도, 하나님의 사랑에도 그리고 붉은팥의 신비함에도 나는 아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이미 성인이 된 아들의 새로운 출발앞에 내 종교의 일체감은 그리중요하지 않았다. 부끄럽지도않았다. 그저 나의 안심과 아이의 안신을 위한 의식이었을뿐.

picture1.jpg

-박윤희(yunie1966@gmail.com)

2020년캐나다한인문인협회신문문예수필부문가작당선

2021년<에세이21> 2회추천으로등단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스와이프라잇미디어
  • 리쏘 (Lisso) 안마의자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운영원칙
'댓글'은 기사 및 게시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온라인 독자들이 있어 건전한 인터넷 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 원칙을 적용합니다.

1. 댓글삭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 하겠습니다.
  1. 1) 타인에 대한 욕설 또는 비판
  2. 2) 인신공격 또는 명예훼손
  3. 3) 개인정보 유출 또는 사생활 침해
  4. 4) 음란성 내용 또는 음란물 링크
  5. 5) 상업적 광고 또는 사이트/홈피 홍보
  6. 6) 불법정보 유출
  7. 7) 같은 내용의 반복(도배)
  8. 8) 지역감정 조장
  9. 9) 폭력 또는 사행심 조장
  10. 10) 신고가 3번 이상 접수될 경우
  11. 11) 기타 기사 내용과 관계없는 내용

2. 권한제한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 드립니다.

아래의 기사를 추천합니다

기사제목 작성일
명품녀 08 Jun 2023
바람 부는 정원 25 May 2023
팥시루떡 28 Apr 2023
“2-1=0”이다 24 Apr 2023
오수(午睡)- 빈센트반고흐의 <오수>에 바침 19 Apr 2023
친할머니 17 Apr 2023

카테고리 기사

스크린샷 2023-09-22 130005.jpg

현기증 증세 나타나

22 Sep 2023    0    0    0
이미지를 찾을수 없습니다.

유동환 칼럼

21 Sep 2023    0    0    0
스크린샷 2023-09-21 130939.jpg

상관명령은 하느님 명령?

21 Sep 2023    0    0    0
권천학.png

2등의 의미와 1등의 품격

21 Sep 2023    0    0    0
이미지를 찾을수 없습니다.

(종교칼럼) 신학공부 하세요

19 Sep 2023    0    0    0
a0103c46-7dc7-4df0-b488-fdc41e4de918.jpg

통신기술 후져도 민주절차가 중요

14 Sep 2023    0    0    0


Video AD



오늘의 트윗

스크린샷 2023-09-22 130005.jpg
Opinion
현기증 증세 나타나
22 Sep 2023
0



  • 인기 기사
  • 많이 본 기사

증여.jpg
HotNews

해외 자녀에게 재산 증여하면

15 Sep 2023
0
사건현장.jpg
HotNews

한인여성 감금·구타·영양실조로 사망

15 Sep 2023
1
20230917_9.jpg
HotNews

연말까지 美 ‘킹달러’ 지속

17 Sep 2023
0
(1면) 정부 대출 이미지.jpg
HotNews

코로나 사업체 대출 상환기한 연장

14 Sep 2023
0
밀수.jpg
CultureSports

한국 배우들 캐나다로 '우르르'

07 Sep 2023
0
(3면) 국세청.jpg
HotNews

국세청, 양심불량 직원 120명 해고

01 Sep 2023
0
20230902_9.jpg
HotNews

美 한인 변호사 5명 자격박탈·정지

02 Sep 2023
2
(3면) 건강보험 이미지2.jpg
Feature

재외동포도 한국 건강보험 혜택받는다

31 Aug 2023
0


500 Sheppard Ave. E. Unit 305A, North York, ON M2N 6H7
Tel : (416)787-1111
Fax : (416)781-8434
Email : public@koreatimes.net
광고문의(Advertising) : ad@koreatimes.net

캐나다 한국일보

  • 기사제보
  • 온라인지면 보기
  • 핫뉴스
  • 이민·유학
  • 부동산·재정
  • 주간한국
  • 업소록
  • 찾아오시는 길

한인협회

  • 한인문인협회
  • 한인교향악단
  • 한국학교연합회
  • 토론토한인회
  • 한인여성회
  • 한인미술가협회
  • 온주한인실협인협회

공익협회

  • 홍폭
  • 생명의전화
  • 생태희망연대

연관 사이트

  • 토론토총영사관
  • 몬트리올총영사관
  • 벤쿠버총영사관
  • 캐나다한국대사관
  • KOTRA

The Korea Times Daily 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The Korea Times Dail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