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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주기’ 터치하면 로봇이 물 준다
농장 운영 게임, 현실 세계 접목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Feb 07 2024 11:16 AM
가상의 ‘메타팜’서 식물 키우면 현실 ‘팜셀’서도 로봇이 재배
롤플레잉게임(RPG)이 지배하다시피 하는 게임 업계에도 숨은 강자가 있다. 10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같은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둘 말고는 눈에 띄는 게임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틀렸다. 2023년 상반기 시뮬레이션 게임 장르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상위 5개 중 3개는 농장 운영 게임이었다. 셋 모두 마인크래프트의 수익을 앞질렀을 정도다.
농장 운영 게임은 오랜 기간 높은 인기를 누린 만큼 오랜 기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창기 농사 게임은 가상 공간 속에서 농사를 짓고 콘텐츠를 즐기는 ‘전원생활’이라는 틀을 유지했다.
이후 계절 정보나 작물 고증, 작물의 판매량 등 게임 외 정보를 깊이 있게 다루는 사례도 나왔다. 2020년 국내에 발매된 일본 게임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깊이 있는 벼농사 고증으로 눈길을 끌었다. 벼농사 정보를 확인하려고 게임 이용자들이 농촌진흥청 누리집에 몰리며 서버가 마비됐다.
2020년 국내에 발매된 ‘천수의 사쿠나히메’. 닌텐도 공식사이트 캡처
그런 가운데 가상 공간의 농장을 현실과 접목하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모바일 게임 ‘검은 복도’ 등으로 알려진 셈스게임즈는 지난해 11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 메타버스를 바탕의 농장 운영 게임인 ‘헬로, 팜!’을 공개했다.
헬로, 팜!이 기존 게임과 다른 점은 게임 속에서 기른 식물의 상황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이어져 현실 세계에 적용된다는 점이다. 게임의 공간은 ①팜셀(현실 세계에서 실제 식물이 자라는 공간) ②메타팜(현실과 연동된 메타버스 농지) ③팜테라(게임 배경)의 세 가지로 나뉜다.
알파테스트가 진행 중인 현재는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는 △몬스테라 알보 △필로덴드론 버킨 △싱고니움 핑크스팟 등 다섯 종의 식물을 받는다. 후원자는 ‘메타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분양받은 식물에 물을 주거나 관찰할 수 있다. 아직 초기 단계로 앱 내에서 ‘물 주기’나 ‘식물 보기’ 버튼을 누르면 기계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모든 과정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송출된다.
메타팜에서 재배 중인 필로덴드론 버킨. 우측 상단의 스트리밍 기능을 이용해 물 주는 모습 등을 지켜볼 수 있다. 오른쪽은 싱고니움 핑크스팟 등이 자라고 있는 팜셀의 모습. 게임에서 물을 주면 연동된 로봇이 지정된 식물에 자동으로 물을 주는 스마트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셈스게임즈 제공
이용자가 메타팜에서 물을 주면 자체 개발한 로봇이 팜셀의 식물에도 물을 준다. 메타팜에서 길러지는 ‘가상 식물’은 게임에선 아이템으로 여겨져 팜테라의 몬스터를 자동으로 사냥해준다. 팜셀에서 길러진 ‘실제 식물’은 복지단체에 기부하거나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터치 한 번으로 가상 공간과 현실 세계의 식물을 동시에 기르는 셈이다.
안정훈 셈스게임즈 대표는 “자신의 식물에 애착을 가질 수 있게 게임 내 의사 소통 기능과 식물 프로필 촬영 등 이벤트를 할 예정”이라며 “대파 등 식용 작물 시험 재배도 끝내 식물의 종류를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이커머스 업계를 중심으로 미니게임을 통해 농산물을 보내주는 마케팅은 대중화됐다. 이커머스 업계의 게임화 마케팅 이전에도 가상공간에서 작물을 기르고 집으로 실제 작물을 배송받는 것을 뼈대로 한 게임이 있었다.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네오게임즈의 ‘레알팜’이다.
2012년 네오게임즈가 발매한 레알팜.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레알팜을 게임을 하면 실제 농산물을 보내주는 게임으로 잘 알려졌다. 게임 내에서 작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하면 교환권을 얻을 수 있는데 교환권을 일정 매수 이상 모으면 쌀과 채소 등 작물을 비롯하여 한우, 한돈 등의 식재료를 제공했다. 다만 2022년부터는 이러한 방식의 상품 제공에 제동이 걸렸다.
안 대표는 “실물과 가상의 연동 작업에 관심이 많았다”며 “거주 공간과 환경의 문제로 식물을 기르기 힘든 사람에게도 안성맞춤”이라고 자신했다. 안 대표는 게임 출시 이후에도 자체 개발한 식물 재배 로봇과 소프트웨어 등을 학교와 교육 단체 등에 제공해 교육용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알파 테스트에 참여해 싱고니움 핑크스팟을 분양받은 김혜민(35)씨는 “작은 화분을 집에서 길러본 적 있지만 금방 죽어 속상했다”며 메타버스 기술로 적절한 환경에서 기른 식물을 실제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느림의 상징인 식물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며 “애착이 생겼다면 다른 매체를 통해서도 관심도를 채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상호작용이 가능한 게임에서는 기술적 구현도 현실과 연동성에 따라 상당한 몰입도를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준 기자·정창경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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