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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사항
김외숙의 문학카페
- 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 Dec 24 2024 11:50 AM
그 눈부시던 햇빛과 꽃, 단풍과 열매의 붉은 빛은 어디 가고, 사방은 온통 잿빛이다.
하늘이, 날씨가, 날씨에 휘둘리는 햇빛까지 한 덩어리다.
차악 가라앉은 우울한 기운을 경계하는 이 동네 사람들은 그래서, 온갖 이벤트로 긴 겨울을 보낸다.
12월 초, 하우스 투어로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 동네의 로터리 클럽 주최로 해마다 시행되는 하우스 투어는 일종의 자선 행사로, 여름의 정원 투어처럼 아름답게 꾸민 몇몇 남의 집안을 돈 내고 구경하는 것이다.
하우스 투어가 끝나니 지난 14일 토요일, 온 동네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울려 퍼져서 소리를 따라 나갔더니 연중행사인, 성탄 퍼레이드 중이었다. 나이아가라 전 지역의 학교와 크고 작은 회사와 와이너리, 아이들과 청년들과 어른들, 남자와 여자, 강아지들까지 동참한 큰 행사였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강추위의 여파로 여전히 매서운 이 날씨에 무슨 구경꾼들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온 동네 길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자동차가 줄지었고, 사람들은 의자를 펴놓고 앉거나 서서 밴드에 맞춰 몸을 흔들고, 볼이 붉은 아이들은 언 바닥에 앉아 다 먹지도 않을 사탕을 받아 들며 환호하고 즐거워했다. 군데군데 공간에 준비된 물은 주인 따라 외출한 목마를 개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나도 사람들 틈에서 사진 찍고 손 흔들며 어깨춤 추었다.
환호하며 즐거워하는 행렬이 있는 거리에 잿빛 같은 우중충한 색은 없었다. 성탄을 계기로 모두 하나 되어 기뻐할 뿐이었다. 예수님 탄생 축하 퍼레이드에 예수님을 상징할 뭔가가 없는 것은 유감이었지만, 기뻐하라고 하신 말씀대로 이 잿빛 계절에 모두 함께 기뻐하니 그것으로 된 것인지도 몰랐다.

언스플래쉬
추운 줄도 모르고 오직 즐거워하는 일에 한 마음이던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내 나라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 작은 동네의 성탄 퍼레이드와는 비교할 수 없을 규모의 인파를 이루며, 이곳과 다르지 않을 추위 속에서 하루도 아닌, 매일 거리에 나와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
그들은 직장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이고, 각자의 처소에서 종교활동을 해야 할 사람들이고, 평생 일하고 퇴직했으니 노년을 누려야 할 사람들이다. 그 추위에 그들은 일상을 접어두고, 자신들이 맹종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들이 지지하는 당을 위해, 그렇게 목소리 높여 상대편을 비난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가?
원래 각자 맡은 일 열심히 하고, 지키라고 있는 법 지키는 일에 정직하고, 인정 많은 사람이 우리 국민이다.
우리는 안다, 그들이 그러함에도 그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이유의 중심에 잘못된 정치가 있다는 사실을. 그 정치가, 관계를 아래위로, 양옆으로, 다정하던 사이까지 가리가리 찢어, 함께 좋은 일 도모하는 일에 익숙하던 사람들을 서로 등지게 하고 척지게 한 것이다.
이 추위 속에서 외치는 그 소리는 지금도 태평양 건너고 북미대륙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건너온다. 저, 좋아서 하는 일에 왜 정치 탓하냐고 혹자는 말하겠지만, 그 기저에 정치가 깔려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일이고, 제대로 하는 정치는 결코 자국민을 추위에 내몰아 서로 할퀴고 분열하도록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안다.
새해엔, 애꿎은 국민 거리로 내몰아 그 힘 등에 업고 정치할 생각 접고, 제발 정치 스스로 국민 앞에 나서서 그동안 너무 염치없었음을, 그래서 미안함을 고백할 줄 알자. 일할 사람은 정치 걱정 없이 일하게 하고, 예배할 사람 예배 처소에서 감사 예배드리게 하고, 노년 또한 걱정 없이 삶을 누리게 하노라면, 분별력 없지 않은 국민은 절로 하나 되어 정치 편이 될 것이다.
정치의 진짜 목적도 하나 되게 하는 일, 아니겠는가?
이것이 나만의 새해 희망 사항은, 결코 아닐 것이다.

김외숙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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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라 기자 (press1@koreatimes.net)
