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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랑은 달라야 하나
‘현타’ 없는 중년들의 사랑법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Sep 02 2024 11:51 AM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한철 유행을 타다 사라질 방송 소재라는 예상과 달리 2017년 채널A ‘하트시그널’의 흥행 이후 유행은 지속됐고, 이젠 하나의 장르로 안착했다. 소재가 장르가 된다는 것은 곧 ‘어떻게’의 싸움이 시작된다는 것. 20·30대 남녀 출연자들의 만남을 주선해 로맨틱한 순간들을 포착하며 인기를 끌던 연애 리얼리티 쇼는 2021년 ‘환승연애’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콘셉트의 전쟁을 맞았다.
이혼을 경험한 이들이 재혼을 염두에 두고 데이트를 하는 MBN ‘돌싱글즈’부터 이성애자 중심의 틀을 벗어나 성 소수자 남성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웨이브 ‘남의 연애’, 그리고 운명을 믿는 무속인들의 연애를 실험한 SBS ‘신들린 연애’까지. 최근 화제가 된 연애 리얼리티 쇼는 이렇게 다양한 연애 주체들을 통해 주제의 외연을 넓혔다.
50세 이상 출연자들이 나와 새 사랑을 찾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끝사랑’ 출연자들. JTBC 제공
자녀와 형제가 띄운 편지의 속뜻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중년 연애 리얼리티 JTBC ‘끝사랑’ 역시 그러한 경쟁의 결과다. 50세 이상인 출연자 8명은 제주도 숙소에서 만나 처음으로 인사를 나눈다.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공개할 수 없는 그들은 어색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탐색하며 조심스레 호감 가는 상대를 결정한다. ‘끝사랑’은 ‘하트시그널’ ‘환승연애’와 같은 프로그램의 구성을 그대로 따르면서 익숙한 방식으로 에피소드를 펼친다.
‘끝사랑’에 출연한 엄마를 응원한 딸의 편지. JTBC 방송 캡처
‘끝사랑’ 출연자가 새 삶을 응원하는 딸의 편지를 보고 울고 있다. JTBC 방송 캡처
그러나 ‘끝사랑’은 살짝 ‘다른 길’을 간다. 첫날밤, 출연자들의 자녀와 형제에게서 온 편지로 그들의 결혼 경험과 가족관계 등을 노출한다. 노후를 바라보는 출연자들의 나이가 오히려 가족 문제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온전히 연인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조건임을 역설해내는 장치다. 출연자의 자녀 유무를 막바지에 공개해 출산과 양육 문제를 중요하게 다룬 ‘돌싱글즈’와 여성 출연자의 가임기를 계산하고 출산 계획 등을 캐물은 ‘나는 솔로’의 40대 특집과 차이를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중년의 연애’는 청년들의 연애와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가를 비교하게 하며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게 ‘끝사랑’의 전략이다.
부모나 ‘어른’ 너머의 사랑
“남들은 우리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우리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도 너무 많아.” ‘끝사랑’의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한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이런 대화를 듣고 성숙한 대화와 인간적인 여유를 기대한다.
이렇듯 ‘끝사랑’은 ‘마지막 사랑’을 만나러 나온 출연자들의 일상적인 말과 행동을 관찰하며 미디어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50대 이후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조망한다. 일에 집중하느라 결혼하지 못한 출연자, 배우자에게 종속되지 않은 삶을 찾고자 이혼을 선택한 출연자, 자녀를 모두 독립시키고 혼자가 된 출연자 등. ‘끝사랑’은 중년의 다양한 삶과 경험을 통해 결혼, 출산, 양육 이후 우리에게 어떤 것들이 기다리는지, 또 결혼하지 않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를 질문한다. 한 출연자의 사생활 논란으로 잡음이 일긴 했지만, ‘삶과 인생’이라는 개념으로 사랑을 탐구한다는 ‘끝사랑’의 콘셉트가 의미 있는 이유다.
‘끝사랑’은 부모나 어른의 역할에 익숙한 중년들이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긴장감을 나누면서도 잊고 있던 자신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변화를 결심하게 만든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이 자꾸만 좁아져 가는 시대, 연애 리얼리티 쇼의 경쟁력은 사랑의 조건과 모양을 얼마나 자유롭게 정의하는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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