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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의 ‘모란 동백’을 기대하며…

황현수(마인즈프로덕션 프로듀서)


  •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Feb 21 2024 12:55 PM


황현수 사진.jpeg

황현수(마인즈프로덕션 프로듀서)

 

오는 3월20일, 토론토에서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이 함께하는 '쎄시봉' 공연이 있다. 오랜만에 고국의 대중음악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고, ‘그들의 마지막 공연’이라니 더욱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출연자 중에서는 조영남이 특히 관심이 간다.
그는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예능프로에서 사회도 잘 보고, 말도 잘 하는 예술적 재능이 풍부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조영남은 그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조차 ‘밉상’으로 찍혀 있다. 그만큼 그가 살아온 인생과 인성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일생에 거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그를 쫓아다녔기 때문이다.

조영남.jpg

조영남은 일생에 거쳐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쫓아다니는데, 조수가 그린 ‘그림 대작’ 사건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명예 회복을 한다. 서울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조영남을 사랑하는 이유는 노래 실력, 바로 가창력이다. 이번 공연에 함께하지 못한 송창식이 '쎄시봉' 시절을 기억하며 한 말이다.

 

“아니 옛날엔 조영남씨 밖에 없었어요. 나는 그때 아마추어였는데… 무슨(중략)… 최고였어요. 가창력이라는 말이 그분으로부터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가창력 하면 절대 밀리지 않는 송창식까지, 그를 인정한 것이다.
구수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한 우렁찬 발성이 그의 가창력 기반이라 할 수 있다.
클래식 창법을 베이스로 부담스럽지 않게 대중 음악을 접목시킨다. 또한 즉석에서 편곡이나 애드립을 하는데 음악적 감각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노래 도중에 엇박이나 음을 바꾸는 기교를 보여 주는데 이탈할 듯 말 듯, 오선줄을 벗어나지 않는다. 조영남 식의 창법이고 아직까지도 흔들리지 않는 음감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조영남과 비슷한 연배들은 “조영남이가 쩌렁쩌렁하게 ‘딜라일라’ 하나는 잘 불렀지”하며 기억을 한다.

1968년 그가 TV에 처음 나왔을 때, 상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나는 그의 노래 중 ‘모란 동백’을 좋아한다. 이 노래는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를 가요로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 ‘모란 동백’은 사실 조영남의 곡이 아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이 노래의 원작자는 소설가 이제하다.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불러 음반도 냈다. 처음 제목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었다. 김영랑과 조두남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작품 일부를 담아 만들었다고 한다.

이제하는 소설가이며 화가요, 가수다. 그는 일찍 글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노래 잘하기로 소문이 나, 기타를 들고 여기저기 무대에 자주 섰다. ‘모란 동백’은 1980년대 후반에 만든 노래로 음반이 나오기 전에는 지인들끼리 카세트테이프로 녹음한 것을 돌려 가며 들었다. 당시 그가 불렀던 모습이 유튜브로 떠도는데, 노래에 깊이와 철학이랄까, 그런 묘한 매력이 있다.
어느 날, 조영남이 이 노래를 듣고 반해 이제하에게 부탁해 리메이크를 했다. 제목도 단순하게 바꾸고 가사도 좀 깔끔하게 고쳤다. 조영남은 언젠가 MBC라디오 ‘싱글벙글쇼’에 나와 “내가 죽으면 장례식장에서 ‘모란 동백’을 불러 달라”고 얘기할 정도로 이곡에 애착을 가진다. 하긴, ‘모란 동백’은 나 같은 한물 간 남성들이 좋아하고 삶의 끄트머리에서 들으면 더욱 와 닿는 노래이다.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라는 가사는 나 같은 타향살이 하는 이에게는 장례용으로 딱 맞춤이다.
조영남은 ‘그림 대작 논란’ 이후, 어느 공연에서 “어른들이 화투를 하고 놀면 안된다고 했는데 너무 오래 가지고 논 것 같다. 쫄딱 망했다. 지금이 ‘모란 동백’을 부를 때인가 싶다”라며 팬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인생의 끝자락에서 조영남은 ‘모란 동백’을 어떻게 부를까 기다려진다.

 

쎄시봉.jpg

 

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캐나다 한국일보 (editorial@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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