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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을 서툴게 구우며          

해윤슬(토론토)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Feb 01 2024 04:28 PM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한참 소곤거리던 노년기의 두 여인이 자리를 떴다. 그들은 가끔 성희네 모모치즈케이크 카페에 와서 회포를 풀고 가는 손님들이다.

날씨가 약간 을씨년스러운 늦가을 오후라서인지 카페가 한가하다. 이런 날이면 그녀에게 이 땅에서 처음 삶의 터전을 시작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붕어.jpg


캐나다의 토론토, 성희는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두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한국의 삶을 정리하고 두 아이들과 함께 네 가족이 비행기에 올랐다. IMF 후에 날마다 들어야 했던 구조조정의 아우성, 임시직이나 계약직이라는 낯선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불안해진 일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버리고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직 구조조정에 휩싸이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불안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왠지 캐나다를 선호하는 것 같았다. 캐나다를 가나안이라고 생각하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생각하였었는지 모른다. 그녀도 그 무리들 중에 하나가 되어 이곳에 ‘이민자’의 삶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민자들에게 이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젖과 꿀이 있는 곳을 찾아서 몇 달을 구경꾼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놀았다. 아이들은 영어를 전혀 몰라도 학교에 가는 것을 재미있어 했다. 물론 때로는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집에 와서 하소연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밤새도록 숙제를 했다. 그녀도 영어를 못하니 도와줄 수도 없어 그냥 안타까워 안쓰럽게만 여길 뿐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함께 많은 시간을 지내는 것과 새로운 환경에서 많은 것들을 구경하며 사는 것에 행복해 했다. 마치 새로운 나라에 긴 여행 온 것처럼. 가끔씩 새롭게 마음을 나눈 친구 이야기도 했다.
성희는 가져온 돈만 쓰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자영업을 할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한인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는 플라자에 괜찮은 가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특별한 기술도 없었고, 그들이 가진 자본과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떠오르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났다. 붕어빵 장사! 한인 모두가 고향 맛을 느낄 수 있는 붕어빵! 그때까지 토론토 근교에는 붕어빵집이 북쪽에 있는 식료품점에 하나 뿐인 점도 좋은 조건이었다. ‘그래 이거다!’

바로 한국에서 붕어빵 굽는 기계를 사왔다. 인터넷을 뒤져 붕어빵 반죽하는 것을 연습해 보니, 괜찮게 되는 것 같아 자신감을 가지고 빵 굽는 연습을 했다. 이동식 접이 간판으로 붕어의 그림과 함께 ‘붕어빵’이라고 표시해서 가게 앞과 큰 길가에 세워 두었다. 작업실과 매장이 온통 밀가루로 뿌옇게 되어진 곳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붕어빵 굽기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다. 아마 그들은 고향의 따끈한 추억의 맛에 굶주린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들은 이곳에 붕어빵집이 생겼다는 것을 무척 반가워하고 기뻐했다. 그래서 그들은 적어도 다섯개에서 열개 이상을 사갔다. 그런데 손님들은 구워진 어설픈 붕어빵과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는 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재고가 없어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식은 붕어빵은 맛이 없었던 기억이 있어서 따끈한 빵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미리 빵을 구워 놓지 않았다. 손님은 성희가 서툴게 굽고 있는 붕어빵을 유심이 쳐다보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직은 그녀의 빵은 반죽이 붕어 틀 밖으로 나와 지느러미가 늘어지고 꼬리도 길게 붙어 나왔고, 빵 굽는 기계도 여기저기 반죽으로 옷을 입고 있었다. 손님은 빵 굽는 성희와 붕어빵을 눈여겨 보다가 얇은 미소를 띠고 참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한국에서 뭐하셨어요?”
성희는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손님의 진지함에 솔직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쳤어요.”
“아, 그렇군요. 애쓰시네요.”

손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성희의 모습이 딱하고 좀 안됐다고 생각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이민자의 삶을 이해하는 것 같았고 한참을 기다리다 성희가 어설프게 구운 붕어빵 봉투를 들고 나가며 위로의 말인지 동정의 말인지를 남기고 갔다.
“힘내서 열심히 하세요. 잘 될 거예요.”
어쩌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긴 시간 기다리다가 서툴게 구워진 빵을 들고 나가며 미소와 함께 던져주는 말이 고맙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성희는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라고 신세를 한탄하며 후회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앞만 보고 매일을 견뎌야 했다.

한국에서 그녀는 컴퓨터를 가르친 덕에 고급 기술 인력으로 인정을 받아 캐나다 영주권을 쉽게 받아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컴퓨터를 가르친다든지 그 분야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전문어와 일상영어가 서툴렀고 캐나다에서 컴퓨터 계통에서 일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컴퓨터 계통에서 일할 곳을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보고, 또 기웃거려 보기도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생업의 대 전환을 이룬 것이 붕어빵 장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붕어빵 장사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붕어빵을 굽고 있는 현실 앞에서도 웃음이 나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붕어빵 굽는 기계의 열로 그녀의 얼굴 마저도 구워져 발갛게 달아오를 때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어설프고 서툰 모습에서 오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그녀가 빵 굽는 것은 쳐다보고 있는 손님 앞에서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했다.
이제는 추억이 된 과거로의 여행을 하고 있느라 손님이 들어온 것도 몰랐던 것 같다. 한 손님이 “치즈케이크 하나 주세요”라고 깨우는 말에 그녀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대답한다.
“네, 어서 오세요. 어떤 치즈케이크로 드릴까요?”
“오리지널로 주세요. 여기 치즈케이크는 달지 않고 우리 입맛에 딱 맞아요.”
성희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오리지널 치즈케이크를 박스에 넣어 드렸다.

이제 상품은 붕어빵에서 몇 단계를 거치며 발전해서 치즈케이크로 변했다. 다양한 일본식의 치즈케이크! 그 향이 작업실과 카페에 그윽하다. 누가 상상인들 했을까, 그녀가 치즈케이크의 고수가 되리라고. 캐나다에서 그녀의 나이테도 이제 제법 넓어졌다. 손님들은 더 이상 그녀가 한국에서 뭘 했는지 묻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의 치즈케이크 만드는 것이 그만큼 전문화된 듯하다. 그래도 그녀에게는 여전히 ‘이민’의 삶인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가보다. 이게 향수일까? 이래서 일찍 이민 와 여기에 정착한 사람들도 서툴게 구워진 붕어빵을 먹으며 그 향수를 달랬나 보다. 약간은 쌀쌀한 늦가을 오후이지만, 고향 쪽 하늘을 보며 상념에 젖은 마음을 달래 보러 드라이브를 나가야 할 것 같다. 파란 하늘이 곧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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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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