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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무죄... 국민 법감정 수긍할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an 26 2024 10:14 AM
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하고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7년, 검찰 기소로부터는 4년 11개월 만에 무려 290차례 재판 끝에 법원이 내린 첫 결론이다. 상급심까지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사법부 신뢰를 크게 흔든 초유의 사태가 아무런 ‘단죄’ 없이 끝나게 된다.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양승태(가운데)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 이정민)는 어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징역 7년이 구형된 양 전 대법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적용한 47개에 달하는 혐의 중 단 하나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은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였다. 검찰은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등 재판에 부당 개입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관은 다른 재판에 개입할 ‘권한 자체가 없어 남용이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고수하고 하급자들과의 공모 또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파견법관을 이용해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도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민 법 감정이 얼마나 수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입장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인 만큼 유무죄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결국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 재판 중 유일하게 유죄를 받은 이민걸·이규진 두 전직 법관의 경우 2심에서 뒤집히긴 했지만 1심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과의 공모를 인정해 직권남용 유죄를 선고하는 등 법리적 다툼의 여지는 없지 않다. 검찰은 수사권 남용이란 지적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상급심에서 더 치열한 다툼을 해야 할 것이고, 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란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엄정한 판결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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