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핫뉴스
"지하철이 내 오아시스…최고의 휴양지"
NYT '무료승차' 한국노인의 하루 조명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Sep 23 2023 08:33 AM
연령 상향 검토에 노인들 '결사반대'
서울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아 편안하게 하루를 지내는 노인들.
한국의 노인들이 65세 이상자에게 주는 지하철 무료승차 나들이를 늘그막의 낙으로 삼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조명했다.
NYT는 23일 자에서 "나이 든 지하철 탑승자들이 기쁨을 찾는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싣고 다양한 '지하철 여행자'들의 일과와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은 65세 이상의 해외국적자에게도 본국 거주기간 중 무임승차권을 제공한다.
지난 8월의 어느 무더운 날, 한복에 운동화를 차려입고 집을 나선 이진호(85)씨는 집 근처의 4호선 수유역에서 지하철에 올랐다. 그는 한 번 갈아타고 1시간여 만에 1호선 종점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다 은퇴한 이씨는 역 근처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남쪽으로 향하는 열차에 올랐다.
전날엔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고 4호선과 수인 분당선, 1호선을 갈아탔다는 그는 시간을 보내는 데에 공짜 지하철 타기만큼 좋은 것이 없다며 "집에 있으면 지루하고 누워만 있게 된다"고 말한다.
많은 노인이 이씨처럼 지하철을 타고 종착역까지 가거나 혹은 특별한 목적지 없이 다니다 돌아오는 데에 하루를 보낸다.
특히 무더운 여름에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고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좋은 데다 노선도 많고 길게 뻗은 수도권 지하철은 소일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나이도, 직업도 다양하다.
한시(漢詩) 이론서 한권을 가지고 탄 전종득(85)씨는 수학교수로 은퇴했다. 그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다가 졸기도 한다면서 "지하철 여행은 정말 멋지다. 서울 구석구석 못 가는 곳이 없다"고 예찬론을 폈다.
공사 감독관이었던 박재홍(73)씨는 지하철이 "내겐 오아시스 "라고 표현했다. 가톨릭 신부 김모(80)씨는 "집이 너무 더운데 이런 날 지하철은 휴식처이자 여름 휴가지"라고 말했다.
노인인구 증가로 서울의 무료승차 대상이 연간 승차인원의 15%를 차지하면서 이들에게 '지공거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하철 공짜'에 놀고먹는 사람을 뜻하는 '거사'(居士)를 붙인 말이다.
'지공거사'들은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나름의 규칙이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는 피하기, 젊은이들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자리에 앉은 청년들 앞에 다가가지 않기 등이다.
대전도시철도 역 발권기에서 노인에게 무료우대권을 발권한다.
지하철 적자로 노인 무료 승차를 폐지하거나 기준 연령을 올리는 방안이 꾸준히 거론되지만, 노인 빈곤율이 일본이나 미국의 두배에 달하는 한국에서 1회 탑승 요금 1,500원(약 1달러51센트)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김호일 대한노인회장은 지난 2월 토론회에서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승차는 국가적으로 의료비용을 절감한다며 "왜 이 행복을 빼앗으려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배기만(91)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는 70년을 해로한 아내가 지난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깊은 우울감에 빠져 한동안 씻지도, 먹지도 않고 지냈다. 그러다 지하철 나들이를 다니게 되면서 옷을 찾아 입고, 밥을 챙겨 먹게 됐으며 잠도 더 잘 자게 됐다.
배씨는 날마다 갈 곳을 찾기위해 지하철 노선도를 5부나 챙겨뒀다면서 "만약 요금을 내야 한다면 이렇게 다니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www.koreatimes.net/핫뉴스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전체 댓글
peacenjoy ( jchoi37**@gmail.com )
Sep, 23, 12:05 PM'노인 빈곤율이 일본이나 미국의 두배에 달하는 한국', 한국정부여! 쓸데없는 곳에 돈 쓰지 말고 노인복지에 힘을 모으세요. 세계경제강국 12위안에 진입했는데 노인복지 수준은 땅바닥이니 제발 분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