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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k and Jeon, please”
"국이랑 전 주세요" 뉴욕에서 차리는 ‘문화공연’ 한 상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27 2024 10:24 AM
W50B 6위 오른 뉴욕 한식당 ‘아토믹스’ 박정현·박정은 대표 북미 식당 중 가장 높은 순위 W50B “한식에 대한 신선한 시각” 1인당 70만원 코스요리 예약 폭주 발음 어려워도 한국식 메뉴명 고수 “음식으로 韓 문화 전하고파”
“한류(K-wave) 현상의 궁극적 미식의 표현. 전통에 바탕을 두면서도 독특하고 혁신적인 한국식 정찬.”
미쉐린(미슐랭) 가이드와 더불어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미식 평가 행사인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W50B)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 19일 이런 글이 올라왔다. 미국 뉴욕의 파인 다이닝 한식당 아토믹스에 대한 극찬이었다. “’한식(Hansik)’에 대한 신선하고 국제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북미 최고의 레스토랑”이라고도 했다.
2018년 5월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아토믹스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50B에서 북미 식당 중 가장 높은 6위에 올랐다. 2021년 43위, 2022년 33위, 지난해 8위를 거치며 계속 성장세다. 미쉐린 별점도 개업 첫해부터 2스타를 유지하고 있다.
아토믹스의 박정현, 박정은 대표. ⓒPeter ash lee
창업자는 1984년생 동갑내기 부부인 박정현·박정은 대표. 박정현 대표가 총괄셰프, 박정은 대표가 최고경영자(CEO)다. 경희대 호텔관광학부 동문인 부부는 박 셰프가 2012년 뉴욕 정식당 멤버로 합류하면서 4,000달러(약 554만 원)를 들고 뉴욕으로 떠났다. 결혼 이틀 만이었다.
2016년 캐주얼 한식당 아토보이를 창업했고, 지금은 아토믹스와 뉴욕 록펠러센터의 한식당 나로, 뉴욕의 한식 퓨전 다이닝바 서울살롱을 운영하며 직원 150명 규모의 나은호스피털리티그룹으로 키웠다. 최근 한국을 찾은 두 사람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작은 식당 잘 여는 게 목표였던 부부는 “한식 앰배서더가 되는 것”으로 꿈이 커졌다고 했다. “W50B 순위가 높아지고 성장하면서 책임감도 커졌기 때문”(박정은 대표)이다.
아토믹스의 주요 메뉴. ⓒa.kim
“아토믹스는 뉴욕에서 하는 한국 공연”
“와, 우리 어떻게 이렇게 됐지.”
이민 12년 만에 이룬 놀라운 성과에 부부는 종종 이런 대화를 나누지만, 처음부터 두 사람은 공유하는 확실한 가치관이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을 키우자는 것. 아토믹스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박정은 대표는 아토믹스를 “뉴욕에서 하는 한국 문화 공연의 집합체”라고 정의했다. 1인당 식사비가 팁을 포함해 약 70만 원인 10개 코스 요리는 예약을 받아 오후 5시, 오후 8시 45분으로 정해진 두 차례의 시간대에만 제공된다. 국(Guk), 생채(Saengchae), 전(Jeon), 숙채(Sukchae), 조림(Jorim) 등 각 요리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로 표기한 메뉴 카드가 먼저 테이블에 놓인 뒤 요리가 서빙되고, 식기와 유니폼은 모두 한국 제품을 쓴다. 2개월분씩 열리는 아토믹스의 온라인 예약은 보통 15분 안에 마감된다. 박 대표는 “음식뿐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 문화를 전하고자 했다”며 “개점 7년 차에 접어들면서 아토믹스를 경험한 후 한국에 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손님이 정말 많아졌다”고 말했다.
손님들은 낯설었던 한국식 메뉴명에도 많이 익숙해졌다. 박 셰프는 “일식의 인기로 오마카세, 와사비 등을 고유어로 받아들이듯 한식에서도 그런 언어의 힘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고 믿었다”며 “발음하기 어려운 새로운 메뉴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참석한 박정현, 박정은 대표. 아토믹스 제공
“한식의 전통과 미래의 가교 될 것”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이들의 바람대로 아토믹스와 아토보이는 한식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했다. 부부의 시선은 이제 한식과 미식업계의 미래로 향해 있다.
이들은 최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한식 연구소 커먼에라(Common Era·CE)를 열었다. 박 셰프는 “한식의 전통과 미래 사이의 가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세대가 분식 정도로 여겼던 떡볶이가 한식 대표 메뉴가 됐듯 차세대 한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전통 음식과 재료의 명맥이 끊기기 전에 배우고 연구하는 공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한식 붐이 일시적 열풍에 그치지 않고 오래 지속되려면 일단 한국의 한식이 더 단단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컸다. 커먼에라라는 이름에는 ‘우리 시대를 더 가꿔야 할 책임을 지녔다는 뜻’을 담았다.
부부는 무엇보다 외식업계에 동기를 부여하는 게 꿈이다. 박 셰프는 “음식과 서비스의 고된 준비 과정 때문에 일각에선 파인 다이닝이 죽었다고 한다”며 “파인 다이닝을 통해 세상을 재미있게 바꾸고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파인 다이닝은 한 국가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을 보탰다.
“외식업계 친구들이 ‘온 우주의 기운이 너희에게 가 있다’고 농담을 건네곤 해요. 물론 좋은 기회가 왔지만 그만큼 준비돼 있었고 파도 타듯 그 기회를 즐겼지요. 이제는 외식업계 후배들에게 더 튼튼한 뿌리를 만들어 줘야죠.”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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