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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의 정수(精髓) ‘트레 치메’를 답사하다(유럽 알프스 여행기 5)
손영호(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Oct 04 2023 10:54 AM
다음은 이탈리아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로 가본다. 인스브루크에서 버스로 거의 3시간이 걸린다. 코르티나 담페초는 '암페초의 장벽'이란 뜻으로 그냥 '코르티나'로도 불리는 인구 약 6천 명의 조그만 도시다. 하지만 이른바 '돌로미티 산맥(The Dolomites)'의 동쪽 입구에 위치해 있어, 겨울 스포츠의 중심지로 195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으며 오는 2026년 밀라노와 함께 또 한 번 동계올림픽을 치를 예정지다.
▲ 코르티나 담페초 시내 전경
또한 영화 '핑크팬서(The Pink Panther, 1963)', 007 '포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 1981)'와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클리프행어(Cliffhanger, 1993)' 등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그리고 1922년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가 단편 'Out of Season'을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사실 그의 첫부인 엘리자베스 리처드슨(1891~1979)이 파리 리옹역에서 헤밍웨이의 원고로 가득 찬 여행 가방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로잔에 있던 헤밍웨이는 큰 상실감에 휩싸였다. 그래서 코르티나에서 다시 집필하여 그 다음해에 '3개의 소설과 10개의 시(Three Stories and Ten Poems'에 포함돼 출간되었는데, 이 'Out of Season'에서 처음으로 '생략론(省略論)' 즉 '빙산 이론(iceberg theory)'을 제시했다고 한다.
얘기가 좀 길어졌지만 한 가지는 꼭 해야겠다. 간밤에 투숙한 '포스테 호텔(Hotel de la Poste)'에서 만찬을 했는데 주메뉴가 양고기였다. 하지만 설마가 역시나가 되어 무척 실망스러웠다. 양고기 조리법의 동서양의 차이 때문인지 몰라도 육질이 엄청 질길 뿐만 아니라 나이프 날까지도 들지 않아 모두 반납하다시피 손을 놓았다.
▲ 트레치메로 가는 길. 오른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산이 토파네 산(Tofane, 3,244m)
이제 코르티나의 유명한 돌로미티 산맥의 하이라이트인 '트레치메'로 가보자. 원명인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는 이탈리아어로 '산꼭대기, 정상'을 의미하는 '치마(cima)'의 복수형이 '치메(cime)'이고, 'tre'는 '삼(three)'을 의미하니 '라바레도에 있는 세 봉우리'를 뜻한다. 독일어로는 '드라이 치넨(Drei Zinnen)'이라고 부른다. 돌로미티 산맥은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발 2,300m에 위치한 주차장에 도달하면 먼저 아우론초 산장(Rifugio Auronzo)을 만난다. 여기가 출발점으로 오른쪽, 그러니까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코스를 택해 20분 정도 올라가니 '데글리 알피니(Degli Alpini)'라는 조그만 교회가 나타난다. 거기서 한참 더 올라가면 '라바레도 산장(Rifugio Lavaredo)'이 반긴다. 여기서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기 때문에 일행 중 절반이 아쉽지만 포기했다.
▲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북면 - 삼형제봉(세자매봉). 가운데가 가장 높은 치메 그란데(2,999m)
저 멀리 병풍처럼 보이는 토파네 산(Tofane, 3,244m)이 금방이라도 달려올 듯 버티고 있다. 드디어 트레치메를 왼쪽으로 끼고 정상을 넘는 순간 해냈다는 기쁨에 모두 기념촬영을 했다. 우리말로 영락없는 '삼형제봉' 또는 '세자매봉'이라 할 만하다. 이 중 가운데 있는 바위가 ‘치메 그란데(Cime Grande, 2,999m)’로 가장 높다. 아직 잔설이 있어서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 여기서부터 온 길로 되돌아가는 일행과 아예 북쪽면을 끼고 한바퀴 일주하는 팀으로 나뉘어졌다.
▲ 빨간 지붕의 집이 로칼레티 산장. 이곳을 반환점으로 왼쪽으로 돌아 트레킹 한다
우리는 일주하기로 하고 로칼레티 산장(Rifugio Localetti)을 반환점으로 돌아 트레치메 북쪽 가파른 계곡을 오르내리며 또 다른 '랑알름 산장(Rifugio Langalm)'을 지나 주차장까지 걷고 또 걸었다. 거리는 약 10km이지만 난이도가 있고 쉬엄쉬엄 촬영을 하면서 가다보니 4시간 가까이 소요되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눈 때문에 트레킹이 어려웠다는데 그 사이에 많이 녹고, 무엇보다 날씨가 화창해서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돼 이번 여행에서 가장 뜻있는 트레킹이라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미수리나(Misurina) 호수와 트레치메 남쪽면이 바라보이는 '라고 안토르노(Lago Antorno)' 식당에서 이번엔 사슴고기로 점심을 때웠다. 젊은 사장이 인심이 좋고 서글서글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인이다.
▲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의 험준한 트레킹 코스
사실 2주 동안 쉴 새 없이 많은 곳을 섭렵했지만 이쯤에서 마무리를 해야겠다. 각자의 목적과 느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스위스 알프스의 맨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데크까지의 4km 트레킹에서 아이거(Eiger, 3,967m), 묀히(Monch, 4,110m)와 융프라우(Jungfrau, 4,158m) 3봉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게 보람이었다. 세 번째 방문에서야 그 속살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베르니나 익스프레스(Bernina Express) 열차로 올라간 디아볼레차(Diavolezza)와 아펜첼 마을의 에벤알프(Ebenalp)가 인상적이었다.
▲ 랑알름 산장에서 바라본 트레치메 산봉
다만 한 가지 ‘옥의 티’는 모든 사람의 욕구를 다 충족시킬 수는 없다 하더라도 ‘안전’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초의 트레킹 계획이 취소되는 일이었다. 한 번 오기도 힘든데 정말 김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끝으로 감수해 주신 조원 선배님과 이명숙 가이드님 그리고 모든 일정을 함께 했던 벗님들과 한국일보 김명규 회장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아울러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유럽 알프스 여행기’를 9월중에 프리젠테이션 할 계획임을 밝힌다.
손영호(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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