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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럼증 고통 메니에르병
조선 숙종은 택사 처방받았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03 2024 01:18 PM
메니에르·이석증 등 다양한 원인 여성 이석증 남성보다 2.5배 많아 책임감 강한 성격, 더 주의해야
Q. 55세 여성 A다. 2008년 자궁을 절제한 후 처음 어지럼증이 생겼는데, 이후 호전과 재발을 반복했다. 그런데 최근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도 심해졌다. 시선의 좌우 이동이 필수인 운전도 불가능하고, 특히 눈을 움직일 때마다 취한 듯이 어지럽다.
언제 재발할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감으로 외출도 어렵고, 조금만 어지러워도 구급차를 부르는 신경증으로 발전했다. ‘해볼 수 있는 조치는 다 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A. 어지럼증에 심하게 고생하면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낀다. 보행 능력에는 평형감각이 필수인데, 이 평형감각을 책임지는 전정 기능은 나이를 먹을수록 퇴화한다.
그래서 서두를 때나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날 때 현기증을 느끼기도 한다. 노인들이 잘 넘어지는 이유다. 40·50대 중년기 이후에는 누구나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어지럼증 고통을 호소하는 대표적 질환은 메니에르병,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메니에르병은 한지민, 유지태 배우를 비롯해 가수 배일호씨가 ‘과거 메니에르병을 앓았다’고 밝혀 대중에 널리 알려졌는데, 2014년 환자수 약 11만 명에서 2023년엔 약 18만 명으로 늘어 증가세가 뚜렷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성격이 불같기로 유명했다. “이제는 맹렬한 분노가 더 이상 그의 마음을 괴롭힐 수 없으리라. 나그네여, 떠나시오.” 유명한 그의 비문이다. 스위프트가 앓은 질병도 메니에르병이었다.
‘귓속에 생기는 고혈압’이라고도 한다. 림프액이 귓속에 고여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전정기관, 달팽이관 연결 부위의 압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청력이 나빠지고 이명(耳鳴)이 생기며 평형 감각에 이상이 발생해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주변이 빙빙 도는 것 같은 회전성 어지럼증과 귀울림, 귀의 폐색감, 난청성 이명 등을 동반한다.
메니에르병에 가장 많이 처방하는 치료제가 이뇨제다. 귓속에 고인 림프액을 소변으로 배출해 압력을 낮추는 원리다. 생활 습관으로는 ‘저염식’을 권한다. 짜게 먹어 혈중 염분의 농도가 상승하면 림프액이 많아져 귓속의 압력이 다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방 치료법도 원리에서는 서양과 차이가 없다. 화를 자주 낸 것으로 알려진 조선 숙종의 어지럼증 처방에는 이뇨제 택사(澤瀉)가 함유됐다. 숙종실록에는 “왕의 어지럼증 발작이 잦아지자 택사를 가미한 처방으로 치료했다”고 쓰여 있다.
어지럼증 환자의 40~50%는 ‘이석증’(耳石症)이 원인이다. 이석이 모여 있는 전정이 여러 가지 이유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특정 자세에서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석은 칼슘의 결정체이고 비중은 물의 3배나 돼 중력이나 가속도에 빨리 반응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머리의 타박상이나 사고 후유증, 노화로 인한 퇴행, 갱년기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와 감염, 불안전 이석 형성 등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여성의 이석증이 남성보다 2.5배나 높은데, 특히 A씨같이 갱년기 여성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갱년기 호르몬 변화로 이석이 가벼워지거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이석증에 노출되는 것이다. 또 갱년기 여성은 골다공증에 걸리기 쉬운데, 이때 뼈 형성 능력의 약화와 함께 이석도 가벼워지면서 잘 떨어져 나가고 곧 어지럼증으로 이어진다. 운동 부족도 원인이다. 이석은 조금씩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겪는다. 이때 아주 작은 이석이 세반고리관 일부에 쌓이면서 덩어리를 형성해 이석증을 유발한다.
한의학은 이석증의 원인을 병리적 노폐물인 담음(痰飮)으로 지목한다. 이 담음을 녹이거나 제거하고 건강한 이석이 생기도록 기혈의 흐름을 보강하면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이 대표적인 처방 약재다.
또 모란 껍질(목단피)은 찬 성질과 매운맛을 동시에 지녔다. 찬 성질로는 상부의 열을 내리며, 매운맛으로 막힌 곳을 뚫는다. 골다공증에는 녹용의 효험도 크다. 사슴 뿔에는 혈액(녹혈)이 가득 차 있다. 머리뼈를 뚫고 나온 혈액이다. 뼈 속에 혈액을 채우고 왕성한 대사활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가 크다. 생활 습관으로는 잠을 청해서 몸을 충분히 쉬도록 권한다.
수면으로 스트레스, 불안, 우울 증상을 달래면 뇌로 연결되는 에너지 대사가 호전돼 어지럼증도 완화된다. 어지럼증 전문가로 꼽히는 신경과 전문의 한병인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우리 역사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했던 또 다른 왕은 영조다. 영조는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에 144회에 걸쳐 천마(天麻)라는 약재를 첨가했다. 자음건비탕이 어지럼증의 원흉인 담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면, 천마는 어지럼증 자체를 치료하는 약재다. 천마는 정풍초(定風草)라고도 불리며, 예부터 두통, 어지럼증, 언어 장애와 이명을 다스리는 데 썼다.
화를 잘 내기로 유명했던 숙종, 성정이 불같았던 영조, 급하고 직설적이어서 ‘쾌직(快直)’하다고 평가받은 이율곡, 그리고 스위프트··· 책임감과 경쟁심이 강하며 열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은 식사를 거르거나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까지 일을 끌어안기 때문에 몸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중년에 어지럼증이 잦은 이유와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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