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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핫뉴스

총리·장관 다 허수아비였다

11명 정족수 되자 ‘계엄’ 국무회의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04 2024 12:20 PM


3일 밤 돌연 선포된 비상계엄 급발진은 충암고 1년 선후배 사이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야합’에서 시작됐다. 이른바 ‘충암파’의 직통보고 체계 안에서 음침한 계엄 논의가 이뤄지는 사이, 국정 운영 2인자인 한덕수 국무총리조차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했다. 여타 국무위원들도 충암파의 결심 앞에 무기력하긴 마찬가지였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비정상적 의사결정 체계를 향한 문제제기는 물론, 불법 계엄 시도를 끝내 저지하지 못한 한 총리와 각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거센 후폭풍으로 불어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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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가운데) 국무총리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계엄 해제 등 현안 관련 긴급 회의를 마치고 최상목(왼쪽) 경제부총리,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등 국무위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용산 대통령실로 오라’는 연락이 전달된 건 3일 오후 늦은 시간이다. 참석자들도 현장에 도착해서야 계엄 선포안을 심의에 부치기 위한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걸 알았다고 한다. 통상 국무회의에는 대통령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배석하는데 이날 긴급 국무회의는 별도의 배석자 없이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배석자는 한국일보에 “소집 연락도 못 받았다”고 전했다. 그만큼 은밀한 모임이었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계엄 선포안 심의를 위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된 국무위원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다. 불참한 국무위원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완섭 환경부 장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다.

이 중 “계엄을 건의했다”고 한 김용현 국방장관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무위원들은 참석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란죄 연루 가능성이 있어 장관 참석 여부를 밝히기 힘들다”며 “다만 오전 국무회의 등에서 그런 낌새조차 없어 밤에 기사 등을 통해 소식을 접한 간부들도 당황스러워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국무위원은 물론 용산 핵심 참모들도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관련 상황을 몰랐을 정도로 ‘초극소수’만 공유한 이번 계엄 계획은 김 장관에서 비롯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계엄을 건의한 게 맞다”고 공식 확인했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이면서 이번 정부 초대 대통령경호처장을 거친 최측근이다. 결국 충암고 출신 두 사람의 밀실 야합으로 불법 계엄에 본격 불이 붙은 셈이다. 민주당 김민석·김병주 의원은 김 장관이 국방부 장관에 낙점된 직후부터 줄곧 ‘충암파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해왔다.

헌법과 계엄법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요건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명시하고 있다. 별도 의결 없이 심의만 거치면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용산 대통령실로 모은 이유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의사정족수(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해 11명 이상 참석)가 채워진 뒤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곧바로 계엄 선포안을 심의에 부쳤다고 한다. 그제야 계엄 계획을 알게 된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회의 참석자 대다수는 이 같은 대통령의 방침에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했지만 도리가 없었다. 계엄을 관철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완고했고,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계엄 선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윤 대통령은 끝내 3일 심야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2시간여 만에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이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돼 무산됐다. 그로부터 3시간 30분 뒤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충암파의 ‘한겨울 밤의 꿈’은 비교적 싱겁게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국민적 분노에 더해 대통령실 참모진과 내각 각료들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계엄을 막지 못한 한 총리와 국무위원들의 책임도 따져 물어야 한다. 한 총리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국정 혼란상의 추가적 심화를 막으려는 듯 내각 장관들의 사표는 당장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총리는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 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달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덧붙였다.

나광현 기자·세종=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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