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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올림픽 “마르세유 바다 변수 많아 오히려 기회”
한국요트의 간판 하지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4 2024 10:09 AM
레이저급 1인승 딩기 요트 바람의 힘만으로 경쟁하는 종목 입상권 걸쳐있는 내겐 긍정적
“프랑스 마르세유 앞바다는 경기 도중 발생하는 변수가 많아요. 저에게는 오히려 기회입니다.”
한국 요트의 간판 하지민(해운대구청)이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소감과 입상을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8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만난 그는 “내가 출전하는 레이저급 1인승 딩기 요트 종목은 별다른 동력 없이 바람의 힘만으로 항해하면서 경쟁하는 종목인데, 경기가 열리는 마르세유 앞바다는 변풍(바람 변화)이 매우 심하다”며 “또 섬과 같은 지형지물도 많다. 이처럼 변수가 많은 환경은 입상권에 걸쳐 있는 나에겐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요트의 간판 하지민이 8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1인승 딩기 요트를 조종하며 부산 앞바다를 항해하고 있다. 부산=신용주 인턴기자
베테랑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자신감이다. 1989년 생인 하지민은 19세 때인 2008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다. 하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다 출전 타이 기록으로, 이은철·진종오(이상 사격), 윤경신(남자 핸드볼), 오성옥(여자 핸드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그는 “처음 요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국가대표로 뛰게 될 거란 생각을 못 했는데, 어느덧 다섯 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며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시상대에 서진 못했지만, 과거 4차례의 올림픽 경험은 그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하지민은 “초창기에는 경기 운영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예를 들어 경기 중 분쟁이 생기면 ‘프로테스트(항의)’라고 외친 후 심판들 앞에서 타당함을 증명해야 하는데, 배경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이 같은 규칙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결국 공격적으로 레이스를 이끌어가지 못하고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끌려다녔다”고 돌아봤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는 “이를테면 등 뒤에서 미중풍을 받으며 파도를 타야 하는 상황에서 테크닉의 정확성이 떨어졌다”며 “굵직한 대회들을 거치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베이징 대회에서 28위에 머물렀던 성적은 24위→13위→7위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국 요트 선수가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든 건 하지만이 최초다.
아시아 무대에선 일찌감치 정점을 찍었다. 그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전 육아를 위해 잠시 운동을 쉬었음에도 은메달을 따냈다.
그런 하지민에게도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올림픽 메달을 따기 위해선 서양 선수들의 벽을 넘어야 한다. 전통적인 요트 강국은 15세기부터 대항해시대를 주도한 유럽국가들이다. 하지민도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면 호주, 독일,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의 우승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림픽 입상이 결코 막연한 꿈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상변수와 요트 종목 특유의 점수 산정방식이 맞물리면 예상 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트는 11번의 경주를 치르는 동안 매 레이스에 벌점을 부과한 후 합산 벌점이 가장 낮은 선수가 정상을 차지하는 종목이다. 1~10번째 경주까지는 1위 1점, 2위 2점식으로 벌점을 받고, 최종 11번째 경주에서는 벌점 규모가 두 배로 커진다.
하지민은 “요트는 각각의 레이스마다 선수들의 순위 등락이 큰 편”이라며 “이 때문에 특정 회차에서 반짝 잘하는 것보다 꾸준히 일정 순위 내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5일간 치러지는 10경기에서 10위 안에 든 뒤 상위 10명만 추려 치러지는 최종 레이스에서 선전하면 충분히 메달을 획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교 3학년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후 약 17년간 한국 요트계 간판으로 활약하며 체득한 ‘살아 있는 경험’이다.
사실 하지민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1년 1월에 딸이 태어나면서 가정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국을 오가는 일이 잦은 대표팀 활동을 그만두고 실업팀 활동에만 전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지민은 대한요트협회의 설득과 아내의 배려로 결국 다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그의 아내는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조만간 육아에 쏟아야 하는 시간과 노력도 최소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자연스럽게 이번 올림픽을 마친 후에도 대표팀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민은 “솔직히 모르겠다”고 웃은 뒤 “소속팀과 협회는 국가대표로 남길 원한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운을 남겼다.
부산=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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