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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후 삶의 무게 가벼워져"

홍푹정신건강협회 건전한 정신 시리즈(4)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Dec 14 2023 04:22 PM


개인의 정신질환 경험을 소개한 다음 세 사람의 글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글쓴이의 이름을 일부만 표시했다.

공부가 삶의 전부인가?...절망 속에서 찾은 삶(서모씨)
“더 잘해야지. 열심히 해서 좀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보자. 점수가 이게 뭐니?”

(6면) 오피니언.jpeg

홍푹정신건강협회 관계자(왼쪽)가 상담하고 있다. 사진제공 홍푹     

 

한인 부모들이 자녀에게 하는 기대 섞인 이런 말은 한국문화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특징이지만, 서양문화에서는 웃음
거리가 되기도 한다. 부모의 이런 생각과 기대감에 자녀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중압감 때문에 자신을 똑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부모와 갈등을 빚게 된다.
배움과 희망의 기회가 보장된 대학 1학년, 내게도 시련이 닥쳤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 왔으니, 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나는 믿었다. 하지만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대학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적절한 지도를 받지도 못한 채 첫해에 어려운 과목을 무리하게 선택했다. 교수들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수업과제는 힘겨울 정도로 과중했다. 결과적으로 내 학교생활을 통틀어 최악의 성적을 받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빛나던 내 성적은 어디로 갔는가?
성적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까? 밤새워 고민하고 자신을 몰아쳤다. 그러다 공황상태에 빠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
까? 낙제 과목으로 비틀거리는 내 모습을 보자, 학교에 쏟아부은 그 모든 시간들이 쓰레기 더미처럼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점차 우울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학교 수업을 빼먹고 집에 틀어박혀 그저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학교과제를 팽개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다. 내 문제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모님은 나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고, 이해할 능력도 없었을 게다.
학교 수업과 시험을 계속 빠지자 학사경고를 받았다. 평균 점수를 올리려고 여름 학기를 신청하며 애써보았지만, 이미
자신감과 생활 습관이 엉망이 된 뒤라 성공하지 못했다. 나는 가치 없는 인간이고 노력해봐야 소용없다고 느꼈다.
계속되는 결석과 재등록. 대학의 첫 학기를 망쳤던 터라 더 이상 학교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어느 날 마음을 정했다.
이제 학교는 그만두고 부모님께는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 척 하자. 한 집에서 생활하는 부모님의 눈을 끝까지 가릴 수는 없었다. 엄청난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결국 나는 가족과 친구, 행복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늘 자신을 비난하면서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
이윽고 대학생활 중에 어느 상담사가 내게 정신질환이 의심된다고 언질하며 부모님과 상의하라고 권유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여러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찾아다녔다. 반갑게 맞아주는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몇몇 있었다.
홍푹의 대기자 명단에 2년 동안 이름을 올렸다. 처음에는 홍푹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내 생각은 곧 바뀌었다. 홍푹의
사례 관리를 담당하는 정신건강 복지사에게 꾸준히 상담을 받고, 필요에 따라 일상관리도 도움받았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삶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풀어놓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건강 복지사와 유대감도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내 어깨를 짓누르던 어마어마한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내 문제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낙인찍기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내가 말을 한들 이해받지 못하리라는 생각, 이런 장벽들로 인해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내 건강한 삶을 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부모님은 한인 가족그룹에 참석하여 정신질환 정보를 얻고 회복 여정에 나와 함께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지원하신다.
홍푹은 동양문화에 친숙한 환경, 부모 세대가 직면하는 문화와 언어의 장벽이 없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우
리 가족이 즐겨 찾는 안식처가 되었다. 홍푹 외의 다른 어떤 정신건강 전문가에게서는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다.
이제 나는 문제를 숨기거나 피하지 않는다. 내가 배웠던 대처기술을 통해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행동을 하게되었
다. 문제를 만나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보다 방법을 찾아나선다. 부모님들과 대화도 훨씬 더 쉬워졌다. 이전 같으면
결코 꿈도 못꾸었을 일이다. 상황에 대해 늘 냉정하게 사고하고, 나를 걱정하는 지인들과 함께한다. 친구, 가족, 홍푹의
도움으로 이제 대학과정도 마치고 일자리를 잡아 새롭게 살아가고 있다. (전문은 본보 웹사이트에)

 

*아래는 웹사이트에만.... 

 

우울증의 어두움에서 빛으로 (경모씨)

1999년, 그해가 생생히 기억난다. 어두움이 나를 덮쳤다. 엄마가 돌아가셨다. 늘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랑했던 엄마.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은 고통스럽다. 엄마를 잃을 무렵 캐나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다. 가족 간에 불화가 잦았다. 그런 와중에 언어장벽이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이제 내 편이 곁에 없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다. 이민 생활의 이런저런 어려움과 상실감이 원인이었을까. 엄마의 죽음 이후로 절망에다 우울증이 겹쳤다. 그때만 해도 정신건강이 뭔지 잘 알지 못했다.

