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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휴양처 마요르카 섬 발데모사를 가다 (하)

손영호 | 칼럼니스트/국제펜클럽 회원


Updated -- Dec 06 2024 10:08 AM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Dec 06 2024 10:07 AM


조르주 상드는 1832년에 첫 소설 '앵디아나(Indiana)'가 대박이 나면서 단박에 유명작가로 부상했다. '조르주 상드'라는 이름은 이 소설을 발표하면서 사용한 필명이었는데 이후 계속 같은 이름으로 활동했다. 본명은 아망틴 뤼실 오로르 뒤팽(Amantine Lucile Aurore Dupin). 그녀는 남자이름인 조르주보다는 ‘새벽’이라는 뜻의 오로르로 불리길 좋아했다고 한다.

152㎝의 작은 키에 검고 큰 눈매, 입에는 여송연을 물고 남장을 하고 다니며 당대의 남성우월적 사회규범을 부정하고, 자유분방하고 진취적인 여성이었던 작가 상드는 1822년 18살 때 두드방 남작(Francois Casimir Dudevant)과 결혼하여 아들 모리스(Maurice, 1823~1889)와 딸 솔랑쥐(Solange, 1828~1899)를 낳았으나 법적 이혼하고 남매를 양육하던 이혼녀였다.

아무튼 당시 유명세와 동시에 악평의 정점에 올라있던 조르주 상드는 1838년에 "내게는 미덕이나 고귀함은 없어도 사랑은 합니다. 강하게, 전적으로, 확고부동하게 사랑합니다."며 적극적으로 대시하여 쇼팽의 연인이 되었다. 상드는 이미 결핵을 앓고 있던 쇼팽에게 맑은 공기와 따뜻한 햇빛이 필요하다며 그의 아이들과 함께 마요르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보낸다.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그 해 마요르카 섬의 겨울은 유난히 한랭한 비가 많이 내렸고, 입맛에 맞지 않는 현지 음식에 괴로워하며 몸이 약한 쇼팽은 감기에 걸리고 각혈을 많이 하는 등 오히려 건강을 크게 상했다고 한다. 게다가 주거 여건이 좋지 않은 벽지인데다 쇼팽과 상드의 관계를 의심한 동네 사람들의 편견과 구박까지 겹쳐 상드의 지극한 간호도 별수 없이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1838~1839년 사이 마요르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보낸 상드와 그의 아이들 및 쇼팽의 이야기는 1841년 상드의 소설 'Un Hiver a Majorque (A Winter in Majorca)'에서 자세히 묘사되었다. 이 소설은 '쇼팽의 푸른 노트(The Blue Note·1991)' '쇼팽: 사랑에의 욕망(Chopin: Desire For Love·2002)' 등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한편 그의 피아노는 수송 도중 분실되어 몇 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의 피아노가 도착할 때까지 상태가 좋지 않은 마요르카산 피아노로 "빗방울(Raindrop)"이란 별명을 가진 D-flat 장조의 전주곡을 포함한 24개의 서곡집(Preludes, Op.28), 발라드 2번 F장조 작품 38, 스케르조 3번 C-sharp 단조 작품 39, 그리고 폴로네즈(Polonaises, Op.40) 중 한 곡을 마요르카에서 완성하였다. 

 

1.jpg

쇼팽박물관 4호실 입구. 추가 입장료를 받는다.

 

 

결국 마요르카 섬을 떠나 마르세유에서 잠시 요양을 한 후 상드의 고향인 프랑스 중부의 노앙(Nohant)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1846년까지가 쇼팽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으며, 진작 쇼팽의 창작적 전성기는 마요르카에서부터 그가 죽기까지의 약 10년의 시기였다. 

귀족적 취향에 까탈스럽고 병약한 데다 때로는 상드의 남자관계를 의심하기까지 했지만 그는 그의 곁에 9년 간이나 머물며 헌신적인 모성애적 사랑을 쏟은 상드에게서 큰 위로를 받았지 싶다. 상드는 쇼팽에게 때로는 친구, 때로는 어머니 같은 연인이었고 행복과 영감을 준 예술의 뮤즈였다. 

그러나 쇼팽이 죽기 2년 전에 두 사람은 헤어졌다. 상드와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두 자녀들, 집에서 부리는 일꾼들 같은 문제들이 둘의 감정을 상하게 하여 결국 파국이 오고 만 것이다. 그 후 상드는 쇼팽의 장례식조차 코빼기도 안 비쳤다. 

1849년 10월17일 새벽 2시경 쇼팽의 영혼은 그의 육체를 떠났다. 누이 루드비카, 쇼팽의 제자 피아니스트인 마르셀리나 차르토리스카 공주, 절친한 친구 그르자이말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다음날 솔랑쥐의 남편인 오귀스트 클레쟁제르(Auguste Clesinger, 1814~1883)가 쇼팽의 데드 마스크와 그의 왼손을 석고로 본을 떴다. 그리고 다음해인 1850년 쇼팽의 무덤 묘비석 위에 부러진 라이어(lyre, 악보꽂이) 때문에 울고있는 음악의 여신 '에우테르페(Euterpe)' 조각상을 흰 대리석으로 제작했다.

20세 때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19년 동안 외로움을 느끼며 살다 요절한 에트랑제 쇼팽. 그는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을 가지 못한 채 파리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에 묻혔다. 쇼팽의 사후 1주기에 루드비카가 가져온 폴란드의 흙이 그의 제자인 제인 스털링에 의해 그의 무덤 위에 뿌려졌다. 그의 심장은 유언에 따라 누이 루드비카가 폴란드로 가져가서 바르샤바 성십자가 교회에 안치했다. 

쇼팽의 사인(死因)은 결핵으로 알려져 있으나 2017년에 그의 보존된 심장을 검시한 결과, 만성 결핵에 의한 합병증인 심낭염(心囊炎)이라는 치명적인 유전병이 원인이었다고 밝혀졌다. 

 

2.jpg

운좋게도 별관에서 쇼팽 작곡의 음악을 직접 연주자가 나와 연주해 보이는 기회를 접했다. 

 

1930년 8월에 쇼팽 페스티벌이 발데모사 수도원에서 시작된 이후 매년 8월에 개최된다. 운좋게도 별관에서 쇼팽 작곡의 음악을 직접 연주자가 나와 연주해 보이는 기회를 접했다. 맨 앞줄의 몇 열은 VIP석인데 샴페인이 제공된다. 그래서 값이 상당히 비쌌던 것이리라.

마을의 중심가인 라몬 룰 광장(Placa Ramon Llull)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사후 17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쇼팽이 산간 벽지 마을 발데모사를 먹여 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 올리브와 아몬드 나무로 뒤덮인 발데모사를 뒤로 하고 다시 크루즈가 있는 팔마 항구로 향했다. 

 

3.jpg

올리브와 아몬드 나무로 뒤덮인 산간벽지 마을 발데모사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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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koreatimes.net/오피니언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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