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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더 강력해진 ‘벤틀리의 변신’
더 뉴 컨티넨탈GT 스피드 시승기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10 2024 12:57 PM
하이브리드 엔진 처음으로 탑재 50년 유지 4개 원형 램프 없애고 ‘호랑이 눈’ 헤드램프 디자인 변신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힌다. 세 브랜드 모두 궁극의 럭셔리를 지향하며 최고급 재료들을 사용해 수제로 차를 만드는 데다 최소 3억 원이 넘는 가격대를 이뤄 일상생활 이동 수단이라기보다는 과시를 위해 타는 차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벤틀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해 젊은 감각을 앞세우거나 서킷을 달려야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주행 성능을 선보이고 있다.
게다가 친환경성에서도 맨 앞에 서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벤틀리의 이런 변화를 대표하는 모델이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컨티넨탈GT’다.
벤틀리는 10월 30일 컨티넨탈GT의 4세대 모델을 국내에 내놓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다수 선보였다. 최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엔진을 얹었고 시그니처로 꼽히며 50년 동안 유지했던 4개의 헤드램프 디자인도 과감히 바꿨다.
하이브리드 엔진 덕분에 탄소배출량도 90%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고 브랜드 측은 설명했다. 이번 세대의 대표 색상으로 내세운 ‘토르말린 그린’(Tourmaline Green)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벤틀리 컨티넨탈GT 스피드 토르말린 그린 색상의 외관.
컨티넨탈GT 스피드 4세대 출시 후 글로벌에서 높은 관심
벤틀리의 더 뉴 컨티넨탈GT 스피드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기 전 직접 몰아 볼 기회를 얻어 타봤다. 10월 10일 아시아지역 미디어를 대상으로 일본 도쿄 남쪽 지바현 미나미보소시에 위치한 ‘더 마가리가와 클럽’(The Magarigawa club)에서 시승 행사가 열렸다.
2023년 문을 연 이 클럽은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드라이빙 클럽으로 세계 최상급 주행 서킷을 갖췄다. 총 3.57㎞의 코스는 22개의 코너로 구성됐고 가파른 지형에 맞게 높낮이 차이가 250m에 달하는 곳도 있다. 서킷을 달리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산속을 오르내리며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경험했다.
일본 지바현 미나미보소시 ‘더 마가리가와 클럽’ 서킷에서 벤틀리 컨티넨탈GT 스피드 시승을 위해 글로벌 기자단이 이동하고 있다. 미나미보소=강희경 기자
시그니처 디자인까지 확 바꿨다
시승 전 더 뉴 컨티넨탈GT를 처음 마주했다. 4세대에서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겉모습이 가장 눈에 띄게 변했다. 벤틀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올라 상징과도 같았던 4개의 원형 램프가 사라져 살짝 당황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두 개의 커다란 눈이 자리했는데 램프 위쪽에는 아이라인처럼 길게 이어진 주간주행등이 다른 자동차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상적 포인트를 만들어 줬다. 벤틀리 측은 이 디자인이 호랑이 눈을 본뜬 형상이라고 전했다.
외형은 전체적으로 우람했지만 날렵한 느낌을 줬다. 기존 모델은 직선으로 곧게 뻗은 선들과 볼륨감 넘치는 외형이 안정감을 주는 럭셔리 자동차답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했다. 하지만 4세대 모델은 바람을 가르는 듯한 곡선이 강조돼 빠른 주행에 초점을 둔 고급 스포츠카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뒷바퀴를 중심으로 볼륨감이 강조됐는데 벤틀리 측은 사냥감을 향해 내달리기 전 웅크린 맹수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럭셔리를 상징했던 번쩍이는 크롬 장식도 이제는 많이 보이지 않았다.
후면부에는 리어램프가 더 얇고 길게 퍼져 전폭이 더 넒어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들게 했다. 뒤쪽 붉은색 램프는 마치 용암이 흘러내리는 듯한 느낌을 표현하는 디자인이 반영됐다고 한다.
내부는 기존에 비해 크게 바뀌진 않았다. 대체로 고급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이 그대로 유지됐다. 운전석 옆에 ‘B’ 로고가 크게 새겨진 변속 레버가 있고 드라이빙 모드 다이얼, 온열·통풍 시트 조절 버튼, 에어컨 버튼 등 자주 쓰는 기능들이 거의 대부분 물리버튼으로 놓여 있었다.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는 평소엔 숨겨져 있다가 시동을 걸면 수평으로 회전하면서 화면이 나타났다.
벤틀리 컨티넨탈GT 스피드 내부 모습. 가운데 B 로고가 크게 박힌 변속레버가 위치해 있다.
독보적인 벤틀리만의 주행 승차감
운전석에 앉아 인스트럭터의 신호에 맞춰 천천히 가속페달을 밟았다. 2톤이 넘는 자동차가 가볍게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전기차처럼 엔진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처음에는 전기로만 움직인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4세대 컨티넨탈GT에는 울트라 퍼포먼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동력계는 V8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의 조합으로 시스템 최고출력 782마력(PS), 시스템 최대토크 102.05㎏.m의 슈퍼카급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속도는 시속 335㎞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단 3.2초다. 전기로만 최대 81㎞(유럽 기준)를 달릴 수 있다고 벤틀리 측은 덧붙였다.
가속 성능을 평가해 봤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자 ‘부아앙’ 하는 거친 엔진음이 살아났다. 직선 구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순식간에 속도계가 200㎞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몸이 뒤로 젖혀지는 급가속이 아니라 순탄하게 가속도가 쌓이는 느낌이었다. 제로백 3초대 차인데도 치고 나가는 순간에도 안정감이 유지됐다. 다른 럭셔리카의 주행 질감과도 다른 벤틀리만의 ‘정중동’(靜中動) 역동성이 있었다. 내부는 조용했지만 외부에서 들려오는 엔진음은 터지는 배기음을 뿜어냈다.
함께 시승했던 다른 운전자는 이런 주행 질감을 두고 “흔히 다른 브랜드의 고성능차는 정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운전자를 극한 상황까지 밀어넣는다”며 “벤틀리는 최상의 성능을 내면서도 절제하며 운전자에게는 최상의 편안함을 주는 게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승차감과 정숙성도 돋보였다. 창문을 닫으면 엔진음과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게 차단됐고 잔진동도 에어서스펜션을 통해 넓게 퍼뜨리는 느낌이었다. 벤틀리는 차세대 퍼포먼스 액티브 섀시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를 의미하는 ‘GT’(그랜드 투어러)가 붙은 이유를 수긍할 수 있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스피드가 일본 지바현 미나미보소시 ‘더 마가리가와 클럽’ 서킷을 주행하고 있다. 벤틀리코리아 제공
2027년 벤틀리 최초 전기차 출시
벤틀리는 더 뉴 컨티넨탈GT 스피드는 모두 영국 크루(Crewe)에 위치한 벤틀리 드림 팩토리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되며 한국 공식 판매 가격은 3억4,610만 원부터 시작한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안 슐릭 벤틀리코리아 총괄 상무는 “벤틀리는 한국 시장의 중요도를 고려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모든 모델 또는 파생 모델을 한국에도 연이어 선보일 예정”이라며 “브랜드 최초 전기차는 현재 개발 중인데 2027년에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나미보소=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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