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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연방 의사당> ‘노랑말채나무’
황현수의 들은 풍월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Aug 06 2024 05:11 PM
퀘벡에서 몬트리올 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렸다. 아침 식사도 할 겸, 재래시장인 <장딸롱 마켓(Jean Talon Market)>부터 찾았다. 몬트리올의 북쪽 이탈리아 지구에 있는 이 마켓은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먹음직스러운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각종 허브와 꽃, 나무 모종 등을 파는 상점과 길거리 음식이 손님들을 유혹했다. 이 마켓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원산지와 가격 때문이다. 대부분 퀘벡 주에서 생산된 것으로 유통 과정을 대폭 줄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단다. 지역 상권의 붕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요즘, 소상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공생하는 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식당 앞에서 ‘저 사람들이 먹는 게 뭔가?’하고 어슬렁 거리다가 얼떨결에 주문을 했다. 무슨 메밀 전 같기도 하고 얇은 팬케이크 부침개에 바나나, 햄, 야채, 해물 등을 넣어 만든 것이다. 딸에게 물어보니, 크레페(crepes)라고 한다. 한입 먹어보니 ‘영’ 입맛이 맞지 않았지만, 손녀들은 손가락까지 빨면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20여분 떨어진 <성 요셉 대성당(Saint Joseph's Oratory of Mount Royal)>이다. 이 성당은 몽로열 산등성이에서 30m 이상 솟아 있어 몽로열(Mount Royal Park)의 산꼭대기보다도 높다. 몬트리올에서 해발고도로 가장 높은 건물이라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볼 수 있다. 멀리서 봐도 성 요셉 대성당의 돔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여기 발코니에서 몬트리올 시내를 전망할 수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지만,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점심을 먹으러 올드타운의 <세시봉(Chez Bong)>이라는 한식당을 갔다. 차이나타운 근처의 별점 4.5를 받은 곳인데 주차를 못해 가족들만 식당에 들어갔고, 나는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포장해 차에서 먹었다. 오랜만의 한식이어서인지, 잇 어게인(it again)을 주고 싶었다. 올드타운은 중세 유럽의 거리를 온 듯했지만, 주차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가족들만 걸어서 노트르담 성당, 생폴 거리(Rue Saint-Paul), 역사박물관, 까르띠에 광장, 시청, 미술관 등을 둘러보았고, 나는 주차를 할 수 있는 곳에 떨어져있다가 픽업만했다. 사실 몬트리올은 이민 오기 전에 일주일 간 답사를 했던 곳이고
퀘벡을 다녀왔기에 그리 흥미롭지는 않았다. 원래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관광할 예정이었지만, 토요일이라 호텔비가 너무 비싸 숙소를 오타와로 정했다. 오타와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되었다. 저녁 식사는 <사이공 보이 누들 하우스(Saigon Boy Noodle House)>라는 베트남 쌀국숫집에서 했다. 간판이 오래되고 허름했는데, 대기를 20분 정도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테이블이 10개 정도로 작았다. 국물 음식이 너무 먹고 싶었던 탓도 있었지만, 쌀국수에 고기도 많고 담백하고 냄새도 없어 숙주를 듬뿍 넣고 먹으니 속이 트이는 듯했다. 바비큐 돼지고기와 새우를 곁들인 밥과 갓 튀겨낸 스프링롤도 맛있게 먹었다. 가격도 저렴해 다섯 식구가 $80 정도 나와서, 다음날 점심도 여기서 해결했다.
오타와 <연방 의사당>에 있는 ‘노랑말채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노란색 줄기를 자랑하기에 삭막한 겨울 정원 장식으로 많이 사용된다.
오타와 <엠버시 호텔 앤 스위트(Embassy Hotel & Suites)>에서 1박 한 후, 아침에 서둘러 <캐나다 연방의회>를 보러 갔다. 마침 다음날이 ‘캐나다 데이’라서 광장에서는 국악대들이 하는 이벤트를 보려고 많은 관광객이 몰려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수준 높은 고적대 연주를 봐 오던 터라, 쇼가 밍밍해 바로 자리를 떴다. 의회 건물은 보수중이라서 볼 수 없었고, 건물 뒤편으로 탐방로를 마련해 놓아서 오른쪽으로 도서관을 끼고 한 바퀴 산책하듯 걸었다. 뒤 절벽 아래는 오타와 강이 흐르고 있는데, 여기서 보면 <캐나다국립미술관>과 <역사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 탐방로 끝자락에 강 아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주위에 조경을 잘 꾸며 놓았는데, 흔히 볼 수 없는 ‘노랑말채나무’가 보였다.
‘노랑말채나무’의 학명은 Cornus sericea라 하고, 영어명은 American dogwood이다. 잎이 떨어지는 떨기나무이고 높이는 2~3m까지 자란다. 이 나무는잎이 다 떨어진 추운 겨울에도 노란색 줄기를 자랑하기에 삭막한 겨울 정원을 장식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정원수이다. 특히 붉은 가지를 가진 흰말채나무와 함께 심으면 붉은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겨울 정원 모습을 연출한다고 한다. 그래서 추운 지역인 오타와 정원사들에게 사랑받는 수종이 아닐 수가 없다.
토론토에서는 장식용으로 노란 가지와 빨간 가지만을 <달라라마>에서 팔기도 한다. 이 나무는 북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이종을 1899년 독일 식물학자가 발견하여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는데, 여름에서 가을까지 푸른 잎에 흰색의 열매가 15~20개씩 뭉쳐 난다. 한국에서는 나무의 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쓰기 적당해서 '말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봄이 되면 가느다란 가지에 물이 올라 탄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연방 의사당>관광을 마치고,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으로 가서 쇼핑과 볼거리를 즐겼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았고 독특한 부티크, 갤러리, 펍, 레스토랑, 베이커리, 커피하우스, 거리 예술 등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캐나다 역사박물관>으로 가서 아이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어린이 역사박물관>이 따로 있었는데, 그림자 인형극을 하는 종이 인형도 직접 만들었다. 한국에 비하면 좀 시시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손녀들은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워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야 토론토로 출발했는데 오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려 햄버거를 먹고 집에 오니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돌아와 감사한 4박 5일의 가족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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