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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있는 ‘직업’으로서의 정치 보여줘야”

예언자 노릇하는 선동가식 한국정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5 2024 12:21 PM

정치적 능력·훈련 없는 스타 등장 정권교체 때마다 ‘열광·실망’ 반복 


인터뷰에 응한 이론사회학자 김덕영(66) 독일 카셀대 교수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과 위선을 바로잡겠다며 ‘공정’을 내세웠지만 ‘영부인 리스크’로 스스로 공정의 수렁으로 빠져든 윤석열 정부에 대한 냉혹한 평가다. 또 “이건 특정 개인, 정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반의 문제”라고도 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발행)에서 지적한, 1987년 민주화 이후 정권 교체 때마다 ‘열광과 실망의 사이클’이 반복되는 원인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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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사회학자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번역, 선보였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신념윤리가 ‘열광과 실망의 사이클’ 낳는다

김 교수는 이번에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도서출판 길 발행^사진)를 번역, 출간했다. 베버의 원전 번역에 집중하고 있는 그답게 이번에도 아주 자세한 해제를 붙였다. 이 책이 학생단체 자유학생연맹 바이에른지부의 초청으로 1919년 1월 28일 저녁 7시 반 뮌헨 슈타이니케홀(서점 운영자가 만든 사설 문화시설)에서 행한 연속 초청 강연 중 일부이며, 구술한 강연을 그대로 옮긴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강연 뒤 많은 양의 원고를 추가했다는 등 자세한 설명이 담겼다.

눈길을 끄는 건 이 책을 통해 베버가 말하려고 했던 내용이 무엇이냐는 부분이다. 정치 개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베버의 저작 중에 가장 자주 인용, 언급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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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


베버의 의도는 신념윤리 아닌 책임윤리

김 교수는 “한국에선 이상하게 베버가 신념윤리를 중시했다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신념윤리에 의해 보완돼야 하지만 진정한 정치가는 책임윤리에 기반하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흔히 베버는 정치가의 덕목으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를 제시했고, 그 둘은 서로 보완해주는 대등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책 후반부로 가면 베버는 신념윤리에 대해 아낌없이 쓴소리를 하고 있다”며 “베버는 책임윤리에 더 우선권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패배, 제국의 붕괴 등 베버가 강연에 나섰을 즈음 독일 상황과 관련 있다. 정치권력에 공백이 생기자 대학교수들이 ‘마땅히 이렇게 되어야 한다’는 신념윤리를 내세우며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예언자 노릇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베버는 대학생 단체의 강연 요청에 맞춰 ‘신념윤리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임윤리’라고 주장하면서 ‘강단예언자’ ‘교수예언자’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란 얘기다. 김 교수는 “베버가 경계한 건 신념윤리만 내세운, 책임윤리 없는 선동가의 출현”이라고 말했다.

 

“정치가 모든 걸 다 할 수 없다는 자기제한”

책임윤리의 핵심은 의외로 ‘뜻한 바의 완전한 관철’ 같은 게 아니다. 오히려 일정 정도의 체념과 자기제한이다. 김 교수는 이를 “완전하고 아름다운 인간성과 인격을 추구하는 삶으로부터 체념 어린 작별을 고하고 직업노동에 헌신하는 행위”라 풀었다. ‘내가 정치를 해서 세상을 바꾸겠다’가 아니라 ‘애써 정치를 한다 한들 세상을 다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인정하는 것, 그런 체념과 자기제한을 통해 포기할 줄도 알고, 또 이를 통해 상대방에게 숨 쉴 공간과 여유를 남겨두는 것, 그게 진짜 책임정치라고 봤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는 그 책만 똑 떼어 내서 읽을 게 아니라 베버의 사회학 전체의 틀 안에서 봐야 한다”며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분업화’와 ‘금욕주의’를 읽어낸 사람이며, 정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리 못마땅하다 한들 분업화된 영역으로서 정치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 동시에 정치를 통해 모든 것을 이뤄 내겠다는 과도한 욕망도 자제해야 한다.

“기존 정치를 악마화하면서 내가 조국과 민족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면서 나서는 풍토, 그게 바로 신념윤리가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이 없어질 때 진정한 정치의 복권이 이뤄질 겁니다.” ‘소명’이 아닌 ‘직업’으로서 정치,라고 옮긴 이유이기도 하다.

조태성 선임기자 

 

공식블로그홍보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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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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