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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리더십·실사구시 정신 절실
‘데이터 대항해 시대, 소프트파워를 기르자’
- 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
- Aug 12 2024 04:02 PM
윤종록 KAIST 정책대학원 교수 강연
지난 9일 토론토한인회관에서 KAIST 윤종록 교수가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일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윤종록 교수는 뉴욕 방문 일정 중 토론토에 들러 9일 토론토한인회관에서 강연과 함께 그의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대통령 정약용’을 상영했다.
토론토한인회(회장 김정희)가 주관하고 김대중재단 토론토지회(회장 이병용)가 후원한 이 행사는 100여 명의 교민들이 모여 200여년 전의 다산 정약용을 소환하여 21세기의 우리와 만나는 귀한 시간을 제공했다.
윤 교수는 한국항공대학과 연세대학교를 거쳐 기술고시로 등용되어 정부와 KT에서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의 IC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했다. KT 부회장을 마치고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으로 재직 중 초중고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추진하여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의 초석을 다졌다.
이스라엘의 혁신경제를 모델로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산업경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상상(Imagination)을 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경제, 창조경제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현재 KAIST에서 하드파워 기반의 산업경제 위에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를 구현한 이스라엘의 리더십, 후츠파 정신을 접목하고 있다.
그의 강연은 마치 인문학자의 토크쇼 같이 이해하기 쉽게 청중들을 매료했다.
“기억의 반대는 망각이 아니라 상상이다. 기억은 이미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는 과거로의 여행, 상상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가보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1948년에 부활한 이스라엘을 불과 7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창업국가로 만든 ‘시몬 페레스’ 대통령이 자서전 '작은 꿈을 위한 방은 없다'를 통해 남긴 메시지다. 누구도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힘이 소프트파워라는 것이다.
500년 전 '대항해 시대'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튼튼하고 안전한 배를 만들어 패권에 도전했다. 바람을 증기로, 증기를 엔진과 전기로 바꾸며 하드파워로 경쟁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데이터라는 거대한 바다는 그런 배를 요구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으나 더 중요한 힘, 소프트파워가 강한 자의 세상이다. 원료를 수입하여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거기에 간단한 상상을 더하여 거대한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가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라고 역설했다.
혁신의 출발은 상상이다. 발로 딛고 있는 지구 외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디지털 세상이 없다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갖추었으며 이는 국경이 없는 무한의 영토다. 근면한 손발이라는 하드파워 위에 세계 최고의 두뇌로 소프트파워가 강한 기업을 만들어 ‘데이터 대항해 시대’를 지배하는 것이 우리의 시대정신임을 강조했다.
윤 교수의 강의가 끝나고 그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대통령 정약용’이 상영됐다. 2022년 KBS-2TV에서 10부작으로 제작되었으나, 대선 전이라서 방영을 못하고 영화로 다시 제작됐다. 배우 김승우가 정약용 역을 맡았으며, 21세기로 소환된 대통령 정약용의 실사구시의 정책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소설 원작에서는 정약용과 정조대왕의 리더십이 잘 구사되어 있다.
윤종록 교수의 소설 '대통령 정약용'의 표지. 사진 한국일보
무엇보다 순수 공학도 출신이 소설을 쓴 배경이 궁금했다.
그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어떤 지도자가 대한민국을 리드하면 좋을까 생각했다. 극단적인 좌우, 흑백, 0과 1이 아니라 0과 1 사이의 수많은 숫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소설의 구상의도를 전했다. 윤 교수는 ”대학시절 학보사에서 기자 및 편집국장을 역임했던 것이 훗날 인문학과 접목되면서 저술활동에 자신감을 준 것 같다”며 그의 필력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윤 교수가 태어난 곳은 다산이 유배됐던 강진의 다산 초당마을이다. 어려서부터 다산을 흠모했고 고시합격 후 임용 전에 목민심서를 읽고 다산 생가를 참배했다. 그는 다산의 ‘실사구시’를 다음 정부의 초석으로 삼는 것이 소망이라고 밝혔다.
윤종록 KAIST 과학기술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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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사 편집위원 (gm@korea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