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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생리의학상으로 풀어본 노벨경제학상의 함의
한국인 기여한 올해 노벨의학상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Oct 31 2024 10:13 AM
조절 RNA의 중요성 보여준 연구 국정 운영의 메신저 기능도 환기
올해 노벨상은 여러 가지 특별한 화두를 던진다.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소설가 한강이 선정되었으며 물리학상은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대표하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개발했던 과학자들에게 수여됐다. 화학상 역시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예측하는 AI기술 개발자들이 수상자로 발표되면서 다소 파격적인 결과에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한편 노벨생리의학상은 miRNA(마이크로 RNA)를 각자 발견했던 빅터 앰브로스 박사와 게리 러브컨 박사가 받게 되었는데, 이들 논문의 공저자인 동양인 과학자 두 명도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한 명은 한국인인 하일호 박사로 게리 러브컨 박사 논문의 공동 제1저자였고, 다른 한 명은 중국인인 로잘린드 캔디 리 박사로 빅터 앰브로스 박사 논문의 제1저자다. 하 박사는 이후 산업계에서 주로 활동하셨고 로잘린드 캔디 리 박사는 빅터 앰브로스 박사의 부인이 됐다. 다만 과학 연구논문에서 제1저자들이 제일 중요한 기여를 한 과학자로 항상 인정받는 건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알려주고 있다.
지난해 노벨생리의학상도 코로나 백신과 연관된 mRNA 백신 기술이었으므로 2년 연속으로 RNA 분야가 노벨상을 수상하게 됐다. 그러나 찬찬히 살핀다면, 2006년에도 siRNA(짧은 간섭 RNA)라는 기술로 대표되는 RNA 간섭 현상이 수상했던 만큼 RNA 분야는 오래전부터 노벨상 단골 분야였다.
siRNA와 miRNA 연구는 생물학의 오랜 통념을 깼다는 공통점이 있다. 생물학에서는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가 RNA를 통해 발현돼, 단백질 생성으로 이어져 생명현상을 실현한다는 소위 ‘센트럴 도그마’가 있다. DNA에서 RNA를 만드는 과정과 그 조절과정 모두를 단백질이 담당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siRNA와 miRNA 연구를 통해 RNA 중 일부가 직접 RNA를 통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두 연구의 노벨상 수상 순서도 인상적이다. siRNA를 통한 인공적 유전자 발현 조절 RNA 연구가 상을 받은 뒤, 20년 가까이 지난 뒤 자연적인 조절 RNA 연구(miRNA)가 상을 받았는데, 이는 마치 사람이 생각해낸 작동기제는 이미 자연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로 보인다.
일반 독자는 익숙하지 않은 전문적 설명을 보탠다면, 사실 siRNA는 처음에는 인공적으로 ‘발명’되었으나 훗날 식물계를 중심으로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음이 ‘발견’된 두 가닥 구조의 작은 RNA 분자다. 두 가닥이라는 특성 때문에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편하고 조절하려는 유전자 대상을 매우 정밀하게 지정할 수 있는 길이로 작동하기 때문에 신약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반면 자연적인 miRNA는 siRNA와는 여러 면에서 다른 특징을 갖는다. miRNA들은 다른 유전정보처럼 우리 DNA 안에 해당 정보 즉 염기 서열이 저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RNA들처럼 단일 가닥으로 이뤄져 있고 모든 생물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지원기자
siRNA와 miRNA 등 조절 RNA들은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유명해진 mRNA라는 물질과 결합하여 해당 mRNA의 활동을 제어하고 해당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게 된다. 특히 miRNA는 동시에 다수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만큼 이 시스템의 오작동은 생명현상에 큰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한편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집필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이 국가의 정치경제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데, 최근 최고 권력의 메신저를 자처하던 사람들로 인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상황을 보면 우리 몸속 세포와 국가 모두에서 메신저 시스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환석 한림대 의료바이오융합연구원·R&D 기획실장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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