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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평결·막말에도 ‘트럼프 컴백’
저학력·남성·노동자의 분노가 연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Nov 20 2024 11:36 AM
수많은 스캔들과 막말, 4건의 형사소송까지 걸려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지탄받던 트럼프를 다시 백악관으로 보낸 미국인은 어떤 사람들일까? 왜 그랬을까? 트럼프가 바꿀 세상을 진단하려면, 우선 이 질문에 대한 답부터 찾아야 한다.

애팔래치아산맥 서쪽, 오대호 부근의 넓은 지역은 원래 철강,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였다. 주로 백인들이 좋은 집에서 좋은 차를 타고, 아이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면서 미국 중산층으로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세계화와 함께 변화가 찾아왔다. 동아시아에서 값싸고 질 좋은 공산품이 밀려들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져갔다.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는 더 낮은 보수에도 기꺼이 일하는 이민자들이 차지했다. 평온하던 공동체는 황폐해지고, 그 자리에 알코올과 마약이 들어왔다.
부통령 당선자 JD 밴스가 2016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라는 고발성 회고록으로 러스트벨트의 몰락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러스트벨트와 중서부 농촌의 “저학력, 백인, 남성, 노동자”들이 2016년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불만은 일자리뿐만이 아니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처음 나왔을 때는, 이들은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삶이 어려워지자, 그게 아니었다. “힘들기는 나도 마찬가지인데, 왜 저들은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대받고, 나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가?” 더 답답한 건, 이런 불만을 토로할 데도 하소연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들 앞에 트럼프가 나섰다. “지금 힘든 것은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기득권 엘리트들의 잘못입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문제점과 세 가지 해법을 내놓으며, 이렇게 외쳤다.
“불법 이민이 문제다. 내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워 막겠다. 제조업 몰락이 문제다.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세를 올리겠다. 세계 경찰 노릇 하느라 돈과 사람을 탕진하는 것이 문제다. 내가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 나를 백악관으로 보내달라.”
좌절하던 미국인들은 ‘사이다 발언’에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통쾌함을 느꼈다. 트럼프는 “우리를 위해 기득권과 싸우는 전사”였다. “예수는 나의 구세주요,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라는 구호가 트럼프 집회장에 넘쳐났다.
조병제 |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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