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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바지'의 범인제압이 대형사고막아
이윤준씨…"생일 전날 제삿날 될 뻔했다"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May 27 2023 09:38 AM
아시아나항공 비행 중 비상구 연 사건
아시아나 항공 승객 이윤준(빨간 바지)씨. 이씨 옆에 있던 승객이 비상구를 열어 큰 사고를 낼뻔했다.
"갑자기 모자랑 헤드셋이 날아 갔다. 놀라서 고개를 들어 보니 비상구 문이 열려 있었다. 문을 연 친구가 저를 보더니 싹 웃는 것 같았다. 모두 죽는다고 생각했는지."
26일 오후 '공포의 착륙' 순간까지 비행중인 항공기 비상구를 공중에서 연 범인을 끝까지 제지한 승객은 범인 옆자리에 앉았던 이윤준(48)씨다.
아시아나 소속 여객기는 제주도를 떠나 대구로 향하던 중이었다.
비행중인 항공기에서 비상구문을 연 승객을 제압한 이윤준씨. 그가 재빨리 손쓰지 않았다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씨는 이날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 재난안전 총연합회 제주도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안전교육을 위해 제주도에 출장갔다가 생일을 하루 앞두고 대구 사무실로 귀임하던 길이었다.
그는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며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서 그 친구가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탑승 때부터 그 친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비행하는 동안 그는 자꾸 저와 눈이 마주치고 두리번거렸다. 대구공항에 거의 도착했는데 착륙하기 전 공중에서 비상구가 열렸다. 옆 자리에 앉았던 그 친구가 나를 보면서 비웃는듯 섬뜩하고 겁나는 표정을 지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얼른 대각선 방향에 앉은 승무원을 쳐다보니 나에게 무언가 부탁하는 눈빛이었다"라며 "승무원이 계속 무언가 간절한 신호를 줬다"고.
그 짧은 몇 초 사이 비행기는 활주로에 닿았다. 옆 좌석에서는 '탁'하며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안전벨트를 풀고 벌떡 일어난 것이다. 그는 열린 출입문 앞에 있던 비상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봤다. 눈빛을 주던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
안전벨트 때문에 좌석에서 일어날 수 없었던 이씨는 그가 비상구를 통해 밑으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그의 목을 두 손으로 꽉잡았다. 이씨는 사실 손에 힘을 주느라고 진땀을 뼀다.
수초 동안 그와 씨름하는데 승무원 서너명이 달려왔다. 뒤이어 승객들도 와서 힘을 합쳐 그를 비행기 안쪽으로 끌었다. 더 이상 뛰어내릴 수는 없었다.
착륙한 비행기는 사건을 아는지 모르는지 활주로를 힘차게 달렸다.
이씨는 말을 이었다. "문이 열리는 걸 본 승객은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문이 열려서 목숨을 구하려고 뛰어내리려던 승객으로 착각했다"라며 "바람이 폭풍처럼 기내로 들어오고 어른들이 몸싸움하니까 뒷 좌석의 초등학생들은 공포에 떨어 크게 울었다. 기내는 패닉상태였다."
"그후 하루가 지나니 인터넷에서 승무원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사고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들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한테 계속 눈으로 사인을 주신 승무원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셨다"며 "착륙 과정에서 범인을 진압하던 사람들이 밖으로 튀어 나갈 수도 있었을 상황이었는데 안전하게 잘 대처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동부경찰서는 범인 이모(33)씨를 항공보안법 위반혐의로 체포해 이틀째 조사 중이다.
그는 비행기 착륙 직전인 상공 213m에서 출입문을 허락없이 열어 승객을 위험에 빠뜨리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그가 정상적 정신상태인지, 어떤 이유로 자살을 시도했는지, 아니면 모든 승객에게 위해를 가할 목적이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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