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알프스 몽블랑과 마테호른의 신비를 만나다(유럽 알프스 여행기 4)
손영호(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
- Oct 02 2023 10:12 AM
▲ 에귀 뒤 미디 정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사진 아래 가운데)
여행기간 내내 날씨가 좋아 우리는 알프스의 3대봉인 융프라우, 마테호른, 몽블랑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몽블랑(Mont Blanc)을 보기 위해 스위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프랑스 샤모니(Chamonix)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에귀 뒤 미디(Aiguille du Midi) 전망대로 향했다. 중간에 플랑 드 에귀(Plan de l'Aiguilles)에서 갈아타고 가파르게 올라가는데 속도가 빨라지는 구간에서는 감탄의 비명이 터져 나온다.
전망대는 2개인데 아래는 3,777m, 위의 전망대의 높이는 3,842m이다. 거기에서 바로 코 앞에 바라보이는 몽블랑(4,808m)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투명유리박스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서 기다리다 덧신을 신고 올라가면 직원이 사진을 찍어주는데 실력이 형편 없어 건질 게 거의 없었다.
▲ 전망대 연결통로의 얼음창을 통해서 본 몽블랑(가운데)
샤모니는 인구 8,650명(2020년)으로 1924년 세계 최초의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유명. 프랑스이지만 스위스보다 더 스위스다운 아담하고 정겨운 마을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일행과 함께 한, 스위스 베른에 사는 이명숙 가이드의 배려로 간만에 ‘사츠키’ 일식당에서 얼큰하고 시원한 우동과 튀김으로 저녁을 먹은 후, 시내를 둘러보았다. 곳곳에 눈 녹은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는 살여울과 어우러진 마을에는 몽블랑을 정복한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Horace Benedict de Saussure, 1740~1799)와 자크 발마(Jacques Balmat, 1762~1834) 그리고 미셸 파카르드(Michel Gabriel Paccard, 1757~1827) 등의 기념동상이 있다.
▲ 오라스 베네딕트 드 소쉬르(1740~1799)와 자크 발마(1762~1834) 기념동상: 자크 발마가 몽블랑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인근의 몽탕베르(Montenvers)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유럽에서 스위스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 다음으로 큰 해발 1,913m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 즉 '빙하의 바다(Sea of Ice)'가 있다. 역에 내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서 또 500여 개의 철계단을 걸어내려가면 얼음동굴이 있다. 그런데 이 빙하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매년 90cm 씩 이동하기 때문에 해마다 얼음동굴을 새로 만들어 놓는다는데, 아마도 다음에 오면 이 모습은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다시 계단을 올라오는 길은 험난했다.
▲ '메르 드 글라스'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서 또 계단을 내려가야 얼음동굴에 다다른다. 위 뾰족한 봉우리는 해발 3,754m의 Le Grand Dru
다음은 체르마트(Zermatt)로 이동했다. 체르마트는 청정지역이라 석탄연료 차는 못 들어온다. 태쉬(Tasch)에서 고트하르트 열차(Gotthardbahn)로 갈아타고 들어와야 한다.
먼저 체르마트 시내를 둘러보았다. 시골거리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창과 베란다에 베고니아 꽃 등으로 장식해 놓은 정경이 스위스의 전형적인 샬레 타입의 건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폐품에 가까운 돌과 쓰잘 데 없는 나무등걸 등을 이용하여 꾸민 정원과 데크레이션은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의 순수한 모습을 보는 것같아 정감이 간다.
▲체르마트 시내의 하숙집 겸 식당을 운영하는 전형적 건물. 장식이 아름답다.
▲ 체르마터호프 호텔(Hotel Zermatterhof)과 체르마트 성당
마을 한 어귀에 자연수가 흘러나오는 음료대 위에 울리히 인더비넨(Ulrich Inderbinen, 1900~2004)의 부조상(浮彫像)이 있다. 그는 마터호른 정상을 370번 등반한 산악가이드로 90세 때에 마지막 등반을 했다고 한다. 인더비넨은 104세 장수(長壽)로도 유명하지만, 무리하게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까지 안전하게 가이드 하는 것을 항상 철칙으로 준수하여 더 명성을 떨친 인물이다.
▲울리히 인더비넨(Ulrich Inderbinen, 1900~2004) 부조상
▲ 일몰 무렵 체르마트 시내에서 본 마테호른
다음날 고르너그라트 열차(Gornergratbahn)로 마테호른(4,478m)을 탐방했다. 체르마트 시내에서도 봤지만 고르너그라트(3,135m) 역에서 리펠베르크(Riffelberg) 역까지 약 3km 트레킹을 하면서 바라본 마테호른은 웅장한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라이제(Leisee)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은 태고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 고르너그라트 역(3.135m)에 도착한 열차. 뒤에 마테호른(4,478m)이 위용을 자랑한다.
▲ 라이제(Leisee) 호수에 비친 마테호른은 태고의 신비감을 자아낸다.
손영호(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편집팀 (editorial@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