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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마지막 곡이 그 해를 정의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어울리는 '연말송'
- 송채원 (edit2@koreatimes.net)
- Dec 24 2023 11:04 AM
"1월 1일 0시 0분, 한 해의 첫 곡이 그 해를 결정한다."
언제부터인지 한국 MZ세대 사이에서는 이 문장이 새해를 시작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신년송'이라고도 하는 새해 첫 곡에는 그 해에 가장 이루고 싶은 각자만의 염원과 목표가 깃들어 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다'라는 희망을 담은 우주소녀 <이루리>는 2020년 역주행을 시작으로 새해를 대표하는 곡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은 엑소 <Lotto>, 리사 <MONEY>, 블락비 <JACKPOT> 같은 직관적인 제목과 가사의 곡을 듣는다. 행복과 자신감을 바라는 이들은 레드벨벳 <행복>, 카라 <STEP>, 에스파 <Dreams Come True> 등 밝은 곡을 선호한다. 매 나이를 대표하는 세븐틴 <A-TEEN>, 아이유 <스물셋>, 송지은 <예쁜 나이 25살>, 자우림 <스물다섯 스물하나> 같은 곡도 인기다.
새해를 기분 좋게 시작하기 위한 '신년송'처럼 올 연말은 '연말송'을 들으며 마무리하면 어떨까? 이번 특집에서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및 연말과 어울리는 곡들을 선정해 봤다. 이 곡들과 함께 각자만의 방식으로 한 해를 마무리해보자.
■ 나를 설레게 하는 노래
Loving Caliber <Magic Day>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힘을 가진 날이야. 그래서 나는 확신해. 크리스마스는 마법의 날이라고."
우리의 1년을 돌이켜보면 후회와 다짐의 연속일 것이다. 이번엔 다를 거라며 굳게 세운 새해 다짐은 그 결심이 무색하게도 며칠 만에 행방이 묘연해지곤 한다. 언제나 그렇듯 똑같이 반복되는 우리 일상은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에 화자는 우리의 1년에는 슬픔, 분노, 역경 등 갖은 고난이 있지만 크리스마스는 그 고난을 잊을 수 있는 마법 같은 날이라고 얘기한다. 또 전 세계가 즐기는 날인만큼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고 전하고 있다.
■ 나를 진실되게 만드는 노래
Wildson <Let it snow>
"그동안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어. 하지만 이젠 머뭇거리지 않을 거야. 오늘은 말할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던 화자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얘기하겠다는 다짐을 담은 곡이다. 크리스마스는 존재만으로도 설레고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화려한 조명과 캐럴 그리고 장식된 거리 속을 거닐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가까워진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각자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나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며 스스로를 돌보기도 한다. 특별한 날에 선택된 활동과 음식을 통해 자신의 취향을 깨닫기도 한다. 이렇듯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휴일을 넘어 진실된 순간을 만들어주는 날이다. 그동안 억눌러 왔던 말과 행동이 있다면 크리스마스를 핑계삼아 해보면 어떨까?
■ 나를 위로하는 노래
Coldplay <Fix You>
"불빛이 널 집으로 인도할 거야. 네 깊은 곳까지 밝혀줄 거야. 그리고 내가 널 위로해 줄 거야."
최선을 다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원하는 걸 얻었지만 필요한 게 아니었을 때, 지치고 힘들지만 잠도 오지 않을 때. 한 번쯤은 모든 게 엉망인 듯한 상황과 감정을 겪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곡은 그런 순간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힘이 되어준다. 온 세상이 들떠있는 크리스마스가 지난 자리는 고요하다. 그리고 그 고요함은 이상하게도 강한 적막과 씁쓸함을 만든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는 시점, 우리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회고의 시간을 갖게 된다. 온갖 희로애락이 공존했을 1년 동안 어쩌면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도 또 발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마다 좌절했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잘 살아있다. 이 곡의 가사처럼 세상의 모든 빛이 나를 향한다는 걸 믿고 다음 해도 힘차게 시작해 보자.
■ 나를 사랑하는 노래
Anne Marie <Perfect To Me>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 거야. 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든 게 좋아"
화장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먹고 싶은 걸 먹고, 입고 싶은 걸 입으면 된다. 화자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각자만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또 외적인 강박이나 주위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끊임없이 다른 사람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간다는 의미다.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완전한 자유'를 누린다는 게 불가능한 영역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나보다 타인의 의견을 앞세우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진짜 나'를 잃어버린듯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고찰하는 시간과 함께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연습해 보면 어떨까? 아직은 어색하고 부족해 보일지 언정 자존감을 향한 첫걸음이 우리의 2023년을 뜨겁게 장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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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원 (edit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