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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계엄 맞선 한국인의 승리...
“민주주의 수호 의지 일깨웠다”
- 미디어1 (media@koreatimes.net)
- Dec 10 2024 04:20 PM
노벨 경제학상 로빈슨 교수 인터뷰 기업가 정신 있어야 저성장 극복 한국, K팝 등 문화적 창의성 장점
"한국의 민주주의가 승리한 것입니다. 대통령이 군부 개입을 독려하며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64)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5시간 반 만에 해제된 데 대해 7일(현지시간)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64)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7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스톡홀름=신은별 특파원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였다. 윤 대통령의 행동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불법 계엄 사태가 역설적으로 한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우는 의지를 일깨웠다"는 이유에서다.
'제도가 국가의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로빈슨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재직 중인 다론 아제모을루(57)·사이먼 존슨(61) 교수와 함께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세 사람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국가 간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로, 수상자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로빈슨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2012)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 과정에서의 민주주의 역할을 연구했다. 책에는 한국이 '포용적 제도'인 민주주의를 채택함으로써, '착취적 제도'인 권위주의를 택한 북한과 달리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 번영에 기여한 민주주의가 현시점에서도 경제적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분명히 그렇다"고 답했다. 다음은 스웨덴 왕립과학한림원에서 진행한 로빈슨 교수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에서 발생한 윤 대통령의 12·3 계엄 선포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한국 민주주의가 승리한 사건이라고 본다. 대통령은 군 개입을 독려하며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지만 국민들이 기꺼이 나서 민주주의를 수호했다. 이번 사태로 한국의 민주주의가 매우 강력하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역설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군사 정권을 경험한 세대 내에는 '군정 복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는 그런 감각 자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점에 비춰, 이번 사건은 한국에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의지를 일깨웠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많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반(反)민주적인 정치인에게 기꺼이 투표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민주주의의 승리'로 귀결된 이 사건은 더욱 의미가 크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불확실성을 야기하긴 했지만 말이다."
-남북한의 제도적 차이가 경제적 차이를 야기했다는 내용을 담은 당신의 연구를 짧게 소개해 준다면.
"제도와 번영의 상관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론을 설명하기에 남북한 차이보다 좋은 예는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없다. (노동 등에 따른) 인센티브도 없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 같은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다른 종류의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삶을 꾸릴 기회를 가지고 있고 인센티브도 주어진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수출을 중심으로 한 경제 성장이 경제적 번영의 밑거름이 되기는 했지만, 포용적 제도를 택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번영은 지속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현시점 한국의 경제 발전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저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 한국은 어떤 강점을 살려야 하나.
"경제는 필연적으로 둔화한다.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선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은 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K팝 등 문화적 창의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능력 역시 포용적 제도를 통해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이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을까.
"저는 인구통계학적 요소가 번영과 빈곤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출생률이 낮다는 것 자체를 한국 경제 발전의 '실존적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출생률이 현저히 낮아진 만큼 연금제도 수정 등 적응 기간도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동맹국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도 경제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어떤 정책을 펼지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그가 관세에 집착하는 점 등을 볼 때 아마도 자유 무역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위축될 듯하다. 한국도 이로 인한 피해를 일부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미국의 매우 중요한 지정학적 동맹국인 데다 최첨단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당선자가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스톡홀름=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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