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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오피니언

문학은 모든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일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05 2024 04:09 PM


로알드 달이 낸 소설 '마틸다'를 접하면서 부모로서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주인공 마틸다의 부모가 보여주는 속물적인 태도였다. 마틸다의 아버지는 중고차 판매업자로 사기 행각으로 돈을 벌고, 어머니는 도박과 외모 가꾸기에만 몰두한다.

그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마틸다의 독서 습관을 비난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억압하고 오히려 텔레비전 시청을 강요한다. 이런 환경에서 마틸다는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어른들에 맞서 문학을 통해 부정적 환경을 극복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깨닫고, 더 나아가 타인을 돕는 도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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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가운데 지난 10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선정 소식을 들었을 때 마틸다가 떠올랐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반지성주의의 시대에, 우리의 작가 한 사람이 인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지성적인 상을 받게 된다.

우리 국민들이 이번 수상 소식에 큰 기쁨과 안도를 느끼고, 감동과 특별한 위로를 받는 이유가 이런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해된다. 그의 작품은 우리의 그늘지고 어두운 슬픈 웅덩이를 오랜 시간 응시하고, 그 깊은 밑바닥에 깔린 절망의 잔해를 건져내 우리에게 천천히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희망이라고 하는 희고 가냘픈 것은 어두운 곳에서야 솟아난다는 진리를 깨우쳐준다.

한강 작가와는 세 번의 만남을 통해 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것 같다. 물론 작품을 통해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고백하자면 매우 힘들게 읽었다.

책장 한 페이지를 넘기는 일조차 힘겹고 고통스러운데, 쉽사리 쓰일 수 없었던 말을 글로 써내는 일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떤 글이나 영화도 현실의 끔찍함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작가의 말처럼, 쓰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힘들다. 맞고, 뺏기고, 넘어지고, 벗겨지고, 눈감기고, 밟히고, 칼을 맞고, 총을 맞고, 피 흘리고, 질질 끌려가고, 굶주리고, 고문당하고, 묶이고, 매장당했던 모든 일. 그리고 작별의 말 한마디 듣지 못한 채 남겨진 사람들.

스웨덴 한림원은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점을 수상 사유로 밝혔다. 역사적 트라우마(historical trauma)라는 말은 간단한 의미가 아니었다.

특정 집단이 역사적으로 겪은 집단적 폭력, 억압, 차별, 학살 등과 같은 대규모의 고통과 상실이 ‘후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정서적, 신체적 영향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단순히 사건을 직접 경험한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후손들에도 ‘세대 간 전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개념은 특히 노예, 학살된 원주민 후손, 전쟁 피해자, 식민지 경험을 한 민족 등에 잘 적용이 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며, 우리가 경험한 끔찍한 폭력과 죽음들이 세계 도처에서 현재 진행 중인 인류 보편의 야만과 폭력의 문제로서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의 본질은 다른 이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천천히 숙고를 해보는 것이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문학은 모든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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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캐나다 한국일보
  • 리쏘 (Lisso) 안마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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