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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톡신 소비자 81% 내성 경험“
한국은 특히 더 취약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16 2024 01:39 PM
ASCEND, 윤리적 활용 합의안 발표 “韓, 저렴한 제품 많아 내성 급증할 것”
싱가포르에 사는 40대 직장인 제시는 턱선을 매끄럽게 만들고 싶어 보툴리눔 톡신 시술을 받았다. 병원에서 쓴 보툴리눔은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이라 안심하고 6개월 간격으로 주사를 맞았다. 3년여가 지나자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제시는 보툴리눔 톡신 내성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 위원회(ASCEND)'가 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보툴리눔 톡신 내성 탐구: 새로운 인사이트와 시사점’을 주제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시피코 칼데론 필리핀 세인트룩스 메디컬센터 의대 교수, 마이클 마틴 전 독일 기센대 면역학과 교수,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 피부과 대표원장, 니브 코도프 호주 미용 성형 클리닉 박사, 시우 턱 와 싱가포르 라디움 에스테틱스 원장, 쳉방원 대만 에버뷰티 메디컬 에스테틱 원장, 바사놉 바치라몬 태국 마히돌대 라마티보디병원 교수. ASCEND 제공
7일(현지시간) 피부과, 성형외과, 면역학, 의료윤리 등 미용의료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 위원회(ASCEND)’가 베트남 하노이에 모여 보툴리눔 톡신 내성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윤리적 활용을 촉구하는 합의안을 발표했다. 2022년 국제미용성형학회에서 시작된 ASCEND가 보툴리눔 관련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신경독소의 윤리적 사용을 위한 에스테틱 위원회(ASCEND)' 전문가들이 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툴리눔 톡신의 내성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파시피코 칼데론 필리핀 세인트룩스 메디컬센터 의대 교수, 마이클 마틴 전 독일 기센대 면역학과 교수,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 피부과 대표원장, 니브 코도프 호주 미용 성형 클리닉 박사. ASCEND 제공
보툴리눔 톡신은 특정 세균(보툴리눔균)이 생성하는 독성물질(톡신)에서 추출한 단백질이다. 소량을 투여하면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해 미용 목적뿐 아니라 사시, 만성 편두통, 다한증, 뇌졸중, 뇌출혈 합병증, 요실금 등 다양한 병의 치료제로 쓰인다. 하지만 과다 투여할 경우 면역반응이 일어나 더 이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내성) 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ASCEND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의 보툴리눔 톡신 소비자 2,5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81%가 내성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내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투여 용량을 늘리고, 시술 간격을 줄이고, 병원을 옮기는 등 임의로 효과를 높이려 한 소비자가 66%에 달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이런 방법이 오히려 내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보툴리눔 톡신 제조사가 20여 곳이나 집중돼 있는 한국 시장은 특히 내성 문제에 취약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제영 압구정 오라클 피부과 대표원장은 “제조사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도의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저렴한 제품들이 밀려 들어왔다”며 “불필요한 단백질이 많이 포함된 제품 사용이 누적되고 있는 한국에서 보툴리눔 내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노이=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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