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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제왕나비 기르기... 고통스런 변태과정이 감동

토론토생태희망연대 칼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1 2023 10:27 AM


올 여름, 나는 갑자기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 애벌레들의 아빠가 됐다. 반려견과 10년 함께 했고 이어 지금은 고양이 ‘집사’가 돼 있지만 애벌레 아빠까지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렇다고 알을 낳을 수는 없다. 공원이나 길가에 있는 밀크위드(Milk Weed)라는 풀을 찾아 뒤적이면 뒷면에 연한 베이지색 동그란 제왕나비 알을 찾아 잎과 함께 데려오면 된다. 알은 볼펜 끝만 하며 반드시 밀크위드 잎에만 있다. 잎에 상처가 나면 우유 같은 하얀 액이 나온다. 물론 잘 못 돌봐서 죽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아직 96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자연에서 제왕나비 한 마리는 100-400개의 알을 낳는데 천적에게 먹히면서 나비로 성장하는 비율은 3-10% 뿐이다. 나는 하루 5-10분 정도의 관심만으로도 알 열개에서 8마리를 키워내고 있다.

 

화면 캡처 2023-08-21 102640.jpg

▲ 밀크위드 잎을 먹고 있는 제왕나비 애벌레(왼쪽 사진). 큰 녀석은 10일차, 작은 녀석은 3-4일차. 함께 두면 큰 녀석이 잡아먹기도 한다. 오른쪽 사진은 마침내 날개를 얻은 제왕나비. 3-4천 킬로미터를 날아 멕시코로 갈 녀석이다.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를 거쳐 고치가 되기까지는 10일 정도면 된다. 또 고치에서 나비로 변하기까지 역시 10일 정도. 그런데 실제 돌보는 기간은 애벌레 시절 뿐이다. 그 동안 서너 번 쯤 잎을 갈아주고 통을 깨끗이 관리해 주면 된다. 밀크위드 잎은 한 마리 당 3-4장 정도 채집, 냉장고에 넣어 두면 2주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알에서 깨어난 1-2밀리미터 길이의 애벌레는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하루에 거의 두 배 씩 폭풍 성장을 한다. 열흘쯤 뒤 새끼손가락만 해 지면 스스로 먹이활동을 중단하고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J’ 모양으로 몸을 구부린 뒤 하루쯤 머문다. 그리고 때가 되면 온 몸을 뒤틀어 산고의 고통을 표하며 허물을 벗고 단 몇 분 만에 고치로 변한다. 그 몸부림이 감동으로 다가오니 신비롭다. 고치가 되면 미리 야외로 옮겨 두어도 된다. 열흘 뒤, 초록색 고치가 검게 변한 뒤 하루가 지나면 몇 분 만에 나비로 거듭난다. 나비는 그 자리에서 몸을 말리고 근육을 다듬는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숨을 고르고 힘차게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제왕나비는 캐나다 전역에서 여름 가을에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아이콘 나비다. 게다가 캐나다에서 태어난 제왕나비는 단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멕시코로 몰려들어 겨울을 나는 신비로운 곤충 아닌가. 찬바람이 불면 이들은 하루 100-200킬로미터씩 날아 멕시코로 간다. 단 몇 주 만에 3-4천 킬로미터를 날아가는, 세계에서 가장 멀리 이동하는 곤충이다.

 
 이듬해 봄, 이들은 북쪽으로 이동해 캘리포니아 등 미국 남부에서 알(2세)을 낳고 생애를 마감한다. 그 알들이 두어 달 만에 다시 2, 3세를 낳으며 봄꽃을 따라 북상, 미국 북부와 캐나다에서 여름철에 3세 혹은 4세를 낳는다. 이들이 수명도 몇배로 길고 멕시코로 갈 나비들이 된다.


 2016년 캐나다 야생멸종위기위원회(Committee on the Status of Endangered Wildlife in Canada)는 제왕나비를 멸종위기종(species at risk) 중 ‘주요관심종’으로 분류했다.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생태 환경 변화, 농약 사용 증가, 애벌레의 유일한 먹이인 밀크위드 감소 등의 이유다. 


 기후변화와 생태계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하찮아 보이는 벌레 한 종이지만 그 종이 사라질 때 생태계는 어떤 위기를 맞게 될지 모른다. 마치 젠가 게임에서 어느 한 막대기를 빼면 높은 막대기 탑이 순간에 무너지듯. 그 제왕나비라는 한 생태 고리의 한 ‘막대기’가 빠지지 않게 애벌레 아빠가 돼 보았다.  

 

화면 캡처 2023-08-21 102620.jpg

www.koreatimes.net/주간한국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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