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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부실불법 공사는 빙산의 일각

직접 당한 경험은 황당했다


  •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 Aug 04 2023 03:13 PM

손우익(경북대 명예교수·토론토)


(6면) 레미콘 트럭.png

◆각종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미콘 트럭. 

 

한국 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부실공사 사건이 터지자 대통령까지 전면조사에 직접 나섰다. 대통령은 이 사건을 돌발적, 독립적 사태로 이해, 그 당사자만 밝혀 처벌하면 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누적된 부정의 전통에서 이어온 당연한 결과다. 건설업계의 부정부패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건설현장의 썩은 단면이 빙산의 일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필자는 정년퇴직과 동시에 명예교수직 발령을 받은 후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동네 자투리땅을 사서 4층 상가건물을 지었다.

대학교 건축·토목과 교수의 조언을 받아 이들 제자의 건물 설계도면을 갖고 중견 건설회사와 접촉했는데 회사에 따라 총 사업비에 수억 원의 차이가 있었다.  

이유는 건설회사들이 수백 가지 자세한 건축항목에 답하지 않고 몇 가지 중요 부분공사 건축가격을 대충 산정했기 때문이다. 고객, 즉 건물주를 속여 돈을 떼먹기 쉬운 구조였다.

더구나 회사마다 재무제표를 보여주지 않아서 건설회사의 재정 건실성도 알 수 없었다. 상가건물 같은 소규모 공사는 그냥 맡기면 됐지 건설회사의 재정이나 정직성을 따지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자세하게 항목별로 자재종류와 가격을 제시한 회사가 가장 정직하게 보여 그들과 건축계약을 맺었다.   

전면 유리로 된 이 건물이 완공돼 임대를 하면 그 수입으로 여생을 편하게 보낼 것이라고 달콤하게 생각하면서 평생 지낸 상아탑을 즐겁게 벗어났다. 그날부터 매일 설계도면을 끼고 현장에 출퇴근했다.

어느 날 업자로부터 기초 땅 파는 공사를 완료했다는 통보를 받고 현장에 나갔다가 이들이 판 땅의 깊이가 설계도면의 절반도 안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거기에 철근을 박았다.  

설계도는 미세 지진에 대비, 땅을 깊이 파고 철근을 충분히 박는다고 했는데 철근 숫자를 세어보니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계약위반이었다. 내 항의에 대해 업자는 “이러시면 우리는 정말 재미없어요. 아무 문제없으니 그냥 갑시다”라고 말했다. 반 협박 같이 들렸다.  

필자는 “이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므로 원안대로 갑시다”라고 대꾸했더니 그들은 공사를 중단했다. 도면을 끼고 매일 출근, 감시하는 건물주와는 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서 현장을 감독해야 할 감리회사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 양쪽의 버티기 경쟁이 시작되자 그들은 공사를 재개할 조건으로 ‘매일 출근하지 말 것, 현장에는 다음 단계 공사를 알려 줄 때만 와라. 중도금을 더 내라’고 요구했다.

나는 빼먹기 없는 조건으로 공사재개를 허락했다. 그런데 웬걸, 거푸집 속에 박은 철근 숫자가 턱없이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굵기가 작은 것을 발견했다.

공사장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해결책으로 굵기가 가는 철근을 사용하는데 그 대신 추가로 철근을 더 많이 보충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업자들은 중단사태가 있을 때마다 추가 중도금을 요구했다.   

몰탈 시멘트를 넣는 순서가 되자 레미콘 차량이 도착했다. 바닥에는 흩어진 비닐 조각, 박카스병, 소주병, 전기선, 스티로폼 등 쓰레기 더미가 그대로 있었다. 누구도 치우지 않았다. 공사원들은 그 위에 시멘트를 붓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제정신인가 의문이 들었다.

업자들은 “대한민국 공사에서 청소하고 시멘트 작업을 하는 곳은 없다”고 내 항의에 대꾸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한국의 고층아파트 건물에는 지금도 쓰레기가 섞여 있다는 뜻이 아닌가. 황급히 시멘트차에 가서 사태를 설명하니 “그럼 시멘트가 굳어서 안 된다”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난 쓰레기에 시멘트를 섞은 건물을 용납할 수는 없었다. 더구나 시멘트 중 A등급을 신청했는데 도착한 것은 C등급이었다. 이것도 주인 속이기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계약서를 트럭 운전기사에데 보여주었다. 트럭은 되돌아갔다.  

