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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순 회고록이 주는 의미    

신영봉(문협회원·국제펜클럽회원)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Feb 07 2024 01:35 PM


신영봉.png

신영봉씨

 

밴쿠버에서 3년 전에 들려온 기쁜 소식이 있었다. 한인들을 위한 시니어 타운이 순전한 한인사회의 힘으로 개원되어 입주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로비에서는 한국음악이 흘러나왔고 한국식 창호문으로 되어있는 식당으로 가면 한식 식사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바닥이 온돌시스템이어서 혈액순환이 약해 손발이 차가운 노인들에게 최적의 시설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참 부러운 소식이었다. 작년에는 그 요양원의 명칭이 “유니스 오 레지던스”로 명명되었다고 한다.

유니스 오는 오유순의 캐나다식 또 다른 이름이다. 1970년대에 토론토에서도 일했던 약사는 이 요양원이 탄생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아버지의 친구분이 양로원에 가는 것을 꺼리며 단식하다가 돌아가시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한인양로원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방법을 모색하다가 마침내 2017년에 일을 내고 말았다. 양로원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증했다.

오유순.jpg

오유순씨의 회고록 ‘길을 걸으며 행복했습니다’.  

 

이민 1세대 어르신들이 한국말을 하는 한인 의사와 간호사와 직원들이 항시 근무하는 새로 지어진 고급 시설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이를 위해 별도로 향후 10년간에 걸쳐 매년 5만 달러씩 기부하기로 약정하고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다. 그러므로 오여사가 기증하는 금액은 100만을 넘어 150만 달러가 된다.

 

현재 양로원을 위해 구성된 ‘무궁화재단’ 이사장인 여사는 92년도에 밴쿠버에서 약국을 개업했다. 아마 한인 최초로 추정된다. 이뿐 아니라 그는 밴쿠버한인장학재단 이사장을 두 번이나 역임했고 한인회장으로서도 봉사가 컸다.

이러한 사회봉사 공을 인정받아 캐나다정부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다이아몬드 쥬빌리 메달과 상원 150주년 기념 메달을 받았다. 한국정부는 지난 10월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토론토의 유일한 한인을 위한 아리랑요양원이 있기까지 20여년이란 오랜 기간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온 과정을 가까이 혹은 먼발치에서 지켜본 토론토 한인들은 한인전용 양로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안다. 최근 필자는 아리랑 입주자를 방문했는데 그가 매일 제공되는 한식식사에 대해 아주 만족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기분이 썩좋았다. 나이 들수록 더욱 어릴적 고향 생각과 고향 입맛을 못잊는 것을 어이하랴. 그러나 대기자가 많아 입소하려면 6, 7년을 기다려야한다니 순서를 기다리다가 돌아가시는 분도 있을 것이다. 밴쿠버 요양원은 건물의 1개층을 한인전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건물을 온통 혼자 쓰는 토론토와는 차이가 있다. 토론토도 온통 전용이 아니라 1개층 전용이라고 있으면 기다림을 방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토론토에도 오여사 같은 분이 여러 명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들었다. 밴쿠버의 경우는 비교적 짧은 기간인 3년만에 침상 40개를  확보했다. 토론토 아리랑은 침상이 60개다. 두 도시가 인구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양로원 침상 수에서는 대동소이하다.

오랜 기간 약국을 경영하면서 수많은 노인들을 만난 약사로서 평소에 노인들의 어려운 심정을 잘 알던 그 오유순씨가 작년 10월 인생회고록을 출간했다. 한국 약사 면허가 이곳서는 통하지 않자 그는 왕복5시간을 오가며 토론토대학교에서 다시 공부해서 온주 면허를 받았다.

남편 오강남 교수(비교종교학)의 직장을 따라다니다보니 온주 뿐 아니라 매니토바, 앨버타, 사스캐처완, 브리티시컬럼비아 등 캐나다 5개주로 이주했고 그때마다 면허시험에 도전, 5개 주에서 면허를 받았다. 한인으로서는 기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고 홀몸도 아닌 자녀 3명을 키워야 하고 강의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세계를 누비는 남편의 뒷바라지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수퍼맘. 그래서 그의 회고록은 우리들에게 공감과 깊은 감동을 준다.

밴쿠버에서 약국이 궤도에 오르자 오여사는 한인사회 대소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면서 이웃 동포들의 삶에 눈을 돌렸다. 이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그의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 솔선수범하며 과업을 돌파한 그녀의 삶이 생생하다.

회고록의 후반부는 거기서 얻는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 있다. 그 과정이 솔직하고 담담하게, 그러나 재미있는 필치로 쓰여 있어서 쉽게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면 그녀가 매 순간을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덩달아 행복한 마음이 전염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표지의 그녀의 미소처럼 행복한 성취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   

현재 5개년 계획으로 추진하는 밴쿠버 코리아센터 건립의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확신이 든다. 회고록의 인세는 한인요양원을 위해 전액 희사된다. 영문판도 함께 출간, 이민 1세대가 치열한 노력으로 일구어낸 귀한 기록을 2세3세들도 읽으면서 용기와 꿈을 키우도록 도왔다.  

나로 인하여 남이 행복할 때 더 행복해진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행복 메시지가 떠오른다. "인생은 당신이 행복할 때 좋습니다. 그러나 더 좋은 것은 당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행복할때입니다."

도서구입 문의 및 연락처: euniceoh@hotmail.com

오유순 

1946년 12월 서울생. 경기여중고, 이화여대 약학과, 이대 대학원 학생회 부회장. 70년 결혼(오강남 교수), 71년 2월 캐나다 이주. 토론토대 약학과 이수, 매니토바주 등 캐나다 5개주 약사 면허. 리자이나 한글교사. 91년 밴쿠버 이주. 장학재단 이사장(2회), 무궁화재단 이사장, 밴쿠버한인회장, 이화여대 동창회 북미주회장, BC정부 다문화자문위원, 요양원 건립기금 100만 달러 및 2017∼26년 매년 5만 달러 기증 서약. 한인요양원 명칭을 '유니스 오'로 변경, 한국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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