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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목소리’ 내 온 정우성
영화인, 사회인, 한 인간으로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2 2024 01:21 PM
데뷔 후 일관된 소신·솔직함 재조명 난민·세월호 등 사회 문제 적극 나서
배우 정우성(51)은 13년 전 일본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각본 기타카와 에리코·제작 TBS 텔레비전)의 원작 판권을 샀다. 청각장애 화가와 배우 지망생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1995년 일본 방영 당시 28%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정우성은 드라마 중간에 내레이션으로 깔린,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 주인공의 목소리가 “심장에 와서 박혔다”고 했다. 이내 드라마 제작을 결심했다. “(청각장애인인) 주인공에게도 내면의 소리가 있는데,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과했다”는 것을 깨닫고서다.

지니TV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청각장애 화가 차진우를 연기한 배우 정우성. 스튜디오 지니·스튜디오 앤뉴 제공
주변에선 반대했다. “남자 주인공이 끝까지 목소리 없이 연기하는 드라마가 흥행이 되겠냐”,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 설정을 바꾸면 어떠냐”는 반응을 보면서 ‘아직은 힘들겠다’ 싶어 제작을 접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다시 판권을 구매해 제작에 나섰고, 16부 내내 대사 한마디 없는 화가 차진우를 연기했다.
정우성이 직면한 어려움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처음 해보는 수어 연기, 또 하나는 첫 판권 구매 당시 30대였던 그가 이제 5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내 물리적 나이와 차진우의 나이를 맞추면서 원작과는 다른 결의 드라마로 완성됐다”며 “장르는 멜로지만 이성에 대한 사랑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관계를 더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이후 11년 만에 멜로에 복귀한 그는 “‘더 늦으면 출연을 포기해야 한다’는 막차 타는 기분으로 했다”며 웃었다. 드라마는 16일 종영했다.
데뷔 31년 차 배우인 정우성은 소신 발언으로도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달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나온 그는 관객들에겐 영화 많이 봐달라고 하면서 정작 영화인들은 영화관을 찾지 않는 건 “염치없다”고 꼬집었다. 또 연예인들이 연인의 존재를 감추는 관행에는 “똑같은 인간인데 왜 유명세 때문에 누군가(연인)가 있으면 안 되냐”고 말하기도 했다. 신중하되 솔직한 그의 답변은 많은 지지를 받았고 ‘우리 시대 몇 안 되는 셀러브리티’라는 평가도 나왔다.
수려한 외모에 가려졌을 뿐, 정우성은 늘 자기 목소리를 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해외 촬영 중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여자친구”라고 대답했다. 연예인은 ‘만인의 연인’이라는 공식이 확고하던 시절인 데다 신인 배우였지만 관행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사회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그는 예멘 난민들의 제주 입국으로 난민혐오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 “난민을 잠재적 범죄자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봐달라”고 호소했다. 이후 오래 악플에 시달렸지만 난민 관련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2019년)을 출간하는 등 우직하게 활동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2018년) 내레이션도 맡았다. 제작팀은 당초 섭외가 안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정우성은 제안을 듣자마자 바로 승낙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인 정우성이 2019년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난민 캠프를 찾아 로힝야 난민 어린이들을 만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제공
부담을 느끼진 않을까.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다 사회인이잖아요. 연예인이기 때문에 사회와 분리돼서 꾸며진 이야기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 각자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고, 그걸 인정하면 된다고 봐요. 저를 안 좋게 보는 분들이 언급하는 것도 인정해요. 다양한 얘기가 공존하는 게 사회니까요.”
배우에서 감독, 제작자로 영역을 넓혀온 정우성에게 지난해는 특히 각별했다.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은 영화 ‘서울의 봄’의 관람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데뷔 30년 만에 ‘천만 배우’에 등극한 것. 그러나 그는 연연하지 않았다. “‘서울의 봄’이 1,000만 관객을 넘은 것이고 제 것은 아니에요. 어제(15일) 무대 인사에서 ‘새내기 천만 배우’라고 유쾌하게 농담도 했지만 외부에서 붙여주는 수식일 뿐이에요. 저는 그냥 배우 정우성이에요.”
오히려 한국 영화계에 대한 걱정이 컸다. 그는 “한국 영화 시장이 건전해지려면 1년에 1,000만 관객이 드는 영화 두 편보다 300만~500만 영화가 몇 편 더 있는 게 낫다”며 “극과 극의 시장 상황에서 300만~500만 영화가 점점 더 귀해지고 있어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지난해 11월 ‘서울의 봄’ 개봉 후 열린 232회의 관객 무대인사에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해 한국 영화사의 이색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영화나 상황이 허락돼야 만들어질 수 있는데 (그게 가능해서) 감사했다”며 “그분들이 극장을 채워주고 계셔서 영화가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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