그제야 건설사 현장 소장은 나에게 두 손 들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청소를 할 것이며 A급 시멘트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날 새벽 “건물 뼈대가 완성되고 4층과 옥상까지 인조석 공사를 한다”는 통고를 받았다. 이 새벽에 공사를 하는 이유가 뭔가? 의아해 하면서 현장에 달려갔다. 세상에! 핑크색의 고급 국산을 신청했는데 싸구려 회색 중국산을 깔고 있었다.

내 항의에 대해 그들은 “이미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뜯어내고 새 것을 까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버텼다. 나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중도금이 당장 필요한 업자는 한 발 물러서서 국산 인조석 조건으로 공사를 재개했다.    

각 층마다 두께 10cm의 푸른색 유리를 창에 붙이는 대형 공사가 계획된 날이었다. 현장에 나가 자세히 보니 10cm짜리 대신 두께가 0.2cm가 얇은 0.8cm짜리를 붙이는게 아닌가? 이쯤 되면 어지간한 배짱과 끈기가 없으면 탈진상태가 되어 뒤로 자빠질만했다.

건축법에 시공사의 일정 이익이 보장되어 있는데도 업자는 욕심을 내어 건물주를 이렇게 저렇게 속이려 들었다. 어느 한두 군데서 크게 속이는 것이 아니라 수백 군데에서 표 안 나게 조금씩 떼먹는 수법이었다. 가장 쉬운 방법이 철근 숫자를 줄이고 굵기가 가는 철근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교수, 장성, 고급 공무원은 세상 물정을 모르기 때문에 정년 퇴직한 이들의 돈은 바로 내 돈’이란 말이 생길 만도 했다. 공사는 또 중단됐다. 세월은 흐르고 양쪽 모두 탈진한 상태가 됐다. 중도금이 급히 필요한 그들은 타협안을 제시했다. “유리창 두께가 10cm이건 0.8cm이건 어차피 임대할 건물이니 큰 문제는 없다. 그러므로 푸른색 0.8cm 두께 유리로 하되 공사비에서 얼마를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난방시설용 구리파이프를 바닥에 까는 날이었다. 맨 위 4층은 주택으로 설계되어서 바닥 파이프를 아주 촘촘하게 깔고 또 곡선을 돌 때는 연결고리를 붙인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시공사는 파이프를 손으로 휘어지게 해서 파이프를 깔고 있었다. 내 항의에 대해 그들은 문제가 안된다고 고집했다. 내가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그들은 우겼다. 구리파이프가 휘어지면 언젠가는 파이프에 금이 가서 누수가 생기는 것은 뻔한 이치인데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지쳐서 공사를 또 중단시킬 힘이 없었다. (완공 후 1년만에 물이 새어 곤욕을 치렀다.) 

옥상에는 방수 우레탄 공사를 5cm 두께로 해서 3번 깔기로 했는데 한 번만으로 다 했다고 말했다. 우레탄을 뜯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해서 이들이 지붕 방수공사비의 3분의 2를 절취한 것이다. 업자들은 한번 더 칠하고 손을 털었다.  

또 한번 놀란 것은 마지막 점검에서였다. 업자들이 온갖 건축 쓰레기를 건물 주위 땅속에 묻어버린 것을 발견했다. 용서가 안됐다.

마지막 지불금을 유보하겠다고 버티자 업자는 쓰레기를 파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쓰레기 더미 섞인 아파트 건물 짓는데 수십 억원을 주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측은하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겉으로만 찬란한 건물을 짓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천 수백 명 생명을 앗아간 대형 붕괴사건…그렇게 하고도 LH 부실공사라니! 부정부패 이권 카르텔을 잡으려면 썩은 건설업자+정치인+공무원부터. 그런데 그게 어느 천년에 가능하지?

 

 

 

(6면) 오피니언 손우익.jpg

손우익(경북대 명예교수·토론토)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김명규 발행인 (publisher@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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