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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어디까지 자랄래?
데뷔 5년 만에 첫 앨범으로 대박 낸 이영지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8 2024 11:42 AM
‘언제나 16살로 남고 싶어’ 메시지 콤플렉스·가정사 노래에 녹여 “당당하고 매력적인 주체” 호응 지락실 등 각종 예능·유튜브 점령 “연예인이자 크리에이터 자유자재”
'얇은 허리에 갈색 긴 머리를 가졌다면 / 네가 나를 껴안고 싶었을까? / 아니, 전혀 / 나는 그 조건들을 다 가질 수가 없어 / 그래 그게 나를 참 외롭게 만들어 / 글쎄 전혀 / 나한텐 전혀 일어날 수가 없는 일들이야 / 나는 키가 큰 여자니까'
이영지. 메인스트림 제공
키 175㎝의 '빅 걸' 이영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노래한 '스몰 걸'로 국내 음원 차트와 TV 음악 방송을 점령했다. 지난달 21일 공개된 이 곡은 에스파, 뉴진스, 라이즈, 투어스 등 K팝 그룹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멜론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멜론 주간 차트에 이달 2주 차(8~14일)까지 3주 연속 2위를 지켰고,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엠넷 ‘엠카운트다운’ 등의 TV 음악 방송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미국 빌보드의 글로벌 200(미국 포함 200여 개 지역의 음원 소비를 종합한 순위) 차트에서도 38위까지 올랐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절할 것만 같네”라며 “진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영지 '스몰 걸'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그룹 엑소의 도경수가 함께 노래했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실제로 도경수는 이영지보다 키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뮤직비디오 캡처
‘스몰 걸’이 수록된 ’16 판타지’는 이영지가 2019년 엠넷 ‘고등래퍼 3’에서 우승한 뒤 5년 만에 낸 첫 앨범이다. 앨범 발표가 늦어진 건 ‘고등래퍼 3’에 이어 ‘쇼미더머니’ 시즌 11 우승 후 예능 블루칩으로 주목받으며 방송 출연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MBC ‘놀면 뭐하니?’, tvN ‘뿅뿅 지구오락실’ 등에 출연하며 호탕하고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늘 당당한 주체라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그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친화력과 순발력, 유머 감각을 무기로 내세워 진행자로 나선 ‘술 먹방’ 웹 예능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은 2년 만에 유튜브 누적 조회수 3억4,90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뿅뿅 지구오락실’의 나영석 PD는 “연예인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정체성을 자유자재로 운용할 줄 아는 에너지가 대단하다”면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MZ대통령’이라고도 불리는 이영지의 솔직하고 당당한 면모는 앨범 ’16 판타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앨범의 화자는 16세 소녀 이영지다. 앨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짧은 랩 ’16’에서 그는 ’170 그리고 5㎝ 피터팬 / 난 대가리만 다 큰 열여섯 살’이라고 화자를 소개한다. 소녀 이영지는 체구가 작은 소녀를 동경하면서도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보이그룹 엑소 멤버 도경수와 함께 부른 ‘스몰 걸’에서 이영지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정하는 한편 현재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는 여성의 심리를 드러낸다. 이는 실제로 그가 남자친구와 연애하면서 겪었던 것을 토대로 쓴 곡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털털하고 솔직하며 당찬 캐릭터인 이영지라는 인물의 매력을 자연스럽고 듣기 편한 곡으로 표현해서 또래 세대의 공감을 산 듯하다”고 말했다.
이영지 '모르는 아저씨' 뮤직비디오 중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고등래퍼 3’ 출연 당시에도 가족사를 노래의 주된 주제로 삼았던 그는 이번 앨범에도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 ‘스몰 걸’과 함께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보인 ‘모르는 아저씨’는 어릴 적 가족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노래다. 지난 5일 방송된 KBS2 ‘더 시즌즈-지코의 아티스트’에 출연한 그는 이 곡에 대해 “아버지가 집을 나가서 안 본 지 정말 오랜 시간이 지나 이젠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면서 “사라진 그(아버지)를 ‘모르는 아저씨’로 생각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정작 첫 번째 앨범은 정통 힙합에서 벗어나 듣기 편한 R&B와 팝적인 힙합으로 채웠다. ‘래퍼 이영지’에 기대를 가졌던 팬들은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도 사실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주위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힙합으로 정면 돌파하기보다 오히려 편안하고 진솔하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을 선택한 듯하다”면서 “앞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재능을 증명하는 일이 숙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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