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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도 짧은 게 대세”
‘2분 쇼트폼’ 열풍 불까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6 2024 11:52 AM
박하선∙이동건 ‘아무짝에 쓸모...’ 주연급 배우∙지상파 제작진 눈길 불륜∙복수 ‘자극적 소재’ 우려도
배우 이동건(왼쪽)과 박하선. FNC엔터테인먼트, 블리츠웨이스튜디오 제공
#. 배우 박하선과 이동건은 다음 달 공개되는 쇼트폼 드라마 ‘아무짝에 쓸모없는 사랑’의 주연을 맡았다. 주로 무명 배우들이 출연하는 회당 1~2분 분량의 쇼트폼 드라마에 주연급 유명 배우가 출연한 건 처음이다. 제작진 역시 지상파 드라마를 만들던 ‘고급 인력’들이다. 최고 시청률 49.3%를 기록했던 ‘제빵왕 김탁구’(2010)를 만든 26년차 베테랑 이정섭 PD가 연출을 맡았다.
#. 대형 게임사 크래프톤은 지난 9월 쇼트폼 드라마 전용 플랫폼 ‘비글루’를 운영하는 스푼랩스에 1,2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쇼트폼 드라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새 시장 공략에 나선 것. 디앤씨미디어, 엔피 등 콘텐츠 기업들도 잇따라 쇼트폼 드라마 투자에 나섰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국내 OTT 중 처음으로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숏챠’를 출시했다. 티빙 역시 쇼트폼 드라마 서비스 신설을 검토 중이다.
쇼트폼 드라마에 돈과 사람이 몰리고 있다. 쇼트폼 드라마는 회당 1~2분 안팎으로 총 30~100화에서 완결된다. 전용 플랫폼에서 공개되는 세로형 드라마로, 처음 5~10화는 무료지만 이후 회당 500~1,000원을 결제해야 볼 수 있다. 짧은 영상과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중국, 북미, 동남아 등에서 인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지난 9월 출시한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숏차'. 왓챠 제공
이정섭 PD가 쇼트폼 드라마 제작에 나서게 된 계기는 지난 8월 중국 출장이었다. 2020년 전후 쇼트폼 드라마가 처음 등장한 중국에서 쇼트폼 드라마 열풍은 거세다. 지난해 중국 내 쇼트폼 드라마 시청자는 5억7,600만 명, 시장 규모는 300억 위안(5조8,000억 원)이었고, 올해는 500억 위안(9조7,000억 원)을 돌파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쇼트폼 드라마 앱 '릴숏'. 릴숏 캡처
중국 대표 쇼트폼 드라마 플랫폼 ‘릴숏’이 미국 앱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부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는 등 북미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정섭 PD는 “중국 쇼트폼 드라마 제작 현장에 가 보니 자본과 콘텐츠의 흐름이 보였다”며 “쇼트폼으로 사람들의 고민과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업계 불황의 여파도 있다. 배우들의 높은 출연료 등으로 제작비가 치솟았는데, 쇼트폼 드라마는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하다. 인기를 끈 중국 쇼트폼 드라마들은 제작비의 100~200배 정도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동안 촬영해 회당 2분씩 총 50회로 공개될 예정인 ‘아무짝에 쓸모 없는 사랑’도 제작비가 매우 낮았다.
국내 기업인 스푼라디오가 지난 7월 서비스를 시작한 쇼트폼 드라마 앱 '비글루'. 비글루 캡처
다만 대중적인 흥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쇼트폼 드라마 불모지나 다름없다. 김인애 한국콘텐츠진흥원 선임연구원은 “화제작이 나오면 한국 시장도 활발해질 것 같다”며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되는 등 2차 놀이 문화로 승화될 수 있는지도 중요한 흥행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와 콘텐츠 품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대부분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등 자극적인 소재 일색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작품의 퀄리티보다는 산업적인 측면의 논의만 많다”며 “쇼트폼이 자극적인 문법을 벗어났을 때도 지속가능할지 등 콘텐츠 발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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