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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윤석열 시대의 인간학

민경하(칼럼니스트·오크빌)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Dec 05 2023 04:19 PM


(6면)오피니언 민경하.jpg

 

1960년대 프랑스 대학가에 좌파의 열기로 가득했을 때 드골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나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다. 그 이상이다."
드골은 전통적인 국수주의자로서 좌파 성향이 아닌 우파 정치인이었다.
드골이 바라본 '그 이상'을 윤석열 대통령도 바라보기를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읽을 줄 모르는 순진한 소망일까?
인류사회에서 집단이기주의의  충돌에서 오는 갈등은 불가피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태와 같은 폭력적 야만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인 사회는 '그 이상'을 모색한다.
'그 이상'은 현존하지 않는 인간학의 개념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자는 헛되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력하는 사람에게서 군자의 모습을 읽는 인간학을 남긴 바 있다.
남북문제는 정치학, 사회학으로는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거대한 인간학의 과제이다.
역사의 진행은 인간의 상상력을 앞서간다고 한다.
통일이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예견할 수 있는 지혜는 존재하지 않는다.
통일지상주의의 폐단을 경계하는 차가운 성찰이 요구되지만, 민족 화해라는 주제를 외면할 때 한반도에서의 인간학은 메마르고 황폐해진다.
역사란 언제나 새로 써야하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분단의 역사는 남북한 정치권력이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로 무겁게 얼룩져 있을 뿐이다.

모든 정치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데올로기를 만든다.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직설 화법은 대한민국 국민의 집단지성을 너무 낮게 폄훼하는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북한 체제는 분배의 도덕률을 앞세우지만 먼저 사과나무의 열매가 숙성되어야 분배할 수 있다.
혼돈과 무질서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안고 가야 열매를 숙성시킬 수 있는 현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북한 인민은 혁명적 로맨티시즘의 물결 속에 갇혀 있지 말고 세계를 읽어야 한다고 국민은 판단한다.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 스스로 구원의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십자가 앞에서 회개할 뿐 주체사상에 공감하는 국민은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제국주의의 패악으로 증오하면서 동시에 미국과의 수교를 열망하는 이율배반의 북한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북한의 미사일, 정찰위성 발사를 도발 이전에 생존을 위한 초라한 몸부림으로 보는 시각도 따른다.
   
토론토에서 별세한 J 전 캐나다 대사는 오래전 현지 언론(The Glove And Mail) 기고문에서 한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진정한 통일은 투쟁의 대상이 아니다. 남북한 모두의 자정 노력에 의한 화합의 산물이어야 한다."
세계를 읽기 위한 북한 인민의 자정 노력을 돕는 일은 '종북'이나 '굴종'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하는 행위다.
북한이 원하는 남한의 자정 노력은 어떠한 것일까?
남한이 진정한 맏형 역할을 하기 위해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을 안고 모든 인간은 이해되어야 한다는 인간학으로 북한을 성찰할 때 남한은 선진국의 품격을 갖출 수 있다.
공자의 인간학이 21세기에도 살아 있는 까닭은 인간다움이 인간사회의 갈등을 조율하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그 이상'을 찾기 위해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다원주의의 길을 선택한다.
정의 사회를 향한 미래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실현된다고 한다.
이성을 초월한 희망과 열정을 비현실적 이상주의나 감상주의라고 함부로 비판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유권자의 머릿수 세기에만 여념이 없는 정치판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인간학은 들려오지 않을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환절기에 국민은 또다시 이데올로기라는 감기에 조심해야 하는 것일까?

영화 The Two Pope에서 교황이 남긴 말씀이 메아리로 남는다.
"가장 힘든 일이 주님의 음성을 듣는 일이오.
 아무래도 영적인 보청기가 필요한 것 같소"
가장 힘든 일은 '그 이상'의 음성을 듣는 일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한반도의 인간학이 울려오는 영적 보청기가 필요할 것이다.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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