문제가 계속되자 더 이상 캐나다에 살 수 없다고 믿었다. 가족 문제와 삶의 여러 사건들이 내 건강을 무너뜨렸다. 한국으로 돌아가 병원에 입원했다. 고국에서 안식과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건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한국에서 내 정신건강은 더욱 악화되었다. 깊은 소외감과 외로움이 늘 따라다녔다. 먹고 자는 일도 순조롭지 못하고, 사람들과도 잘 만나지 못했다. 뭐가 잘못인가? 문화적으로 편안하다고 느껴왔던 고국에서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의 실수였다. 내 삶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추운 황무지 같은 캐나다에서 다시 기
회를 얻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지만 복합문화 사회에서 내 목소리를 내어보려 노력하며 캐나다를 고향처럼 만들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정신과 서비스를 받으려고 도움을 구했지만 적절한 도움을 찾지 못했다. 한국 사람이 비교적 많은 토론토라고 하지만
한국말을 사용하는 정신과전문의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의료 서비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다.
2009년,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간관계가 망가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엄청난 충격과 어려움이 닥쳤다. 지금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가정의가 홍푹을 소개해줬다. 얼핏 들어본 이름 같기는 한데, 홍푹은 무엇하는 곳인가?
이곳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나의 의심은 빗나갔다. 홍푹에서는 한국인 정신과 서비스를 제공해 주었다. 사례 관리팀의 정신건강 복지사가 내 정신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정신과전문의를 찾아주었다. 나아가 내가 살 곳을 찾는 일과 나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법률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힘든 일들은 하나씩 해결되었다. 그 사이 영주권도 얻고 삶의 안정을 찾았다.
내가 정신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자녀들이 나를 게으르다고 비난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건강
상태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과의 관계는 참 거북했다. 입씨름도 부담스러웠다. 홍푹 직원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정신건강에 대해 알려주고 나의 어려움을 이해시켜 주었다. 이제 자녀들은 내게 약간의 재정적 도움을 주면서 내가 겪는 정신질환 증상을 비판하지 않는다. 홍푹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이들의 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홍푹의 회복 프로그램은 내가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간 덕분에 내 삶은 다시 꽃피기 시작했다. 과거의 암울한 나는 이제 사라지고 없다. 대신, 메마르게만 보였던 세상과 주변 사람들과 활기차고 생동감있게 소통하고 있다.
홍푹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하고, 요리법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때는 참으로 행복했다. 대화하면서 문화와 전통을 함
께 나누는 일이 즐거웠다. 또 홍푹은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내게 인내를 가르쳐 주고 소속감도 갖게해 주었다.

우울증 회복 후엔 봉사의 열정이... (정모씨)

지난 2004년.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의욕도 식욕도 없었다. 잠도 잘 이루지 못 했다. 무슨 일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우울증이 뭔지 알지 못했고, 그래서 그런 혼란스런 증상들이 더욱 두렵고 힘들었다. 다행히 8개월 간 의사의 도움을 받아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신앙의 힘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08년. 미디어를 통해 홍푹의 자원 봉사자 교육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교육이 있는 날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여했다.
정신건강에 대해 꼭 필요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었다. 이어서 바로 홍푹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우울증, 불안증, 스트
레스를 비롯한 각종 정신질환의 원인, 증상, 대처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2012년에 은퇴한 뒤로는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봉사활동에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었다. 자원 봉사자로서 한인사회의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힘쓰고, 영어가 부족한 한인들을 위해 통역하는 일을 맡았다. 정신건강 응급처치 과정에 등록하여 지식을 넓히고 회복의 여정에 있는 분들에게 직접적인 동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관리 도우미로도 봉사했다.
마음챙김과 스트레스 관리, 대화의 기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능력과 같은 자기관리와 대처 기술은 봉사자의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게다가 신체의 움직임을 적용한 ‘바디 앤 마인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진행하면서 자신을 표현
하고 즐길 수 있도록 활기찬 환경을 조성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경험한 에너지는 긍정적인 사고에 도움이 되었고,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하며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을 통해 문제 극복에 큰 힘이 되었다. 홍푹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나의 생각이나 삶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편안하게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수치심이나 낙인찍기 같은 부정적 인식이 없이 서로의 문제를 포용하고 질병을 이겨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나는 우울증 경험을 함께 나눔으로써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 하는 이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회복의
여정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삶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신체건강과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듯이, 정신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긍정적인 사고방식
을 키우려고 날마다 하는 정신운동은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한국 문화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그러기에 우울증을 경험하는 많은 한인들은 자신의 증상을 다른 이들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뭔가 이상이 있다는 꼬리표가 달리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 모두는 직·간접적으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우리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마치 정신건강 문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것처럼 살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푹의 지원을 받았던 사람들이 성공적으로 회복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것을 종종 보게된다. 정신질환을 앓는 것이
이 세상의 끝이 아니다. 첫발을 내딛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회복의 기회가 있다. 나는 내 삶에 긍정적 변화를 준 홍푹이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도 그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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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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