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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의 ‘초롱꽃속’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Jul 25 2024 08:28 AM
가족 여행 둘째 날, 천섬(Thousand Islands) 선착장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해서 맥도널드에서 점심도 먹고 주유하며 여유롭게 퀘벡(Quebec)으로 향했다. 날씨는 흐리고 가끔 비가 내려서 장거리 운전에는 오히려 좋았다.
집에 있는 아들이 “퀘벡시 들어가기 전에 좋은 폭포가 있으니, 꼭 보고 가” 했던 말이 생각나, 슈뜨-드-라-쇼디에르 폭포(Parc des Chutes-de-la-Chaudière)에 들렸다. 퀘벡 시로 들어가기 20분 전쯤에 위치한 곳인데 조금 생소한 자연경관으로 검은 갈색 바위 절벽 사이로 흰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지는 아름다운 경치였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도 많지 않고 잘 관리된 산책로, 주차시설, 화장실, 바비큐도 할 수 있어 먹을 것을 준비했다면 폭포를 보면서 식사를 하면 좋을 듯싶었다. 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가파른 계단으로 15여분 더 내려가야 하지만, 힘들어도 수고한 만큼의 가치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바쁜 여정에 일부러 시간 내 가는 것보다 퀘벡시를 오가며 들릴 것을 추천한다.
호텔을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중식 부폐인 <Restaurant Tomas Tam Inc>로 갔다. 이틀 동안 빵 종류만 먹었더니 속이 느글거려 간 곳인데, 기대와 달리 맛이 너무 없어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 그래도 막내 손녀는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빵을 “할부지 맛있어요”하며 잘 먹어 주었다
숙박은 올드 시티 근처의 <베스트 웨스턴 플러스 센터(Hôtel Québec Centre-Ville | Best Western Plus)>에서 했다. 시설은 깨끗하고 방도 크고 쾌적했지만, 위치가 올드 시티까지 걸어서 20~3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주차비가 유료(1박/$36)이기에 자동차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차라리 좀 멀더라도 무료 주차인 호텔을 예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일단 짐을 내려놓고 올드 시티로 야경을 보러갔다. 주차 때문에 벌써부터 신경이 쓰였는데, 마침 옛 시청 옆, 길가에 자리가 하나 비어 주차했다. 주차 메타기로 계산을 하려 하니, 저녁 8시부터는 ‘FREE’라고 해서 ‘오~우… 러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6월 말이었지만, 생각보다 날씨가 너무 추어서 손녀에게 퀘벡(Quebec) 로고가 있는 후드티를 사 입혀주고서야 돌아다닐 수 있었다. 퀘벡은 여러 번 와 봤지만, 갈 때마다 새로움을 느낀다. 마치 유럽 한가운데에 온 듯했고 훌륭한 야경과 관광객들의 즐거운 모습에 덩달아 흥이 나는 예쁘고 아름다운 도시다.
다음날 아침, 숙소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몽모랑시 폭포(Montmorency Falls)로 갔다. 전날 다른 폭포를 봤기에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높이가 84m, 폭이 45m로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30m가 높고 웅장했다. 들어갈 때 입장권을 사야하고 케이블카를 타기 위한 티켓(1인당/$38)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나중에 알았지만, 폭포 위쪽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다시 폭포까지 15분 정도 걸어야 한다. 나무로 만든 계단길이 잘 되어 있다. 그 길을 한 5분쯤 갔더니 길 옆 바위틈에 어디서 본 듯한 야생화가 눈에 들어왔다. 청자색, ‘초롱꽃속’이다.
초롱꽃속(캄파눌라 로툰디폴리아/Campanula rotundifolia)’은 라틴어로 ‘작은 방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등불을 켜는 초롱모양으로 보아 ‘초롱꽃속’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초롱과 식물이 있지만, 북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자생하는 ‘도라지과 초롱꽃속’을 정원용으로 개량한 종을 많이 볼 수 있다.
늦여름과 가을에 보라색-파란색의 종 모양의 꽃을 피운다. 꽃말은 ‘성실, 정의’라고 하며 연한 청자색이며 길이 5cm, 폭 3cm 정도의 종 모양으로 핀다. 우아하고 가느다란 줄기는 30~90cm까지 자라고 잔털은 없는데, 꽃과 가는 줄기가 어울려 폭포 옆 바위틈에서 보니 참으로 아름다웠다.
‘초롱꽃속(캄파눌라 로툰디폴리아/Campanula rotundifolia)’은 등불을 켜는 초롱모양으로 보아 ‘초롱꽃속’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오전에 폭포 구경을 열심히 하느라 3시가 넘어서야 식사를 하러 갔다. 점심은 어퍼 타운(Upper Town)에 있는 <미친 돼지(Le Cochon Dingue)>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한국 SNS에서 맛집을 찾으면 이곳이 먼저 뜬다. 종업원들이 일부러 퀘벡 악센트의 프랑스어로 주문을 받는 것 같았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35년을 장사한 곳이어서 올드 시티에만 3군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정부청사 옆, 힐튼 호텔 앞에 있는 곳으로 3시 30분경에 갔다. 평소에는 웨이팅 많아 예약을 안 하면 오래 기다린다고 했는데, 대기 줄 없이 바로 들어설 수 있었다. 웨이터가 우리 다섯명을 조그만 2인용 테이블에 앉으라 해서 다른 자리를 요구했더니 옮겨 주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여러 가지 요리를 맛보려고 다양하게 시켰다.
수프, 샐러드, 스테이크 감자튀김, 돼지갈비, 새우요리, 훈제 연어 요리 등을 시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식이 짰고, 냉동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익혀 나온 듯한 맛이어서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유명 관광지지만, 어른 3명과 어린이 2명의 음식 가격이 $230이 넘었다. 어떻게 리뷰 별점 4.5를 받았는지 의심스럽다.
우린 어젯밤에 미리 야경을 구경해서 올드 타운을 두 번 구경하는 셈이었는데, 어퍼 타운(Upper Town) 언덕의 다음 광장(Place d’Armes)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마술쇼, 샤토 프롱트낙(Château Frontenac) 호텔에서 드라마 <도깨비>의 ‘우체통’, 테라스 뒤프랭(Terrasse Dufferin)에서 세인트 로렌스 강, 로어 타운(Lower Town)의 쁘띠 샹플랭 거리(Rue du Petit-Champlain), 승리의 교회(Notre-Dame-des-Victoires church) 등을 구경하였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하루 정도면 전부 걸어서 둘러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 7시에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옆 자리의 아내가, “이제 퀘벡을 언제 또 와보겠어?”하며 아쉬워했다. “걸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 다녀야지”하며, ‘언젠가 다시 오면, 몽모랑시 폭포에 있는 ‘초롱꽃속’이 잘 있는지 확인해야지’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몬트리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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