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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꽃다발
김외숙의 문학카페
- 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
- Jan 12 2024 10:15 AM
지난해 가을 그날, 나는 인사동 그곳에 갔다.
제16회 민초문학상 시상식이 있던 그곳, 수상자는 텍사스에 거주하시던 소설가이자 시인이신 손용상 선생님을 대신해 부인께서 대리 수상을 하신 자리였다. 나는 개인적인 일로 서울을 방문 중이어서 참석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인 민초 문학상 관계자와, 민초 이유식 선생님과 가족, 한국 문단의 여러 관계자와 다수의 작가가 참석한 자리였다. 그러니까 수상자는 편찮으신 손용상 선생님을 대신해 미국 텍사스에서 수상을 위해 부인께서 그 자리에 계셨고, 상을 주실 민초 이유식 선생님께서는 상을 주기 위해 캐나다 캘거리에서 그곳에 가신 것이었고, 축하를 위해 나 또한 캐나다에서, 다른 작가들은 미국에서 동참했으니 가히 국제적인 모임의 수상식이었다.
언스플래쉬
민초 선생님은 캐나다 문단에서 이미 알고 지낸 분이시지만, 나이아가라와 캘거리라는 거리 때문에 자주 뵐 수 있는 분이 아니었고, 텍사스에 사시던 손용상 선생님과는 몇 년간 함께 북미주 문학 아카데미에 동참하면서 작품을 교류한 인연으로, 또 작년 여름엔 토론토와 나이아가라 근교에 사는 작가들이 선생님과 함께 내 집에서 모임 가진 적이 있는 인연으로 알고 지내던 터였다. 그러니까 두 분 선생님께서는 내게 문단 선배이셨다.
사실 나는 민초 문학상 제정의 그때부터 지금까지 먼눈으로 지켜보았는데, 나도 글 쓰는 일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민초 문학상을 처음부터 나 나름으로 관심 있게 본 이유는 심사위원 선정으로, 한국 문단의 저명한 작가, 또는 비평가들이 맡는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작품심사 기준에 그분들의 작가로서의 경륜에 의한 작품관을 철저히 적용할 것이란 믿음을 주었다.
그날 수상식에 가면서 나는 꽃다발 두 개를 준비했다. 하나는 편찮으셔서 먼 길 미국에서 오시지 못한 손용상 선생님을 대신해 참석하신 부인께 전할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민초 문학상을 제정하신 민초 이유식 선생님께 드릴 꽃다발이었다.
세계에 흩어져 사는 작가들, 현지 언어에 시달린 탓에 온전하달 수도 없는 모국어 단어로도 문장 만드는 일을 포기하지 않은 작가들, 또는 작가 지망생들의 우리 글을 향한 열정을 격려하고 용기 주기를 열여섯 해나 묵묵히 해오신 그분께 감사의 의미로 전할 꽃다발이었다. 지금까지 글 쓰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기회 주심을 감사하고, 앞으로도 그러시기를 원하며 전할 꽃다발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돈이 많다고, 부자라고 문학상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문학상 제정도 귀한 일이지만, 열여섯 해나 이끌어 오신 일은 더 귀한 일이라고. 문단에 나와 서른 해도 더 글 쓰는 일을 하면서, 거창하게 생겼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던 문학상의 경우를 나는 더러 보았다.
그런데 민초 선생님, 그분은 특히 우리 글을 잘 쓸 수 없는 환경에 사는 사람들이 우리 글을 잊지 않고 쓰도록 격려하고, 구체적으로 바라지하는 일에 상이란 이름으로 돈을 쓰시고, 그 일을 오래해 오셨으므로 그것이 고마웠다. 얼마나 고상한 방법의 돈 쓰기인가?
실은 나는 민초 문학상을 받은 적 없지만, 그 소박한 꽃다발을 전하며 말씀드렸다, 열여섯 해나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이 상 받으려고 세상에 흩어져 사는 얼마나 많은 작가, 또는 작가 지망생들이 우리 글의 문장을 갈고 다듬고 있을까 하고.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제16회 민초 문학상을 받으신 텍사스에 사신 손용상 선생님께서는 지난 9일 이른 아침에 별세하셨다. 한국과 우리 미주 문단에서 소설로, 시로, 칼럼으로 빛나던 작가 손용상 선생님이 정말 별이 되신 거다.
“울 마눌 호강 시켜줘서 고마워요. 감사요!”
경북문학대전 상 받으러 지방 가면서, 손용상 선생님 부인과 동행해 함께 밤을 보낸 내게 텍사스의 선생님께서 보내신 문자다. 저렇게 마눌님을 사랑하신 분이 어떻게 떠나셨는지, 마눌도 아닌 내가 벌써 그립고 눈물 난다.
이 땅에서 잘 사시고, 기다리시던 하늘의 그분 품에 가셨으니 선생님께서는 지금쯤, 그분이 주신 꽃다발 안고 이 땅을 내려다보시겠다.
김외숙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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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