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한국형 은둔외톨이 문제 심각"
BBC 보도…"가족 보기싫어 화장실도 안 가"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May 28 2023 07:13 AM
주위의 높은 기대감으로 인해 스스로 고립을 택한 한국형 은둔형외톨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은 5년 간 은둔 생활을 하던 끝에 오히려 이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한 유승규씨. (BBC 영상)
어느 모로 보나 다른 젊은이들보다 못할 게 없는 유승규(30)씨는 2019년 은둔 생활 5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원룸형 아파트에서 나왔다.
먼저 지저분한 집 안을 청소한 뒤 비영리단체를 통해 만난 '은둔형 외톨이'들과 바다낚시를 떠났다.
유씨는 "바다에 가니 기분이 묘했지만, 동시에 은둔 생활을 끝냈다는 게 상쾌했다. 비현실적인 느낌도 들었다. 그러나 저는 분명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세상에 다시 나온 유씨는 현재 자신과 같은 은둔형들을 돕는 '안 무서운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26일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일본서는 히키코모리)를 조명하면서 유씨처럼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사회의 높은 기대치에 압박받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을 택한다고 분석했다.
BBC는 세계 최저의 출산율, 생산성 저하와 싸우고 있는 한국에서 이들의 증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고 보도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만 19∼39세 인구의 약 34만 명, 즉 이 연령대의 3%가 외로움을 느끼거나 고립돼 있으며, 1인 가구 비율도 점점 늘어 지난해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정부는 이들에게 월 최대 65만원의 생활비와 치료비, 학업 비용 등을 지원해 사회에 다시 진입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가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돈 문제 때문에 고립 생활을 택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유씨처럼 은둔생활을 해왔던 A씨(34)는 "그들은 다양한 경제적 배경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왜 이들의 생활을 재정상태와 연결 짓는지 궁금하다. 이들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니다"라고 BBC에 말했다.
은둔형들은 대체로 사회나 가족의 성공 기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통상적 진로를 따르지 않으면 사회 부적응자 취급을 받는다. 학업 성적이 나쁘면 비난받는다. .
유씨의 경우 아버지가 원해서 대학에 진학했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고 한다.
그는 "학교에 다니면서 부끄러웠다. 왜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가. 정말 비참했다"며 이런 이야기를 부모에게 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어느 날 자기 삶이 잘못됐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고립 생활에 들어갔다. 한때는 가족을 만나기 싫어 화장실도 가지 않았다.
A씨는 가족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사회적 압박을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자주 싸웠고 그런 것들이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며 "심리적으로 힘들어서 나 자신을 돌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8살인 2018년부터 치료를 시작했고 지금은 서서히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씨즈(seeds)의 김수진 매니저는 "한국 젊은이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나는 실패했다',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결국 사회와 단절된다"고 지적했다.
A씨는 "사회는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요한다. 너무 획일적 사고다"라며 "젊은이들이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게 자유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8년간의 은둔생활에서 나와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는 김초롱(29)씨는 "취업면접관이 이력서에 적힌 학력·경력 중 빈 기간이 있는데 그때 뭐 했는지를 물어볼까 무서웠다"며 "지금와서 생각하면 은둔은 필요했다. 그런 기간이 없었다면 지금쯤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은둔도 스펙이 될 수 있다. 본인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필요하다. 은둔은 언젠가는 끝날 일이고 그동안 그 자식들은 더 단단해져 있을 것이다. 은둔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말기를 바란다.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할수록 해결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관계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길 바란다."
www.koreatimes.net/핫뉴스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