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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의 추억
이현수
- 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
- Feb 28 2024 02:02 PM
북미에서는 비행기와 자동차가 장거리 여행의 주된 이동 수단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보다 자동차 여행을 더 선호한다. 자동차로 여행하면 가족을 동반하기 쉽고 비용도 덜 들며 마음이 내키는 대로 쉬어 가며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인들과 캐나다인들은 일생에 한 번 자동차로 대륙을 횡단하겠다는 꿈을 꾼다.
캐나다에 거주하며 나 역시 같은 꿈을 꾸었지만 끝내 그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대신 캐나다와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여러 번 했는데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셋 있다.
언스플래쉬
오래전에 아이들 여름 방학을 이용하여 우리 가족은 캐나다의 동부 지역을 구경하기 위해 대장정에 나섰다.
첫 목적지는 우리가 살고 있던 몬트리올(Montreal)에서 동북쪽으로 2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퀘벡시(Quebec City)였다. 이곳은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요새화되어 있는 고풍스러운 도시이다. 주민의 대부분이 프랑스 이주민들의 후예들인 이 도시는 북미 대륙에 남아있는 프랑스 문명의 요람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도시의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역사적 유적들을 탐방하였다.
우리는 퀘벡시에서 동북쪽으로 6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대서양 연안 도시 가스페(Gaspe)로 이동했다. 이 도시는 캐나다의 발생지이다.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Jacques Cartier)가 바다에서 심한 풍랑을 만나 지금의 가스페로 피신하고 자기가 발견한 이 땅을 프랑스 왕에게 바쳐 캐나다가 1535년에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캐나다는 1763년에 영국 식민지가 되었는데 7년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가 소유권을 영국에게 넘겼다). 우리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낚시를 하며 몇 시간을 보냈는데 미끼도 달지 않은 낚싯바늘을 바닷물 속에 담그면 대구가 너무 쉽게 걸려 올라왔다. 그 수역은 유명한 대구 서식지로 물반(半), 물고기반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세인트로렌스 만(Gulf of St. Lawrence)에 있는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Prince Edward Island)로 이동했다. 이 섬은 평온한 농촌 마을, 기복이 있는 아름다운 구릉, 그리고 맛있는 해산물로 유명하다. 우리는 한국에서 ‘빨간 머리 앤’으로 번역된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의 소설 ‘Anne of Green Gables’에서 앤의 집으로 묘사된 ‘그린 게이블즈 하우스(Green Gables House)’를 구경했다. 이 집은 작가 몽고메리의 친척 소유였는데 소설이 유명해지자 정부가 사서 앤이 실제 살았던 집처럼 꾸며 관광객을 받고 있다. 우리는 모래 언덕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캐빈디쉬 해변(Cavendish Beach)에서 휴식을 취하며 오후 한때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는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로 이동하여 대서양 해안의 주요한 항구 핼리팩스(Halifax)를 둘러보고 나서 페리를 타고 미국 메인(Main)주로 건너가 보스턴(Boston)과 뉴욕시(New York City)로 이동하여 관광하고 2주 만에 몬트리올로 귀환했다.
우리 가족이 몬트리올에서 토론토로 이사하여 살던 여름에는 남쪽으로 731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필라델피아(Philadelphia)로 여행을 떠났는데 자동차로 7시간이 걸렸다. 퀘이커(Quaker) 교도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이 도시는 18세기 미국 독립의 중심지로서 이곳에서 미국 독립선언서가 채택되었고 나중에 헌법도 제정되었다. 이 도시에는 자유의 종(Liberty Bell)을 비롯하여 미국 독립 관련 유적들이 많다. 이 도시는 1790년부터 10년간 미국의 수도였다.
우리는 필라델피아에서 서쪽으로 225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게티즈버그(Gettysburg)로 이동했다. 이곳은 미국 남북전쟁 격전지 중 하나였는데 이 전투가 전환점이 되어 북부가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었다. 우리는 게티즈버그 국립묘지를 구경했는데 1863년 11월 19일에 이 묘지의 봉헌식에 참석한 링컨(Lincoln) 대통령이 그 유명한 연설(Gettysburg Address)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게티즈버그에서 남쪽으로 138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Washington D.C.)이었다. 우리는 백악관(White House), 미국 국회의사당(U.S. Capitol), 링컨 기념관(Lincoln Memorial) 등등 여러 관광 명소를 구경하고 토론토로 귀환했다.
우리의 세 번째 여행 목적지는 캐나다 사람들의 단골 휴양지 플로리다(Florida)였다. 우리는 토론토에서 2,06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올랜도(Orlando)를 향해 대장정에 올랐다. 워낙 갈 길이 멀어 우리는 식사, 주유, 잠자는 시간을 빼고 계속해서 고속도로를 달렸다. 미국의 7개 주를 통과하고 사흘째 날에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Walt Disney World Resort) 내에 있는 매직 킹덤(Magic Kingdom), 에프캇 테마 파크(Epcot Theme Park) 등을 구경하며 며칠을 보냈다. 그런데 플로리다의 여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더웠다. 매일 찜통더위라 관광이 고역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했던 나머지 일정을 취소하고 자동차 안에서 지루한 이틀 반을 보내며 집으로 돌아왔다.
계절을 잘못 택한 우리의 플로리다 여행은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나는 왕복 4,120킬로미터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성취감을 느낀다.
나는 이제 고령자가 되어 더 이상 장거리 운전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예전에 했던 여행이나 회상하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이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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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원 기자 (press2@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